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내 리더십 위기 돌파 ‘반전카드’ 노리나
김기현 “대화 않고 논쟁만”…성사 불투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국회 앞에서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촉구 유가족 농성 시작 기자회견 후 이동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의 ‘일대일 회동’ 성사를 적극 압박하면서 최근 리더십 위기를 부채질한 ‘이래경 사태’ 반전을 노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거대 야당 대표로서 야당과 마주하는 ‘국정 파트너’임을 부각, 이 대표를 향한 당 안팎의 ‘사퇴론’ 등에 정치적 돌파구를 마련하려 한다는 포석이 깔려 있단 해석이다. 다만 양당 간 만남 형식을 놓고 논으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 대표와 김 대표는 7일까지도 회동 형식을 둘러싼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공개 토론을 하자는 이 대표와 달리 김 대표는 비공개 회동이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양측의 줄다리기만 열흘 넘게 이어지는 형국이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종료 직전 별도 발언을 통해 교착 상태인 김 대표와의 만남과 관련해 “자꾸 (회동) 형식을 가지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 문제를 갖고 지금 몇 주가 지나고 있다”며 “당장 오늘 오후도 좋다. 국회 로텐더홀에 의자와 책상 하나만 놓고 만인이 보는 가운데서 허심탄회하게 대화하자”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겉으로는 하자면서 뒤로는 실질적으로 반대하며 발목을 잡는 경우가 참 많은 것 같다. 말로는 (회동) 하자면서 실제 협의를 해보면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자꾸 미룬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당장 오늘 오후든, 내일이든, 모레든 다 좋다. 공개적으로 국정과 정치 현안, 민생에 대해 공개적으로 대화하기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면서 “이게 무슨 선거 국면의 후보들 간 토론회도 아니고 굳이 형식과 절차를 갖춰서 자꾸 미룰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시간이 되는 대로 아무 데서나 하자. 국민의힘 회의실도, 이 회의실(민주당 당 대표실)도 괜찮다. 아니면 국회에 다른 회의실도 많지 않으냐”고 덧붙였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당직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
김기현 대표 측은 민주당에 책임을 돌리고 있는 모양새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꾸 대화는 안 하고 논쟁만 하자고 하니까 답답한 노릇”이라고 말했다. 기자들이 이날 이 대표의 발언을 전하며 입장을 묻자 “대화는 논쟁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국정 현안을 아주 긴밀하게 이야기 나누는 그런 협상의 자리가 대화의 자리인 것이지, 토론하는 자리가 협상하거나 대화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어 김 대표는 “토론을 하자고 하시니까 얼마든지 좋다. 토론은 하는데, 여야 사이에 국정 현안을 협의하기 위한 별도 자리가 필요하다고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재명 대표는 현재 당내 리더십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이 대표가 통보 형식으로 단수 추천해 당 혁신위원장에 임명됐던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이 ‘천안함 자폭’ 발언 등으로 논란이 돼 9시간여 만에 자진 사퇴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지난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과 탈당한 김남국 의원의 거액 가상자산 논란의 위기를 타개하겠다며 빼든 혁신위 카드가 도리어 ‘자책골’이 됐다는 당 안팎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당장 친명(친이재명)계를 포함한 지도부 내에서도 부실 검증이란 비판이 나왔다. 앞서 이 대표는 인선 발표 하루 전날인 4일 저녁에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지도부에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을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하겠다는 인선 결과를 공유했다고 전해졌다.
이어 5일 오전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는 이래경 이사장의 인선을 공식 발표했다. 이 대표가 지도부 내에서도 내부 검증을 할 시간적 여유를 충분히 주지 않았다는 점은 비판을 더욱 키우는 대목이라는 지적이다.
이재명 대표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당 의원들의 총의를 모았던 새로운 혁신기구를 출범 전부터 불미스런 논란에 휩싸이게 한 책임이 이 대표에게 있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 자진사퇴와 비대위 전환을 요구하고 나섰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 대표의 당 혁신 의지를 평가한 뒤 판단하겠다던 ‘연말 비대위 전환론’에서 한 발 빨라진 모습이다.
5선 이상민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에서 “사법 리스크부터 자신의 결함을 안고 출발한 이재명 체제였고, 이후 ‘돈봉투’나 ‘김남국 의원 코인’ 건 등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중요 대목에서 이를 잘 하지 못했다”면서 “이 대표의 결함과 한계이기 때문에 이를 제거하려면 스스로가 퇴진하는 것이 맞다고 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선 김종민 의원도 SBS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계속해서 강성 지지층과만 함께 가겠다, 또는 국민 여론과 민심, 중도층 확장과 같은 것들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민주당 내 아마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면서 “민주당 내 큰 의견 대립이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 이 대표가 심각한 결단이나 판단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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