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일본 보조금 주고, 대만 반도체 공장 짓고 사람 뽑아…중국 눈치에 한국만 ‘왕따’? [비즈360]
뉴스종합| 2023-04-06 14:54
대만 TSMC의 자회사인 JASM이 최근 일본의 대학·대학원을 졸업한 125명의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일본 구마모토에서 첫 입사식을 했다. [TSMC 제공]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칩 위탁생산) 1위 기업인 대만의 TSMC가 일본 자회사의 현지 신입직원들을 처음으로 채용하며 두 나라 인재 협력의 물꼬를 텄다. 최근 미국이 자국 반도체공장 보조금 지원에 대한 까다로운 요건을 제시하며 ‘칩 4’를 구성하는 한국, 대만, 일본의 반발이 커진 가운데 대만과 일본의 협력관계가 강화되며 한국만 외따로이 서 있는 모습이다. 중국 시장을 버릴 수도 없는 한국의 반도체 협력파트너에 대한 모색 필요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외신 등에 따르면 대만 TSMC의 자회사인 JASM은 최근 일본의 대학·대학원을 졸업한 125명의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일본 구마모토에서 첫 입사식를 했다. 이 자리에서 호리타 유이치 JASM 사장은 “TSMC의 구마모토 진출이 일본 반도체산업의 성장 기회가 될 수 있기에 신입사원들에게 사명감을 가지고 업무에 임해 달라”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정부는 극심한 부족 현상을 보이는 반도체의 안정적인 조달을 위해 세계적 반도체기업인 TSMC의 본토 공장 건설 유치에 힘을 쏟은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미지센서 세계 1위 소니가 이미 공장이 있는 일본 구마모토에 TSMC의 새로운 공장을 지난해부터 짓게 됐다.

TSMC의 제조 자회사이자 소니·덴소가 출자한 회사인 JASM은 일본 정부로부터 최대 4760억엔(약 4조5352억원) 보조를 받아 공장 건설을 맡고 있다. JASM은 TSMC와 소니가 각각 70억달러(약 8조2000억원)와 5억달러(약 6600억원)를 투자했다. 덴소 역시 3억5000만달러(약 4600억원)를 출자했다. 신설되는 공장에선 구형 공정에 해당하는 12~28나노미터(㎚·1나노는 10억분의 1m) 공정의 반도체 제품을 생산한다. 로직 반도체를 월 5만5000장(300㎜ 웨이퍼 환산) 생산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소니의 주력 제품인 카메라용 이미지센서와 덴소의 사업과 연관된 차량용 제어 반도체 마이크로컨트롤러(MCU)가 대상이 될 전망이다.

구마모토의 현지의 TSMC 새 공장은 현지인 채용에 중점을 두고 신입사원과 중견사원을 포함해 약 1700명을 뽑을 것으로 관측된다. 본격적인 출하는 2024년 12월부터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입사한 125명은 일본에서 연수를 받은 뒤 대만의 TSMC 공장에서도 약 6개월간 연수받을 예정이다. JASM 측은 내년에는 올해보다 20% 신규 채용을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통해 일본과 대만의 TSMC가 각각 윈-윈 관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이다. 최근 일본 경제산업성은 국가 반도체 전략을 논의하는 전문가회의에서 ‘반도체·디지털 산업전략’ 개정안 초안을 공개하며 일본 정부가 2030년에 반도체산업 매출액을 2020년의 3배인 15조엔(약 148조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일본 정부가 이번에 제시한 수치는 기존 전략의 목표치인 13조엔(약 128조원)보다 2조엔 많다.

일본 구마모토의 TSMC 공장 건설 현장. [교도통신]

일본 정부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업체인 대만 TSMC의 구마모토 공장이 일본 주요 기업 8곳이 함께 설립한 반도체기업 라피더스의 홋카이도 치토세 공장과 더불어 반도체산업 부흥을 이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TSMC로서는 생산기지 다변화를 모색하며 일본을 중요한 파트너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대만 TSMC는 중국과 안보 갈등을 빚는 미국·일본과 삼각 체제 구축을 통해 글로벌 점유율과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기조다. 다만 최근 미국이 자국 반도체공장 건설 시 보조금 지급요건을 까다롭게 제시하면서, TSMC가 보조금 지급요건이 과하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미국의 반도체공장 추가 건설에 유보적인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때 미국이 아닌 일본과 협력방안 모색해 반도체 생산시설 확장에 대한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메모리반도체기업들은 생산기지를 중국에 둔 데다 중국 판매비율도 높아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행보에 선뜻 나서기 힘든 모습이다. 삼성은 전체 낸드플래시 반도체의 30~40%를 중국 시안에서, SK하이닉스는 전체 D램의 절반가량을 중국 우시에서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찾으며 미국과의 반도체 협력 강화에 희망이 실렸으나 최근 미국의 반도체공장 보조금 지급요건 제시에 따른 국내 기업들의 피해 가능성이 커지며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대만을 중심으로 반도체 관련해 미국과 대만, 일본이 연합을 형성하고 한국만 홀로 중국에 압박을 받는 형국이 됐다”며 “미국에 한국이 없으면 ‘칩 4’가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없다는 점을 4월 정상회담에서 강조하고, 칩 4 내 파트너십을 장기적으로 강화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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