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미군기지도 군형법 처벌...반의사불벌 적용 안돼”
뉴스종합| 2023-07-03 11:25

주한미군 기지 내에서 벌어진 한국 군인 간 폭행 사건에서도 ‘반의사불벌죄 특례’가 적용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외국군의 군사기지여도 대한민국의 국군이 군사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근거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고, 군형법에 따라 피해자 의사와 무관하게 처벌할 수 있다는 취지다.

3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지난달 15일 폭행 혐의로 기소된 전직 군인 간부 A씨 상고심에서 공소기각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이송했다. 공소기각은 형식적 소송조건에 흠이 있을 때 법원이 실체적 심리를 하지 않고 소송을 종결하는 것인데, 대법원은 유죄 취지로 판단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른바 ‘카투사’로 불리는 육군인사사령부 주한미8군한국군지원단에 소속된 영관급 장교였던 A씨는 2018년 3월 평택에 있는 군사기지에서 사병인 B씨가 경례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손바닥으로 얼굴 부위를 5~8차례 툭툭 쳐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을 맡은 보통군사법원은 A씨에게 유죄를 인정했다. 반면 2심을 맡은 고등군사법원은 유죄 판단한 1심을 파기하고 공소를 기각했다. 사건이 일어난 장소가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외국군의 군사기지로, 군사기지법상 군사기지에 해당하지 않아 군형법 60조의6 제1호가 적용되지 않고 1심 선고 전 B씨가 A씨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군형법 60조의6 제1호는 ‘군인 등에 대한 폭행죄, 협박죄 특례’를 규정하고 있다. 군사기지에서 일어난 폭행, 협박 등에 대해 반의사불벌죄를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규정이다. 즉 군사기지법상 군사기지 내에서 일어난 폭행, 협박의 경우 피해자 의사와 무관하게 폭행, 협박 가해자가 처벌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사건 발생 장소가 미군이 주둔하는 외국군 군사기지여서 국내 군사기지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고, 군형법상 반의사불벌죄 특례 규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B씨 의사에 따라 A씨를 처벌할 수 없다는 게 2심 판단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그대로 수긍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와 B씨가 소속된 부대는 주한미군을 지원하는 작전을 수행하는 대한민국의 국군부대”라며 “그 본부가 해당 기지 안에 위치하고, 부대장인 A씨와 부대원인 B씨 모두 해당 기지에서 임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이는 바, 범행 장소는 대한민국의 국군이 군사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근거지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밝혔다.

이어 “비록 외국군 군사기지라 하더라도 그곳에서 일어난 이 사건 범행은 군형법 60조의6 제1호가 적용되는 군사기지에서 벌어진 군인의 군인에 대한 폭행죄에 해당한다”며 “원심 판단에 ‘군사기지’의 의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군사법원법에 따라 원심 법원과 동등한 관할 법원인 서울고법에 이송한다”고 밝혔다.

안대용 기자

dandy@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