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정무위에 ‘정상적 절차 준수 권고 결의안’ 상정
“산업은행만 논의 전에 절차부터 진행” 지적
“대놓고 반대 못하니…” 우선처리법안 지정 대응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산업은행 부산이전 당정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의 박대출 정책위의장, 윤재옥 원내대표, 김주현 금융위원장, 강석훈 산업은행회장. [연합] |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제동이 걸렸다. 현재 서울에 있는 산업은행 이전에 필수적인 근거 법안이 국회에 계류되면서다. 개정안 처리를 촉구하는 국민의힘의 요구에 더불어민주당이 응하지 않으면서 법안 심사가 지연되고 있다.
민주당은 산업은행 이전에 대해 명확한 당론을 정하는 대신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고 있다. 근거법이 통과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정부의 사전 행정절차가 무효라는 지적이다. 이에 국민의힘에서는 “사실상 반대 입장이나 다름없다”는 말이 나온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산업은행 부산이전 당정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원내지도부에서 산업은행 이전을 위한 관련법 개정을 직접 챙기겠다”며 “우선처리법안으로 정해서 (민주당과)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협상을 통해 올 하반기 중 산업은행법 개정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앞서 서병수 의원이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상태다. ‘산업은행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는 조항에서 서울을 ‘부산’으로 변경하는 내용이 담겼다. 민주당에서는 김두관 의원이 서울을 ‘대한민국’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직접 법안을 챙기겠다고 나선 건 법안 심사가 기약없이 지연되고 있어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진작에 법안심사소위에서 심사가 이뤄져야 했지만, 여야 합의에 실패하면서 안건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지난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는 김종민 민주당 의원 등이 이름을 올린 ‘한국산업은행 이전의 정상적 절차 준수 권고 결의안’이 상정됐다. 결의안은 “산업은행 이전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관련법 개정부터 이전에 따른 혁신도시 전략 구상과 그 타당성의 검증, 이전 여부에 대한 노사 간 숙의 과정까지 일련의 절차들이 선행적으로 완료돼야 한다”며 “산업은행에 대해서만 사전적 절차에 대한 충분한 논의 전에 이전 절차부터 진행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이 같은 지적을 여당은 ‘사실상 반대’로 해석하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 부산 의원들은 이전에 찬성하는데, 중앙에서 반대하는 목소리가 더 큰 것으로 안다”며 “총선 때문에 대놓고 반대하지 못하니 절차를 지적하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 내에) 수도권 의석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데다, 노조의 반대도 있어 민주당이 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민주당 소속 부산·울산·경남(PK) 인사들은 지난 4월 국회에서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당시 김두관·김정호·민홍철·박재호·이상헌·전재수·최인호 의원과 서은숙 부산시당 위원장이 참석했다. 이들은 “공공기관지방이전특별법에 따르면 소관 행정기관의 장은 지방이전계획을 국토부 장관에게 제출하게 돼 있고, 국가균형발전위 심의를 거쳐 승인한다”며 절차에 ‘문제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산업은행 이전을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산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당론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다만 노무현 정부는 1차 공공기관 이전을 앞두고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는 데 3년이 걸렸는데, 산업은행 이전 문제는 그런 과정이 생략됐다”며 “오로지 총선만 생각해서 산업은행을 이전하면 각 지역 간 다툼으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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