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프로포폴 상습투약’ 유아인 소환조사
법조계 “과잉처방 입증 관건…쉽지 않아”
과거 판례서도 수십회 처방에 벌금형 그쳐
유아인 [OSEN] |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프로포폴 상습투약 혐의를 받는 배우 유아인(36)이 경찰 조사를 받은 가운데, 법조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과잉진료’ 입증이 까다로운 만큼 벌금이나 집행유예 등의 처벌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주로 나온다.
1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는 유씨를 출극금지 조치하고 지난 5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또 지난 8~9일 이틀에 걸쳐 강남구와 용산구 일대 성형외과 등 병·의원 다수를 압수수색해 관련 의료 기록을 확보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현재 경찰 의뢰를 받아 유씨의 모발 등을 감정하고 있다.
수면마취제 프로포폴은 오·남용시 강력한 충동과 정신적 의존성을 유발하거나, 호흡기능과 심장 기능 저하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식약처는 지난 2011년부터 프로포폴을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유씨 처벌에 대해선 의사의 ‘과잉처방’ 여부 입증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홍성호 법률사무소 고미 변호사는 “아무리 프로포폴을 투약할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투약 기간이 너무 길거나, 빈도가 잦다면 의료적 목적이 아니라 중독에 따른 과잉처방이었음이 인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프로포폴 처방은 의사 판단에 따라 이뤄지는만큼 유죄 입증이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마약 범죄 전문가인 박진실 법무법인 진실 변호사는 “프로포폴을 의료적 목적이 아니라 의사의 과잉진료로 투약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게 관건”이라며 “다만 환자가 프로포폴을 다량 투약할 수밖에 없는 특이한 체질이었다든지, 특수한 상황에 처해있었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의사의 처방권한이기 때문에 입증은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홍 변호사 역시 “최근 돈스파이크의 경우에도 필로폰을 투약했음에도 집행유예 판결이 나온 것과 비교해보면 유씨 역시 집행유예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본다”며 “개인이 구매해서 음성적인 영역에서 투약하는 다른 마약과 달리 프로포폴은 의사 처방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의사와 과실을 분담하게 되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11일 서울북부지법은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총 14차례에 걸쳐 필로폰 등 마약을 투약한 혐의를 받는 돈스파이크(46·김민수)에 집행유예 판결을 내렸다. 돈스파이크의 경우 마약 전과가 있지만 마지막으로 처벌받은 시점이 10여년 전으로 오래 전이다.
실제로 대법원 판결서 열람시스템을 통해 살펴본 프로포폴 상습투약 관련 최근 재판을 보면, 수십회에 걸쳐 프로포폴을 투약했더라도 벌금형에 그친 경우가 많았다. 지난 2018년 한 의원에서 수면 마취가 필요 없는 필러 시술에서 프로포폴 투약을 요구한 것을 시작으로 3년간 병원 18곳을 돌며 프로포폴을 57차례에 걸쳐 투약한 A씨는 벌금형 500만원을 선고 받았다. 마약류 범행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의사와 환자가 공모한 사실이 드러난 경우에도 양측 모두 벌금형에 그친 사례도 있었다. B씨는 수면장애를 호소하며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의사 C씨를 통해 270회에 걸쳐 프로포폴 4880ml를 투약했다. 그러나 B씨와 의사 C씨는 각각 벌금형 500만원, 2000만원을 선고받는데 그쳤다. 재판부는 B씨에 대해 “투약횟수와 투약한 양이 매우 많다”면서도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C씨에 대해서는 “위법성에 대한 인식이 크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실상의 마약 유통책 역할을 하는 의사들에 대해 무거운 처벌을 내려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범진 아주대 약학대학 교수(마약퇴치연구소장)는 “이번에 문제된 프로포폴뿐 아니라 펜타닐 역시 진통제 명목으로 몇몇 의사들을 통해 무분별하게 처방되는 측면이 있다”며 “이런 의사들에 대해 법적으로 더 무겁게 다루고, 처벌 및 단속 기준을 보다 면밀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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