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규제반대’ 바이낸스, 경쟁사 FTX 인수…“가상자산 거래 최대 사업자로”
뉴스종합| 2022-11-09 08:11
[로이터]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유동성 위기에 처한 경쟁사 FTX를 인수하기로 했다. 고객들의 자금 인출이 급증해 위기를 맞은 FTX에 대한 구원투수로 나선 것이지만, 가상자산 규제를 놓고 반대 측에 섰던 바이낸스가 시장 최대 사업자가 되는 것이어서 향후 규제당국과 충돌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바이낸스 설립자인 자오창펑(趙長鵬) 최고경영자(CEO)는 8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FTX가 우리 도움을 요청했다. 상당한 유동성 위기가 있다”면서 “바이낸스는 인수의향서(LOI)에 서명했지만 언제든 거래에서 손을 뗄 재량권이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에 따르면 샘 뱅크먼-프리드 FTX CEO는 이날 오전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지난 72시간 동안 FTX에서 약 60억달러가 인출됐다”고 설명했다.

자오창펑(왼쪽) 바이낸스 최고경영자와 샘 뱅크먼-프리드 FTX CEO. [로이터]

거래 조건은 알려지지 않았다. 올해 초 FTX의 가치는 320억달러로 평가됐다. 이 회사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미국의 블랙록, 캐나다의 온타리오교원연금계획 등이 투자했다.

자오 CEO의 발표는 FTX의 뱅크먼-프리드 CEO와 공개적으로 논쟁을 벌인 와중에 나온 것이다. 자오 CEO는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FTX의 토큰인 FTT 자산(5억2900만달러)을 전량 팔겠다고 지난 6일 발표했다. 재무적으로 취약하다는 보도가 나온 영향이었다. 이 때문에 FTT 가격이 50% 이상 급락했고, 뱅크먼-프리드 CEO가 소유한 자매사 알라메다리서치에 치명타를 가했다.

뱅크먼-프리드 CEO는 “경쟁사가 거짓 소문으로 우리를 노리고 있다”면서도 생태계를 위해 자오와 함께 일할 수 있으면 좋을 것이라고 했고, FTX의 자산은 괜찮다며 시장을 안정시키려 했다.

그는 이날 바이낸스로 회사를 넘긴다고 발표한 뒤엔 트위터에 “이것은 유동위기를 해소할 것”이라며 “모든 자산은 1대 1로 처리된다. 이게 우리가 바이낸스가 참여하토록 요청한 주된 이유”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두 CEO의 이런 움직임은 월스트리트에선 금지되는 것이지만, 시장이 형성된 지 10년 가량 지났어도 규제가 거의 없는 이 분야에선 드문 일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바이낸스는 가상자산 거래의 최대 플랫폼이 된다.

마렉스솔루션의 일런 솔롯 디지털자산 공동책임자는 “자오는 가상자산 업계에서 가장 강력한 인물로 올라섰다”면서 “그가 규제당국, 정책입안자와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길 원하는지에 대한 관점에서 그의 견해의 무게가 훨씬 강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룸버그는 자오 CEO가 규제를 반대했고, 뱅크먼-프리드 CEO는 규제 강화를 추진한 인물이었다고 전했다.

[로이터]

가상자산 업계는 지난 몇 년간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 테라와 루나의 지난 5월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으로 비트코인 등의 가격이 급락하고, 가상자산 대출업체 셀시우스네트워크가 파산했다.

바이낸스가 FTX를 인수하면 뱅크먼-프리드 CEO가 불안정한 가상자산 업계를 안정시키려던 노력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가 고전하는 가상자산 대출업체 블록파이에 2억5000만달러를 지난 6월 대출해주겠다고 밝혀 ‘구세주’라는 평가를 받은 점 등을 거론하면서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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