국제일반
'마오' 넘보는 집권 10년차 시진핑…"독재자 제거하라" 베이징 현수막 등장 [한희라의 동방불패]
뉴스종합| 2022-10-14 13:00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3연임을 확정짓는 20대가 16일 개막한다. 사진은 지난 9월 30일 오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국경절 리셉션에서 시진핑 주석이 참석자들에게 인사하는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시진핑(習近平·69)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세 번째 5년 임기를 확정지을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20대 당대회) 16일 개막하는 가운데, 이를 사흘 앞둔 베이징에는 '시진핑 독재 타도' 현수막이 걸렸다 철거되는 등 통제가 강화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당 대회를 통해 장쩌민(江澤民) 총서기 이후 10년 단위(1기 5년)로 최고 지도자가 바뀌었지만, 이번에는 시진핑 국가 주석의 당 총서기 3연임이 사실상 확정돼 있다. 시 주석은 이번 당대회에서 ‘영수(領袖·최고 지도자)’ 칭호를 부여 받으면서 이른바 장기 집권 체제를 완성, 앞으로 ‘21세기 마오쩌둥(毛澤東)’의 길을 걷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중국 베이징시 하이뎬구의 다리에 반정부 구호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고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WSJ 영상 캡처]

장기 집권에 따른 피로감과 강도 높은 방역에 대한 반발 등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시진핑 3기를 앞둔 베이징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종신집권' 향하는 시진핑… ‘깜깜이’된 習 3기 지도부 인선
1949년 신중국 성립 후 1~5세대 지도자. 왼쪽부터 마오쩌둥,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 덩샤오핑 총서기(주석)는 당 총서기, 국가주석 임기 '10년 제한' 규칙을 만들고 1인 권력이 아닌 집단지도체제를 확립했다. 또 전임자가 차차기 후계자를 사전 낙점해 안정적인 승계가 이뤄지도록 하면서 장쩌민, 후진타오 시대는 각각 10년으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시진핑은 2018년 '10년 제한' 조항을 헌법에서 삭제하며, 이번 20대 당대회에서 3연임에 나선다. 후계자 지정도 없어 향후 10년간 시진핑 시대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은 16일 당대회에서 국가주석과 최고 지도부를 결정한다. 당대회는 중국 전역에서 중국공산당을 대표하는 2200명이 모두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모이는 초대형 정치행사다. 시진핑은 이번 당대회를 거쳐 '영수' 칭호를 부여받으면서 '종신집권'의 포문을 열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공산당 역사에서 '영수'로 불린 지도자는 마오쩌둥 뿐이었다. 시 주석이 영수에 오르면 막후에서도 지도부를 통제할 수 있어 사실상 종신 통치가 가능해진다 .

이번 당대회에서는 중국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 7인도 새로 구성된다. 남는 자와, 새로 진입하는 자의 면면에 따라 시진핑 3기의 정치, 경제, 외교의 향방을 점쳐볼 수 있기에 최대 관심사다.

다만 ‘포스트 시진핑’ 인선이 안갯속이고, 체제의 안정성 유지라는 점에서 중폭 교체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 2017년 10월 25일 19대 최고지도부 상무위원이 기자회견장에 들어오고 있다. 왼쪽부터 시진핑 주석, 리커창 총리, 리잔수 전인대 상무위원장, 왕양 정협 주석, 자오러지 중앙기율위 서기.

그동안 중국 최고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은 7~9인으로, 적절한 권력 배분을 통해 파벌간 균형을 유지해왔다. 또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며 상호 견제에 나서면서 ‘집단지도체제’라는 중국 특색의 권력구도를 만들었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그동안 지켜졌던 관례들이 상당 부분 깨졌다. 예전 같으면 몇 가지의 잣대로 누가 물러날 지 정도는 예상이 됐지만, 이제는 전혀 예측불가라는 얘기다.

시 주석을 제외하면 상무위원단은 서열상 리커창(67) 국무원 총리, 리잔수(72) 전인대 상무위원장, 왕양(67) 정협 주석, 왕후닝(67) 중앙서기처 서기, 자오러지(65) 중앙기율위 서기, 한정(68) 국무원 부총리 순이다.

