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3분기 기준 2006년 이후 최대폭 감소
실질 지출 0%대 증가에도 불구 가계 여력 사라져
다음해 경기침체 예상 속 가계 소비여력 상실
긴축하며 가처분소득 늘려야…딜레마적 숙제 받은 정부
이진석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이 17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3/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올해 3분기 ‘실질 가계 처분가능소득’이 2006년 통계 개편 이후 3분기 기준 최대폭 감소했다. 실질 가계지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 아니라 실질 가계소득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재난지원금 등 이전소득을 늘리는 정책이 사라지자 가계의 소비 여력이 급감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 입장에서는 긴축 재정을 유지하면서 가처분소득을 늘려야 하는 딜레마적 숙제를 받았다. 가처분소득이 감소하면 소비심리는 더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고물가 국면 이후 내년 경기침체에 대비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게다가 이전소득 감소는 저소득층에게 보다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재정 이용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분배 정책도 강화해야 하는 셈이다.
18일 통계청 ‘2022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명목상 처분가능소득은 전년동분기 대비 2.0% 늘었다. 물가가 오른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전년동월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7월 6.3%, 8월 5.7%, 9월 5.6%를 기록했다.
그러나 실질적인 처분가능소득은 전례가 없이 감소했다. 전국가구 실질 가계수지 증감률 추이에 따르면 실질 처분가능소득은 전년동분기대비 3.6% 감소했다. 2018년 3분기 2.2%대 감소를 기록하긴 했지만, 3%대로 내려선 일은 없다.
문제는 실질 처분가능소득 감소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인한 소비 폭발로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단 점이다. 실질 처분가능소득은 실질 소득에서 실질 소비지출을 제외한 값이다. 명목상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70만2000원으로 1년 전보다 6.2% 증가했지만, 실질 소비지출은 0.3% 증가에 그쳤다. 물가상승으로 명목상 지출은 늘었지만, 가구 씀씀이가 크게 늘진 않았다.
반면, 실질 소득은 2.8% 줄었다. 13년만에 최대폭 감소다. 항목별로 보면 결국 재난지원금 등 재정을 이용한 분배 정책이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소득을 구성하는 하위 항목 중 사업(5.8%)·재산(21.6%) 소득은 오히려 증가했다. 근로소득(-0.4%)도 소폭 감소에 그쳤다. 비경상소득은 21.3%나 늘었다. 그런데 이전소득이 23.3% 감소하면서 경상소득(-3.1%)을 끌어내렸다.
정부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실질 소비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재정분배 정책을 포기하는 동시에 실제 가처분소득을 끌어올려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 처분소득이 사라지면 가계의 소비나 투자 여력이 사라진다. 주식·채권시장이 냉각하는 상황에서 기업 자금조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저소득층이 비교적 큰 고통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실제로 전체 가계 중 하위 20%(1분위)만 나홀로 소득이 감소했다. 하위 20%와 상위 20%(5분위) 간 소득 격차는 5.75배로 분배도 악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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