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현대서울 ‘다나카·영탁 팝업’ 가보니
2월 2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더현대 서울에 문을 연 영탁 팝업스토어에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선 팬들의 모습. [현대백화점 제공] |
더현대 서울에 문을 연 다나카 팝업스토어. 이정아 기자 |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웃겨서 미치겠네. 다나카 굿즈, 뭔데 짜증나게 갖고 싶은 건데….” (경기 수원에서 온 20대 고객)
“우리 영탁이, 손그림도 이렇게 잘 그리네. 어쩜 못하는 게 없을까.” (경북 안동에서 온 50대 고객)
2일 오후 3시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더현대 서울 지하 1층. 120평에 이르는 이벤트 플라자에 구름 같은 인파가 몰렸다. 수백 명이 몰린 이곳이 누군가에게는 번잡한 곳일 수 있겠지만, 다나카와 트로트 가수 영탁(본명 박영탁)의 팬에게는 의미가 남달랐다. 세대와 장르를 불문하고 ‘덕질(한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해 파고드는 일)’이 시작된 쇼핑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더현대 서울에 문을 연 다나카 팝업스토어. 이정아 기자. |
더현대 서울에 문을 연 다나카 팝업스토어. [현대백화점 제공] |
바로 이 백화점에 개그맨 김경욱 씨의 ‘부캐(부캐릭터)’인 다나카와 가수 영탁의 팝업스토어가 벽을 마주하고 열렸다. ‘다나카 팝업’에는 대부분 20~30대, ‘영탁 팝업’에는 주로 40~60대인, 백화점에서 보기 드문 광경이 한눈에 펼쳐졌다.
‘팝업의 성지’로 꼽히는 더현대 서울도 부캐와 트로트 솔로 가수와 함께 팝업을 기획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체 기획을 한 추원(36) 현대백화점 책임은 “1월 말부터 준비했다. ‘꽃’을 주제로 영탁은 직접 드로잉을 해줬고, 다나카는 ‘꼬ㅊ’ 굿즈를 새로 만들었다”며 “다른 백화점에서는 볼 수 없는, 오직 더현대 서울에서만 볼 수 있는 ‘차별화’ 된 콘텐츠에 특히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더현대 서울에 문을 연 영탁 팝업스토어. 이정아 기자. |
실제로 영탁 팝업의 경우 오픈 첫날인 2월 25일에 대비해 1000여 명에 달하는 인파가 전날인 2월 24일 오후 4시부터 ‘오픈런(매장문이 열리자마자 달려가 구매)’을 위한 줄을 섰을 정도로 북새통을 이뤘다. 더현대 서울 측이 하루 700명으로 입장을 제한했을 정도다. 전주, 광주, 진도, 거제 등에서 서울로 온 단체버스가 새벽 시간인 오전 4~5시에 백화점 앞에 연이어 도착하는 일도 벌어졌다. 예상을 넘는 방문객 덕에 영탁 팝업의 굿즈는 완판 행진을 이어갔고, 오픈 이틀 만에 매출 3억원을 달성했다.
더현대 서울에 문을 연 영탁 팝업스토어. 이정아 기자. |
더현대 서울에 문을 연 영탁 팝업스토어. 이정아 기자. |
2일에도 영탁 팝업에는 영탁을 상징하는 파란색의 다양한 굿즈를 장착한 사람들이 꺄르르 웃으며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찐이야’ 등 노래를 흥얼거렸다. 영탁 팬인 부모님을 모시고 온 박민지(26) 씨는 “3시간이나 걸려서 (팝업에) 왔는데 영탁이 손그림으로 그린 그립톡, 머그컵, 컵받침, 배지, 안경닦이 등 굿즈가 모두 품절이라 마음이 아팠다. 부모님이 이렇게나 아쉬워 하시는 모습을 처음 봤다”며 “대신 포토카드를 받을 수 있는 목걸이를 사드렸다”고 했다.
영탁의 작업 공간, 무대 의상, 애장품, 비하인드 영상 등이 오디오 해설 형식으로 전시된 팝업에서 1시간가량 시간을 보내는 40~80대 팬들도 눈에 띄었다. 2일 하루 동안에도 출입구 통로에는 수백 개에 달하는 형형색색의 손편지가 붙었다. 디퓨저, 러그 등 20만원어치 굿즈를 구입한 최진(52) 씨는 ‘영탁님 공간에서 함께 숨쉬는 것 같아 행복합니다’라고 적은 포스트잇을 벽면 한 켠에 붙였다. 영탁 팝업 관계자는 “팝업 오픈 이후 매일 50여 명이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팝업에 와서 ‘출석 도장’을 받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영탁 작업 공간을 그대로 재현한 팝업스토어 내부. 이정아 기자. |
불과 10m 떨어진 다나카 팝업에서는 다나카 유행어인 “오이시쿠나레 모에모에쿵”을 읊조리며 다나카 등신대에서 포즈를 따라하는 20~30대 고객이 많았다. 다나카 팬이라는 박모(36) 씨는 “다나카 인스타그램 포스팅을 보고 팝업스토어 오픈 소식을 알게 됐다”라며 “티셔츠, 반지, 목걸이를 구입했다. 블랙 버니 토이 세트도 사고 싶었지만 이미 품절이었다”라고 말했다. 박슬미(28) 씨는 “사실 굿즈를 살 생각이 없었는데, 여기 와서 보니 (다나카가) 너무 치명적이다”라고 말했다.
더현대 서울에 문을 연 다나카 팝업스토어. 이정아 기자 |
웃돈이 얹어져 리셀 판매 중인 다나카 굿즈. [온라인몰 캡처] |
2월 24일 문을 연 다나카 팝업에는 2일까지 일주일 동안 6000명이 다녀갔다. 팝업스토어 오픈 기간 동안 매일 아침마다 다나카 팝업스토어 앞에는 입장을 준비하는 고객들만 100여 명에 달한다. 오픈 이틀 만에 굿즈 매출만 1억원을 넘어섰다.
다나카 팝업에는 Z세대에서 인기가 높은 패션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 굿즈가 유독 두드러졌다. 이번 팝업스토어 기획을 위해 다나카는 더현대 서울의 협조를 받아 마땡킴, 다크룸, AEAE, 스컬프, 시낙, 일리고, 아크메드라비, 킴스토일렛, 스미스앤레더 등 브랜드와 손잡고 티셔츠, 후디 등 의류부터 모자, 스마트폰 케이스, 액세서리 등의 굿즈를 제작했다. 4월 말부터는 더현대 대구에서도 다나카 팝업스토어가 진행될 예정이다.
ds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