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데스크칼럼] 노장 배우의 귀환과 속편의 흥행
라이프| 2023-06-26 11:16

할리우드 배우 톰 크루즈가 1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는다. 그가 오랜 시간 함께 한 ‘미션 임파서블’과 함께다. 무려 7번째에 이르는 이 시리즈는 그의 전작인 ‘탑건’ 시리즈보다 위험한 액션신이 훨씬 많다. 스스로 액션배우라 자부하는 이 ‘친근한 톰 아저씨’는 60대의 노장 배우지만 그전 시리즈처럼 모든 액션신을 대역 없이 소화했다.

사실 톰 크루즈의 활약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존 윅 4’로 돌아온 키애누 리브스는 60세를 목전에 두고 있고, ‘플래시’에서 31년 만에 배트맨으로 돌아온 마이클 키튼은 70세를 훌쩍 넘겼으며, ‘인디아나 존스’ 마지막 시리즈를 찍은 해리슨 포드는 80대다.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가 ‘젊은 스타파워를 잃은 할리우드’라고 지적할 정도다. 그만큼 세대교체 없는 미국 영화산업의 정체가 심각한 셈이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40대 여배우가 극 중에서 교복을 입고 등장하고, 엄마에게 안겨 오열하는 남자 배우는 엄마와 나이 차이가 별로 나지 않아 보인다. 몇 년 전에 봤던 토크쇼나 버라이티쇼가 다시 등장하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 연예계에서도 주력 배우나 엔터테이너들이 20여년 전부터 활동해 온 40대 중후반 연기자들이라 그렇다. 흥행 작품들도 예전에 잘나갔던 영화나 드라마의 속편들이 많다. 1000만 관객을 눈앞에 두고 있는 ‘범죄도시’는 세 번째 시리즈이고, 인기를 끌었던 외화인 ‘아바타’나 ‘탑건’도 모두 오랜만에 제작되긴 했지만 두 번째 속편이었다. 상반기 드라마 인기작인 ‘모범택시’나 ‘낭만닥터 김사부’도 각각 두세 번째 시리즈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연예계의 금과옥조 중 하나는 ‘형 만한 아우는 없다’는 말이었다. 아무리 전작이 흥행에 성공해 속편 제작이 들어갔다고 해도, 2편이 1편의 인기를 넘어서기가 어렵다는 뜻이었다. 속편 역시도 전작과 다른 포인트가 반드시 있어야 성공을 기대할 수 있었다. 배우도 액션 연기를 잘하는 배우, 로맨스극에 탁월한 배우 등등 다양했으며, 이 역시 시대에 따라 다소 빠른 속도로 교체되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새로운 스토리나 신인 감독·배우들 참여하는 작품을 찾아보기 힘들다. 원작이나 게임 리메이크, 프랜차이즈 속편 등과 같이 흥행이 검증되지 않으면 투자 단계부터 외면받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방한해 한국의 차세대 크리에이터를 키우겠다는 테드 서렌도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도 신인 감독이나 작가에게 할당한 투자 분량이 고작 5편 중 1편이었다. 한국 신인 감독들에게 호의적인 넷플릭스도 이 정도니 국내 투자자들은 오죽하겠나. 예전처럼 대담한 시도나 스토리, 새로운 배우를 볼 수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혹자는 대중의 취향이 익숙한 것만 찾아 어쩔 수 없다는 볼멘소리를 할 수도 있다. 전대미문의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오며 낯선 것을 두려워하고, 익숙한 것에 편안함을 느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팬데믹의 그늘은 이미 걷혔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대중 역시 예전처럼 더 새롭고 즐거운 것을 찾기 시작했다. 우리는 언제까지 극장 앞에서, TV 리모컨을 들고 “뭐 좀 새로운 거 없나”를 중얼거려야 하나.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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