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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원 기업→2000억원으로 뚝...생존 위기 내몰린 IT스타트업
뉴스종합| 2022-11-17 11:40
15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일대 자료사진. 성남=임세준 기자

“투자금을 받아야 성장할 수 있는 스타트업체들은 지금 사면초가다. 외부에 공개하지 않을 뿐 생존 위기에 몰린 회사들이 한두 곳이 아니다. 자금난으로 문 닫는 업체들이 속출할 것이다.” (IT스타트업계 관계자)

수천억원의 돈이 몰리며 성공 신화로 주목받던 유망 스타트업 기업들이 불과 1년사이 생존 위기에 몰렸다. ‘헐값’ 신세로 전락했다. 1조원대의 기업가치를 자랑하던 ‘메쉬코리아(부릉 운영사)’는 회사 가치가 5분의 1로 폭락했다. 자금 조달을 위해 투자자들에게 읍소까지 불사하고 있다.

토종 OTT 대명사 ‘왓챠’는 경영난을 견디지 못해 매각을 추진 중이다. 업계에선 자금난 여파가 유니콘 기업 전체로 퍼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대로 가다간 스타트업 생태계가 붕괴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조원→2000억원 ‘부릉’...네이버·현대차에 ‘SOS’=업계에 따르면 배달대행 플랫폼 ‘부릉’ 운영사인 메쉬코리아는 네이버, 현대자동차, GS홈쇼핑 등에 500억원 규모의 긴급 증자를 요청했다. 신규 투자자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존 주주들에게 마지막 증자를 호소한 것이다. 창업주인 유정범 이사회 의장 명의로 서면이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메쉬코리아는 운영 자금 마련을 위해 유정범 의장과 김형설 부사장 지분을 담보로 오케이캐피탈에 고금리로 360억원을 대출받았다. 지난 15일이었던 만기를 일시 연장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연장 과정에서 법정관리 및 인수·합병(M&A)이 거론됐다. 대출금을 이른 시일 내에 상환하지 못하면 네이버 등 기존 주주들의 지분까지 소각될 위험에 처했다. 메쉬코리아는 지난해만 해도 1조원 수준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으며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하지만 현재 기업 가치는 2000억원 수준으로 폭락했다. 올 초 700억원에 달하는 신규 투자 유치에 나섰지만, 경기 불황으로 실패했다. 현재는 경영권 매각까지 추진 중이다.

기업들이 밀집한 서울 강남 테헤란로 일대 모습. [헤럴드경제DB]

▶매각설 ‘왓챠’, 38억원만 겨우 조달...급한 불만 껐다=토종 OTT 플랫폼 ‘왓챠’도 자금난에 허덕이며, 회사를 매각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생존 위기에 몰린 왓챠는 38억원 규모의 긴급 자금만 겨우 확보했다. 창업자인 박대훈 대표의 개인적 네트워크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1년도 안돼 기업 가치가 5000억원에서 780억원으로 폭락했다. 지난 2월 왓챠는 웹툰과 음원을 아우르는 종합 콘텐츠 구독 플랫폼으로의 진화인 ‘왓챠 2.0’ 프로젝트를 선언했다. 하지만 투자 난항으로 매각설이 불거지며 지연됐다.

▶“이러다 우리도”...스타트업 생태계 붕괴 우려=메쉬코리아, 왓챠 등 내로라하던 스타트업체들이 휘청이며 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팽배하다. 당근마켓, 마켓컬리 등 유니콘 반열에 오른 기업들도 긴장하고 있다. 자금 지출을 최소화하며, 내실 다지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스타트업 대표적인 성공 신화 당근마켓은 대기업 광고는 받지 않겠다던 기존 방침을 깨고 ‘브랜드 프로필’ 서비스까지 시작했다.

스타트업계 관계자는 “스타트업 투자가 말 그대로 꽁꽁 얼어붙었다. 자금난으로 성장은 꿈도 못꾼다”면서 “많은 기업이 인력을 감축하거나 운영비를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지 기자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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