샥즈의 오픈 이어 무선이어폰 ‘오픈핏’. 이어버드 옆 실리콘으로 된 곡선의 이어후크가 귓등을 감싸며 이어버드를 귀 옆에 고정한다. 이영기 기자. |
[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이거 정말 귀에서 안 떨어지는 거 맞아요?”
글로벌 무선이어폰 제조업체 샥즈(Shokz)의 ‘오픈 이어’ 이어폰 ‘오픈핏’을 착용하고 기자가 처음으로 꺼낸 말이었다. 귓바퀴에 살짝 걸어 놓는 오픈핏의 착용 방식은 귓구멍에 이어팁을 고정 시키는 ‘커널형 이어폰’이나 반쯤 삽입하는 ‘오픈형 이어폰’에 익숙한 기자에겐 다소 어색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오픈핏은 일상적인 활동은 물론 달리기와 같은 격한 운동도 ‘거뜬히 버티는’ 제품이었다.
기자는 최근 샥즈로부터 오픈핏을 대여 받아 약 2주간 사용해봤다.
오픈핏은 골전도 방식의 이어폰을 주로 선보여 오던 샥즈의 첫 공기전도 방식 이어폰이다. 뼈와 피부를 매개로 소리를 전달해 자칫 어지러움, 두통 등을 유발하는 골전도 방식의 단점 및 귓구멍을 틀어 막아 외이도염 등 각종 질병에 노출되기 쉽다는 커널형 이어폰의 단점을 모두 보완해 만든 제품이다.
오픈핏의 외관 디자인은 이어버드와 스틱으로 구성된 ‘일반적인’ 이어폰과 사뭇 다르다. 둥근 이어버드와 스틱 대신 귓바퀴에 얹는 네모난 이어버드와 귓등을 감싸는 반원 형태의 이어후크로 구성돼 있다.
샥즈의 오픈 이어 무선이어폰 ‘오픈핏’과 케이스. 샥즈만의 고속 충전 기술을 통해 5분 충전으로 최대 1시간도 사용할 수 있다. 이영기 기자. |
숫자로 본 오픈핏의 무게는 8.2g. 경쟁 제품 대비 다소 무겁다. 에어팟 프로2가 5.3g, 갤럭시 버즈2 프로가 5.5g이다. 하지만 오픈핏의 체감 무게는 숫자만큼 부담스럽게 느껴지진 않았다. 귓등 전체로 무게가 분산돼 귀에 끼우는 이어폰보다 가볍게 느껴졌다.
오픈핏은 귓구멍에 직접 삽입되는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일견 실생활에서 안정적인 사용이 가능한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제품이다. 하지만 2주간 착용해본 결과 웨이트 트레이닝, 사이클링, 러닝 등 동적인 운동에서도 애플의 에어팟, 삼성전자의 갤럭시 버즈 등과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외려 러닝처럼 머리가 상하좌우로 크게 흔들리는 활동에서도 안정적으로 고정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일부러 떨어뜨리려고 머리를 흔들어도 귀에 잘 붙어 있었다.
샥즈 관계자는 “0.7㎜의 형상기억합금을 감싼 실리콘이 귓등을 부드럽게 감싸는 ‘돌핀 아크 이어 후크’ 기술 덕분”이라며 “이를 통해 귀에 대한 압박은 줄이면서 고정력을 높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음악 감상’과 같은 이어폰의 기본적인 역할도 제법 만족스럽게 수행했다. 사용자의 귀와 음원 간의 거리 및 각도를 최적화하는 ‘다이렉트 피치(DirectPitch)’ 기술을 적용한 덕분인지 소리 전달이 안정적이었다.
샥즈의 오픈 이어 무선이어폰 ‘오픈핏’. 이영기 기자. |
귀가 활짝 열려 있는 만큼 음악 감상 시 주변 소음을 차단하기 어렵다는 점은 불호 요인이었다. 다만 야외 운동을 즐기는 생활체육인들의 안전 사고 예방에는 도움이 될 듯했다.
음량을 크게 키우면 외부로 소리가 새어 나가는 점도 아쉬웠다. 이런 이유로 대중교통 및 공공장소에서는 음량을 크게 키워 들을 수 없었다. 기기에서 재생 가능한 주파수 대역을 의미하는 ‘주파수 응답 범위’가 다소 좁아 일부 악기 소리 등이 생략되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지난 6일 출시된 오픈핏의 출고가는 24만9000원이다. 가격대만 놓고 보면 에어팟 3세대와 갤럭시 버즈 2 프로가 경쟁 제품이다. 에어팟과 갤럭시 버즈가 크게 양분하던 국내 시장에 독특한 착용감을 바탕으로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올지 관심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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