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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훔친 ‘귀공자’ 강태주 “바에서 설거지하다 캐스팅…김혜수와 작업 희망”
라이프| 2023-06-23 14:50
[스튜디오앤뉴 제공]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아르바이트 하는 와중에 오디션이나 감독 최종 미팅에서 자꾸 떨어지는 게 힘들었어요. 나는 최종에서 선택받지 못하는 사람인가 보다 생각했죠. 연기를 그만둘까 생각했는데 이젠 돌아갈 수 없어요.”

22일 서울 종로구의 카페에서 가진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배우 강태주는 영화 ‘귀공자’를 만나기 전의 삶을 이같이 설명했다.

강태주는 괴물급 신인 배우다. 그는 198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박훈정 감독의 신작 ‘귀공자’의 주연 자리를 꿰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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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주는 영화에서 한국계 필리핀인 복서 마르코로 분했다. 불법 복싱장에서 근근이 살아가며 어머니의 병원비를 걱정하는 한편, 한국인 아버지를 찾는 캐릭터다. 얼굴은 멍투성이고 옷은 낡고 헤졌다. 얼굴엔 웃음기 하나 없다. 말수도 적다. 눈빛에선 공허함, 절망감, 두려움만 가득 묻어난다.

그는 마르코에 대해 “어려운 환경 속에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거칠어졌지만 누구보다 엄마를 사랑하고 아빠를 그리워하는 감성적인 인물”이라며 “나중에 진실을 마주했을 때 어린 양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강태주는 영화에서 프로 복서급 체격은 물론, 능숙한 추격 액션과 원어민급 영어 실력을 자랑한다. 위화감 없는 필리핀 혼혈인으로 연기하면서 신인 답지 않은 신인이라는 평이 잇따르고 있다. 그는 복서로 변신하기 위해 약 두 달 동안 실제 선수들과 같은 훈련을 받으며 체격을 키웠다.

그는 “체력 훈련을 많이 해서 몸이 진짜 좋아졌고, 그때 기초 체력을 올려놔서 그런지 지금도 몸이 좋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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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주는 스크린 데뷔와 동시에 주연을 맡았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 만은 않았다. 깜깜한 터널과 같은 6년의 시간을 보냈다. 조연으로 출연한 몇몇 드라마가 전부였다.

강태주는 “오디션의 어느 수준까지 겨우 올라갔는데,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있고, 내 힘으로 안되는 게 있었다”며 “연기를 못해서 오디션에 떨어지고 싶지 않아 그때부터 더 진지하게 연기 공부에 임했다”고 되돌아봤다.

그는 평소 낮에 연기 공부를 하며 틈틈이 오디션을 봤고, 저녁엔 와인 바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불안감 속에서 내적 자괴감에 시달리는 시간이었다.

그는 “바에서 설거지를 하면서 ‘내가 지금 이럴 때가 아닌데’ 혹은 ‘내가 연기를 못해서 그런가’는 생각을 수없이 했다”며 “주인공 옆에서 밝은 친구나 남동생 역할을 하는 게 내 한계인가 생각하던 찰나에 ‘귀공자’를 만났다”고 설명했다.

힘든 시간을 견디게 해준 원동력이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그는 ‘연기에 대한 마음’이라고 답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강태주는 “연기로 나를 표현하고, 내면의 벽을 깨는 과정이 좋다”며 “나를 알아가고 나를 이겨내면서 느끼는 성취감은 시험에서 백점 맞는 것보다 훨씬 좋다”며 눈을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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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차기작을 고민하는 시기. 그는 사극, 로맨스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다면서도 특히 ‘사회적 약자’의 역할에 욕심을 드러냈다.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의 오진태(박정민 분)나 드라마 ‘미생’의 장그래(임시완 분)를 예로 들었다.

강태주는 “사회적 약자나 외면 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 작품의 힘인 것 같다”며 “배우로서 책임감을 갖고 임할 수 있는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 내 몫을 해나가고 싶다”며 힘주어 말했다.

향후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배우로는 김혜수를 꼽았다.

그는 “김혜수 선배가 워낙 다른 동료들을 잘 챙겨주고 연기에 대해서도 카리스마 있게 조언해주신다고 들었다”며 “같이 작업하시는 분들이 너무 부러웠는데 언젠 가는 꼭 같이 일해보고 싶다”며 희망 섞인 바람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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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공자’로 하루 아침에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배우가 됐지만 그의 일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의 꿈 역시 그대로다.

“믿고 보는 배우,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는 평가를 받고 싶어요. 뿌리가 단단하면 나무가 흔들리지 않듯이 연기를 잘하면 어떤 상황이 와도 흔들리지 않을 것 같아요. 예전처럼 연기 수업도 받고 친구들과 연기 스터디도 계속 하려고요.”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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