그동안 고수해온 ‘7상8하(67세 유임, 68세 퇴임)’에 따르면 리잔수 상무위원장과 한정 부총리는 퇴임 대상이다. 하지만 시 주석이 2018년 중국 헌법을 바꿔 임기제한 규정(2연임, 10년)을 삭제하고, 본인이 올해 69세로 예외가 되면서 나이 제한이 깨졌다. 이제는 능력이 있으면 오르고 능력이 없으면 내려온다는 ‘능상능하(能上能下)’라는 원칙이 대신한다.

10일 중국 베이징의 인민대회당 앞에서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오는 16일부터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3연임을 결정할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두고 삼엄한 경계태세에 들어갔다. [연합]

이 때문에 현재 수석 부총리인 한정이 이번 당대회에서 상무위원에 남아 리커창 총리의 후임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또 지난 3월 퇴임을 예고했던 리커창 총리는 총리직에서는 물러나지만, 7인의 최고지도부에는 남을 것이라는 전망도 최근 부상하고 있다. 나이가 아직 남은 왕후닝 중앙서기처 서기가 상무위원에서 물러나 국가부주석을 맡을 것이라는 소문도 돈다.

시진핑 후계자 과연 지정될까...60년대생에 주목

이번 20대의 가장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는 시진핑을 이을 차세대 지도자를 지정할 것인가이다.

중국 공산당은 50대 초중반 정치인을 상무위원으로 발탁해 후계자로 정치 수업을 시켰었다. 후진타오 전 주석과 시진핑 현 주석은 각각 1997년과 2007년 당대회에서 54세로 상무위원이 됐다. 두 사람은 이변 없이 최고지도자에 올랐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59세인 후춘화 부총리가 최연소 후보다. 상무위원단에 진입할 수 있는 중앙정치국의 25명 가운데도 50대 초중반은 없다.

차기 상무위원 또는 총리 물망에 오른 1960대생 정치 주자. 왼쪽부터 후춘화 부총리, 딩쉐샹 당중앙판공청 주임, 천민얼 충칭시 서기.

후 부총리는 4명의 국무원 부총리 가운데 서열 3위로 농업 분야를 관장하고 있다. 그는 1963년 후베이(湖北)성 출생으로, 1979년 베이징대에 문과수석으로 입학했다.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출신인 그는 시진핑 계열이 아니다. ‘리틀 후’라는 별명에서 보듯 그는 후진타오 전 주석 계파다.

후 부총리는 중국의 변방인 티베트에서 무려 14년을 근무했고, 역시 변방인 네이멍구에서 당 서기를 역임했다. 2008년 허베이성 대리성장 시절 ‘싼루(三鹿) 독분유(멜라민 분유)’ 사건을 잘 처리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시진핑의 집권 2기를 앞두고 한때 강력한 후계자로 부상했었다. 특히 경쟁자였던 쑨정차이 충칭시 서기가 낙마하면서 그가 유력한 1인으로 남았다. 하지만 후 부총리는 19대에서 상임위원에 오르지 못하면서, ‘후계자’라는 꼬리표가 흐지부지 됐다.

이번 20대에서 후 부총리는 상임위원에 새로 진입하는 가장 강력한 후보로 여겨진다. 리커창 총리의 후임으로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다만 총리에 오를 경우 시진핑 후계자에서는 아예 탈락이다. 총리는 10년의 임기를 수행할 뿐, 차기 국가 주석으로 선출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 외에 20대 신입 상무위원 후보 물망에 오른 60년대생으로는 딩쉐샹(60) 중앙판공청 주임, 천민얼(62) 충칭시 서기 등이 있다.

딩쉐상 주임은 1962년 장쑤성 출생으로, 동북중형기계학원을 나온 엔지니어 출신이다. 1999년 상하이시 과학위 부주임, 인사국장 등을 역임했고 시진핑이 상하이 시 서기를 맡았던 2007년 같이 일하며 인연을 맺었다. 2013년 중앙판공청 부주임으로 발탁됐고, 이후 시 주석의 국내 시찰과 해외 방문에 동행하며 시 주석의 오른팔로 꼽힌다.

천민얼 충칭시 당서기 역시 시 주석의 최측근이다. 그는 저장성 출신으로, 시 주석이 저장성 서기 시절 함께 일했다. 그는 시 주석이 가장 신뢰하는 ‘시진핑의 입’이었으며, 시진핑 사상의 충실한 옹호자로 여겨진다.

