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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도 챗GPT 열풍…시진핑, AI까지 복종시킬까
뉴스종합| 2023-04-21 10:01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인공지능(AI) 기술이 혁신성장을 주도하면서 중국 업체들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동시에 이를 통제하려는 중국 당국의 시도도 노골화되고 있다. 이미 인터넷 장악에 성공한 중국 당국이 AI까지 ‘사회주의 체제’를 위한 통제 수단으로 삼을 수 있을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미국 오픈AI가 내놓은 챗GPT가 반향을 일으킨 뒤 중국 업체들도 속속 엇비슷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중국 바이두는 ‘어니봇’, 센스타임은 ‘센스챗’을 선보였다. 알리바바는 지난 11일 ‘천 가지 질문에서 나온 진실’이란 의미의 ‘퉁이 첸원’을 내놓았다.

공교롭게도 알리바바가 퉁이 첸원을 선보인 날 중국 사이버공간관리국(CAC)은 강도 높은 AI 규제 방안을 내놓았다. CAC는 AI서비스를 대중에 공개하기 전에 국가에 보안 평가를 제출하도록 했으며, 기업은 생성한 콘텐츠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또 국가 권력 전복을 시도하거나 통합과 사회 질서를 어지럽혀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AI는 사회주의 핵심 가치와 일치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퉁이 첸원이 ‘진실’을 말한다고 하지만 중국에서는 공산당이 진실을 정의한다”고 꼬집었다. 앞서 지난 2월 스타트업 위안위가 선보인 AI서비스 ‘챗위안’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러시아의 침략 전쟁”이라고 답했다가 사흘 만에 퇴출됐다.

지난달 16일 중국 바이두의 로빈 리 최고경영자(CEO)가 생성형AI ‘어니봇’을 소개하고 있다. [로이터]

새로운 기술이 나오고 그것을 통제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중국 당국의 시도는 익숙하다. 이미 2000년대 인터넷이 보급됐을 때 중국의 민주화 기대가 컸지만 당국은 오히려 강도 높은 검열과 차단으로 통제에 성공했다. 동시에 중국 기술 기업들의 성장까지 얻었다. 전세계 최대 소셜미디어(SNS) 기업으로 성장한 틱톡은 대표적인 예다.

중국은 AI도 이러한 전철을 밟아 기술성장이란 과실은 얻으면서도 민주화는 애초부터 싹을 틔우지 못하게 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AI가 만든 응답을 제어하는 것은 검색이나 SNS를 감시하는 것보다 더 복잡할 수 있지만 이념 통제를 강화할 수 있는 새로운 도전 과제가 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오로지 ‘진실되고 정확한’ 정보만을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하는 중국 당국의 요구는 새로운 정보와 열린 세계를 지향하는 AI와는 근본적으로 배치된다. 현 수준에서 가장 앞선 기술로 평가받는 챗GPT조차 일부 터무니 없는 답변을 하는 상황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중국이 미국, 유럽과 마찬가지로 초기엔 조금 느슨한 잣대를 들이댈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실제 상하이시는 사소한 규칙 위반은 처벌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중국 내 이용자들이 정치적으로 민감하거나 당국의 규제를 거스르는 주제를 원천적으로 막아주는 AI를 선호할 수 있어 중국 AI기업들이 이에 맞춰 알아서 규제 순응적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생각이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규제의 유연성은 다른 나라라면 좋은 것이지만 중국은 시 주석의 마음에 따라 규칙을 다시 만들고 선택하는 습관이 있다”고 비판했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이 중국 최대 핀테크 업체 앤트그룹 지배권을 포기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시 주석이 AI 산업 발전 과정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되면 중국 관련 기업들은 한순간 존폐의 위기에 내몰리게 되는 것이다.

다만 AI는 인터넷 검색을 차단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게 정보를 생성한다는 점에서 중국 당국의 선택적 규제가 얼마나 효과적일지 의문이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매트 시헌 석학회원은 “AI는 백만 가지 다른 주제에 대해 백만 가지의 다른 방식의 답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강력하다”며 “이 때문에 중국의 생성형AI 개발 업체들의 위험은 커진다”고 WSJ에 지적했다.

때문에 중국의 AI 분야 발전이 결국 기대한 만큼 놀랍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아시아 지역 AI개발을 이끌었던 에탄 투는 WSJ에 “중국은 독자적인 생성형AI를 갖게 되겠지만 최종 결과물은 바이두와 구글의 차이처럼 크게 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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