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깃털 무게라도 더…뼈를 깎는 노력, ‘플랫폼 경쟁’ [전기차, 멀리 가야 이긴다]
뉴스종합| 2023-01-22 08:50

현대차그룹 전기차 플랫폼 E-GMP. [현대차그룹 제공]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E-GMP는 상당한 안전성을 자랑하는 플랫폼입니다. 또 경쟁 차종 대비 실내가 매우 넓다는 강점도 갖고 있죠.”

지난 12일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 충돌안전평가 미디어데이에서 발표자로 나선 백창인 현대차 통합안전개발실장(상무)이 프리젠테이션을 하면서 자체 플랫폼 E-GMP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현대차그룹이 만드는 전기차는 앞으로도 E-GMP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할 것”이라며 자체 플랫폼을 높이 평가했다.

실제 E-GMP 플랫폼을 활용한 전기차 아이오닉5와 EV6는 세계 시장에서 안전성과 성능 모두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과 영국, 한국, 심지어 국산차의 불모지로 불리는 일본에서도 지난해 ‘올해의 전기차상’이나 ‘올해의 수입차상’ 등을 휩쓸었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전기차 플랫폼’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전에는 내연기관차 차체를 활용해 전기차를 제작했지만, 최근에는 자체 전기차 플랫폼을 따로 만들어 효율을 높이는 추세다. 실제 전기차 전용으로 제작된 플랫폼은 배터리, 모터, 감속기 등 무게를 전부 고려하게 돼 전체적인 성능을 개선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 2020년 선보인 E-GMP가 대표적이다. 넓은 휠베이스를 확보해 경쟁 차종보다 실내 공간이 넓다는 것이 장점이다. 또 1회 충전으로 최대 500㎞를 달릴 수 있는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할 수 있다.

또 800V(볼트)의 고전압 시스템 충전까지 지원해, 충전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실제 아이오닉5와 EV6 등 E-GMP를 기반으로 제작된 차들은 배터리를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데 약 20분 걸린다.

무엇보다 E-GMP의 모듈화를 통해 다양한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다. 오는 2030년까지 E-GMP를 기반으로 한 17종 이상의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한다는 현대차그룹의 계획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현대차는 다른 전기차 플랫폼 개발도 준비하고 있다. 오는 2025년을 목표로 승용 전기차 전용 플랫폼 ‘eM’을 설계하고 있다.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전기차 전용 플랫폼 ‘eS’도 같은 해 출시한다.

폭스바겐그룹의 전기차 플랫폼 MEB. [폭스바겐그룹 제공]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전용 플랫폼을 선보이고, 전동화 전환에 속도를 내는 양상이다. 폭스바겐이 지난해 선보인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ID.4에 들어간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MEB도 마찬가지다.

MEB는 현대차 E-GMP보다 ‘가용성’이 더 높은 플랫폼이다. 세단부터 SUV, 7인승 이상의 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차종에 적용할 수 있다. 또 개발 과정에서 차축부터 동력계, 휠베이스, 무게 배분에 이르기까지 전기차에 최적화된 설계를 통해 주행거리가 길다.

MEB는 전기차 라인업인 ▷ID.3 ▷ID.4 ▷ID.6 ▷ID.버즈 ▷ID.에어로에 적용됐다. 폭스바겐그룹은 MEB 이외에도 아우디 e-트론에 적용된 MLB evo, 포르쉐 타이칸에 사용된 J1, 프리미엄 전기차 전용 PPE 등 다양한 전용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벤츠도 전기차 전용 플랫폼 EVA를 선보였다. 배터리를 차체 바닥에 장착하면서 알루미늄 비중을 줄였다. 대표적인 라인업은 EQ 시리즈다. S클래스의 전기차인 EQS도 출시했다. E클래스 전기차인 EQE, SUV 모델인 EQS SUV, EQE SUV도 곧 시장에 나온다.

전기차 업계 관계자는 “좋은 플랫폼은 범용성이 크면서도, 한편으로 배터리와 충전 효율성을 높일 수 있게 설계가 돼야 한다”면서 “플랫폼이 향후 선보일 새로운 모델의 방향성인 만큼, 더 다양한 종류의 전기차 플랫폼이 시장에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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