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리더스칼럼] 플랫폼 독점과 규제 경쟁
뉴스종합| 2022-10-24 11:08

전쟁으로 미사일이 난무하는 우크라이나에서도 스타링크의 지원으로 SNS가 정상 작동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데이터센터 화재 하나로 카카오를 사용하는 국민의 일상이 멈추는 사태가 터졌다.

이러한 먹통 사태를 계기로 그동안 플랫폼에 대한 자율규제를 중시하던 기조가 퇴조하고, 규제 논의가 활발해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및 불공정거래행위 심사지침’ 제정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규제를 신설하는 것은 아니지만 명확한 법 집행 기준을 제시하는 일종의 공정거래법 해설서를 지침으로 만든다는 입장이다.

국회에서도 그동안 미뤄왔던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온플법)’의 입법화 논의가 재점화될 전망이다. 대형 플랫폼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온플법은 전 정부 시절 입법을 추진했지만 플랫폼 업계의 반대, 관련 부처 간 이견 등으로 후순위로 밀렸었다. 그런데 이번 먹통 사태를 계기로 독점 플랫폼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커지자, 규제 당국도 경쟁적으로 규제방안을 다시 내놓고 있다. 이른바 규제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제 논의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우리는 플랫폼을 통해 지인과 소통하고, 각종 예약을 하며, 이동 수단을 부르고 대금 결제를 한다. 이처럼 플랫폼은 인간의 삶을 편리하고 풍성하게 해준 면이 있다. 반면 우리가 이러한 편리함에 익숙해진 사이에 플랫폼 기업은 개인정보를 비롯해 광범위한 데이터 축적과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해자를 구축한 후 막강한 힘과 영향력으로 세상을 지배하며 좌지우지하게 된다.

이에 플랫폼 기업을 적절하게 규제해 소비자와 관련 산업을 보호해야 하는지 논란이 생겼다. 자유주의 경제를 이상으로 삼는 시카고학파는 새로운 기술혁신이 나타나 기존의 플랫폼 제국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기를 기다리면 된다는 철학을 기초로 규제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하버드스쿨은 플랫폼 기업이 가진 강력한 독점력으로 인하여 새로운 혁신이 방해되고, 경쟁자의 등장을 막는다는 이유로 규제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한편 플랫폼 기업의 입장에서는 규제 여부에 따라 그 존립에 중대한 영향을 받는다. 즉 규제를 넘어서지 못하면 플랫폼 기업도 창의력이 고갈되어 무너질 수 있다. 한때 혁신적인 서비스로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으나 택시업계와의 갈등과 그에 따른 규제로 사업을 접게 된 우리나라의 차량공유 플랫폼 타다가 그러한 사례다.

사실 카카오 먹통 사태의 직접적 예방 및 해결방법은 데이터센터의 안전 관리 강화, 서버와 데이터 분산, 플랫폼 망 이원화 추진, 재난관리체계 점검 등이다. 그러나 이러한 해결방안은 뒷전으로 두고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다시 촉발된 온플법 제정논의나 온라인플랫폼 관련 심사지침 제정논의의 중심축이 규제 강화를 위한 경쟁으로만 흘러가서는 곤란하다. 플랫폼 기업은 혁신적인 사업방식에도 불구하고 규제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면 사업이 불가능하여, 이용자에게 편의와 효용을 줄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번 먹통 사태를 계기로 플랫폼의 독과점 폐해를 점검하고 공공재적 성격에 걸맞은 공익성, 안정성 등을 보강하는 것은 좋으나, 규제 논의가 힘을 얻은 틈을 타 과도한 규제를 다수 만들어 혁신 플랫폼 기업이 도태되게 하거나 새로 탄생하는 것을 가로막아서는 안 될 것이다.

이인석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d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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