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경기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의 한 3층짜리 빌라 2층에서 불이 나 나이지리아 국적 어린 남매 4명이 숨졌다. 사진은 이날 경찰과 소방 등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지난 27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 다세대주택에서 발생한 화재로 자녀 4명을 잃은 나이지리아인 A씨(55)가 "창문을 깨서 아이들을 탈출시키려 했으나 실패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 안산단원경찰서는 숨진 4남매의 아버지인 A씨를 전날 대면조사한 결과, 이 같은 진술을 확보했다고 29일 밝혔다.
A씨는 "잠결에 보니 현관문 근처 멀티탭에서 스파크가 나면서 불이 붙었고, 집 안에 연기가 가득 찬 상태였다"며 "안방 문을 두드려 이 사실을 알린 뒤 밖으로 나와 주먹으로 창문을 깨려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재 당시 A씨는 거실에서, 아내인 40대 B씨는 자녀 5명과 안방에서 잠을 자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화재를 가족들에게 알린 뒤 실제로 밖으로 나가 창문을 일부 깼으나, 치솟는 불길에 주민들이 만류하자 아이들을 구조하진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B씨는 막내인 2살 딸만 데리고 겨우 대피했고, 11세·4세 딸과 7세·6세 아들은 결국 화마에 스러져 안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7일 오전 경기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의 한 3층짜리 빌라 2층에서 불이 나 나이지리아 국적 어린 남매 4명이 숨졌다. 사진은 불이 난 빌라. [연합] |
경찰 관계자는 "우선 A씨의 진술만 확보했고, B씨는 건강과 마음을 좀 더 추스른 뒤에 조사할 예정"이라며 "이들이 탈출한 경로가 달라 정확한 경위는 B씨 진술을 확인해봐야 알 수 있을 듯하다"고 설명했다.
A씨 부부는 대피 과정에서 화상 등을 입어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아내 B씨는 허리 등에 큰 부상을 입은 데다 자녀들을 잃은 슬픔에 공황 증세까지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27일 오전 3시 28분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의 한 3층짜리 빌라 2층에서 불이 났다. 화재는 출동한 소방대에 의해 40여분 만인 같은 날 오전 4시16분께 진화됐다.
건물 1층은 반지하 구조여서 불이 난 2층이 사실상 1층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 가족이 살고 있었던 주택은 21㎡ 넓이에 작은 방 2개와 화장실과 거실이 있는 구조로, 이날 화재로 집 한 채가 완전히 소실됐다.
부검 결과 숨진 아이들의 사인은 '화재로 인한 질식사'인 것으로 잠정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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