천 서기는 주로 선전부(홍보)에서 정치 경력을 쌓았고, 저장성 당기관지인 저장르바오의 책임자도 역임했다. 그는 유력한 차세대 주자였던 쑨정차이 전 충칭서기 후임으로 발탁됐는데, 홍보 전문가답게 충칭에서 시 주석의 '정적'이었던 보시라이 전 서기와 전임 쑨정차이 지우기에 큰 공을 들였다는 얘기가 돈다.

‘뉴페이스’ 대신 검증된 기존 인물 ‘재활용’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왕양 정협 주석.

반면 일각에서는 1955년생인 왕양 정협 주석의 서열이 한 단계 올라가고 내년 3월 전인대에서 리커창 총리의 후임에 오를 수 있다는 설도 나온다. 왕 주석은 광둥성 서기 시절 시장이 주도하는 경제개혁을 주창한 인물이다. 왕 주석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광둥성의 금융기관과 중소기업들이 도산 위기에 저했을 때도 “시장 원칙을 거스르는 인위적인 지원은 없다”며 시장경제가 우선한다는 원칙을 지켰다.

이는 시 주석이 내세우는 국가가 주도하는 경제 발전, 모두가 함께 잘 살자는 ‘공동부유’와 배치된다. 이에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의 리청(李成) 연구주임은 “만약 왕양을 차기 총리로 발탁한다면 중국 경제에 엄청난 정책적 변화가 올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왕치산 중국 국가 부주석(가운데)이 이끄는 중국 대표단이 18일(현지시간) 런던 웨스트민스터 홀에 안치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관을 바라보며 참배하고 있다. [연합]

심지어 왕치산 국가 부주석이 상무위원에 재진입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왕 부주석은 12일부터 13일까지 중국 대표단을 이끌고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에서 열리는 아시아교류·신뢰구축회의(CICA) 제6차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그는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고, 9월 8일 서거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국장에도 중국 대표로 참석했었다. 왕 부주석은 올해 74세지만, 시진핑의 측근으로써 여전히 중요한 활동을 이끌고 있다.

이에 20대 최고 지도부 인선은 결국 시진핑의 의중에 달렸을 뿐 ‘원칙은 없다는 게 원칙’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해 보인다.

당대회 사흘 앞인데, 베이징에 '독재 타도' 현수막...초유의 사태, 통제 강화될 듯
13일 중국 베이징시 하이뎬구의 다리에 반정부 구호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트위터]

한편 중국 정부가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통행 제한은 물론이고 언론과 소셜미디어까지 최고도의 통제에 들어간 가운데 베이징에서 '시진핑 독재 타도' 현수막이 걸려 비상에 걸렸다.

13일 베이징대·칭화대·인민대 등 중국 유명 대학들이 밀집해 있는 베이징시 하이뎬(海淀)구 사거리 고가도로 위에 2장의 현수막이 걸렸다. 빨간색으로 크게 새긴 현수막에는 ‘PCR 검사 대신 밥을, 봉쇄 대신 자유를’, ‘거짓말 대신 존엄을, 문혁(문화대혁명) 대신 개혁을’, ‘영수 대신 투표를, 노예 대신 공민을’이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또 다른 한 장의 현수막에는 ‘수업을 중단하고 파업한다. 이 나라의 도적인 시진핑을 파면하라’는 글이 적혔다.

현수막은 즉시 제거됐으며, 현수막 게시자는 현장에서 체포된 것으로 알려진다. 중국 정부는 즉각 언론 통제에 나섰으나, 일부 시민들이 촬영한 영상과 사진을 해외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면서 외부로 알려졌다.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톈안먼 민주화 시위의 주역인 왕단(王丹·52)은 “누가 중국에 용기 있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는가”라며 “이 무명 중국인의 용기는 충격적이며 그는 현 중국의 새로운 ‘탱크맨’”이라고 말했다. 1989년 6·4 톈안먼 사태 당시 맨몸으로 탱크를 막았던 중국 시민에 빗댄 것이다.

외부에서는 극심한 코로나 통제에 지친 시민들이 이번 현수막 시위를 시발점으로 추가 시위를 이어갈 지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번 초유의 사태로 인해 통제를 더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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