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김강우 “뇌리에 남는 캐릭터 되고 싶다”
라이프| 2023-06-22 11:10

“‘남는 캐릭터’가 되고 싶어요. 어떤 작품을 하더라도 오래 남을 수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지향하는 바입니다.”

1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난 배우 김강우는 영화 ‘귀공자’에서 악역을 맡은 이유로 관객의 뇌리에 남는 역할을 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강우는 ‘귀공자’에서 재벌 2세 ‘한 이사’ 역을 맡았다. 한 이사는 피도 눈물도 없다.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그 어떤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한국에 도착한 한국계 필리핀인 마르코(강태주)를 쫓고 쫓는 과정에서 한 이사는 전문 킬러인 귀공자를 마주하게 된다.

그는 한 이사를 ‘거침없고 와일드한 상남자’라고 표현했다.

김강우는 “박훈정 감독의 영화에 나온 악역들은 지금도 회자될 만큼 캐릭터들이 남아 있어서 부담이 되긴 했지만, 한 이사는 한국 영화에선 이전에 없었던 인물”이라며 “재벌보다는 ‘이 공간은 내꺼야’라는 본능을 가지고 자기 욕망에 충실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 이사는 마초 중의 마초 캐릭터다. 자신의 뜻을 거스르는 자에겐 가차 없이 장총을 휘두른다. 그렇지만 인정할 것은 인정하는 상남자다. 심지어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운 순간에도 말이다.

그는 한 이사로 변신하기 위해 헤어, 걸음걸이, 말투 등을 바꾸는 것은 물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수사자의 이미지와 미국 서부 영화의 갱 모습을 참고해 캐릭터를 구축했다.

그는 “재벌이라는 배경을 가지고 나오기 때문에 전형적인 악역으로 보일 수 있는 요소들에 차별성을 주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김강우가 영화에 가장 주안점을 둔 점은 세 주인공 간의 팽팽한 긴장감이다. 영문도 모른 채 도망치는 마르코, 그리고 그를 쫓는 한 이사와 정체불명의 귀공자. 영화는 이들의 정체를 제대로 밝히지 않은 채 극도의 긴장감으로 스토리를 이끈다.

그는 “세 힘의 축이 팽팽하게 유지돼야 한다고 봤기 때문에 한 이사가 완벽하게 임팩트를 주지 않으면 영화가 재미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영화에서 끈끈하고 팽팽하게 쫓아가는 지점들이 한 캐릭터에 기울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한 이사의 극악무도한 악랄함은 비현실적이다. 그러나 그의 배경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기업 승계와 재산 상속이 최우선인 재벌 2세. 사학 비리도 개의치 않는다. 부하 직원들에겐 쌍욕을 일삼는다. 한 이사의 존재 자체가 영화의 현실감을 높이는 역할이라고 김강우가 강조하는 이유다.

그는 “영화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현실에서 보기 힘든 상황일 수 있기 때문에 재벌, 사학 비리 등의 요소로 내 주변에 있을 법한 인물로 만드는 것이 한 이사의 역할”이라며 “비현실적인 인물들이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왔을 때 현실감이 묻어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한 이사가 영화 내내 분노를 표출하거나 갑질만 하는 것은 아니다.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 순간, 예상치 못한 위트를 터뜨린다. 김강우의 다양한 애드립도 큰 힘을 발휘했다.

그는 박 감독의 차기작 ‘폭군’에도 합류해 지난 1월 촬영을 이미 마쳤다. 같은 감독의 작품에 연달아 출연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그의 어떤 이미지가 작용한 것일까. 그는 ‘정형화되지 않은 이미지’를 꼽았다.

“하나로 정형화되지 않은 이미지가 큰 것 같아요. 저 역시 스스로를 재단하거나 어떤 모습으로 규정하지 않으려고 해요. 그러한 모습이 보이는 것 아닐까요?” 이현정 기자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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