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희토류 90%·마그네슘 85% 中 의존...공급망 다변화 시급 [지금은 광물광 시대]
뉴스종합| 2023-08-08 11:16

반도체, 배터리(2차전지), 신재생에너지 등 첨단산업 분야의 원자재인 ‘핵심 광물’ 가운데 30%가 중국에서 대부분 수입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의 노골적인 ‘광물자원 무기화’에 우리나라가 직접적으로 노출된 상황을 방증하는 것이다. 주요국 간 ‘자원 쟁탈전’이 심화되는 가운데 핵심광물의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입법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미래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국제질서의 변화와 공급망 전략’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순수입하는 ‘핵심 광물’ 24개 중 8개가 중국에서 주로 수입됐다. 특히 희토류와 마그네슘, 인듐에 대한 중국 의존도는 각각 90%, 85%, 83%였다. 희토류는 연료전지, 풍력터빈, 견인 전동기, 로봇공학, 무인기, ICT 등에 사용돼 미래기술 핵심원료로 꼽힌다.

이 밖에도 텅스텐(66%), 리튬(58%), 바나듐(54%), 코발트(40%), 규소(48%) 등 광물이 중국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핵심 광물’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가 지난 2020년 제시한 9개의 주요 미래 기술(배터리, 연료전지, 풍력터빈, 견인 전동기, 태양광 발전, 로봇공학, 무인기, 3D 프린팅, ICT)에 사용되는 원자재를 의미한다. 첨단산업과 관련된 ‘핵심 광물’은 전 세계적으로 특정 지역에 집중적으로 매장돼 있다.

이에 ‘핵심 광물’이 자국 영토 내에 충분히 매장되어 있지 않을 경우 경제안보의 관점에서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핵심 광물’이 자국 영토 내에 집중적으로 매장돼 있는 국가는 이를 무기화할 수 있다. 중국이 2010년 일본과의 센카쿠 열도 분쟁에서 희토류 금수조치를 취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핵심 광물의 중국 의존은 원자재와 관련된 우리나라의 ‘공급망 취약성’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공급망 취약성’은 우리나라가 특정 제품의 순수입국이며 특정 국가로부터의 수입이 총수입의 50% 이상이라는 의미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전체 원자재 5084개 중 2081개 품목에서 ‘공급망 취약성’을 보였다.

미래연구원은 “주요 미래기술과 관련된 핵심 광물의 해외 의존도가 높게 나타나며 여러 품목이 중국에 대한 공급망 취약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주요 미래 기술과 관련 산업의 전략적 중요성을 고려한다면 관련 광물의 공급망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래연구원은 주요 광물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서는 국제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의 글로벌 공급망에 위기가 발생할 때 공동으로 대처한다는 공급망 협정이 타결됐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서도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대해 공동으로 대응하고, 핵심광물의 개발과 관련해서 각국이 협력한다는 합의가 이뤄졌다.

미래연구원은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등 주요국이 공급망 안정성 향상을 위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국제협력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핵심 광물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을 담은 법안들이 8개월째 계류 중이다.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12월 ‘국가자원안보 특별법’ 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5년마다 자원안보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급기관은 핵심자원 비축의무를 이행하는 것이 골자다.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도시가스사업법’, ‘해외자원개발 사업법’ 등 산재돼 있는 핵심자원 대응 체계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국민의힘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관계자는 “K-칩스법을 통과시킬 때도 예산안 정쟁에 밀려 법을 통과시키기까지 굉장히 오래 걸렸다”며 “지난번 회의 때도 윤석열 정부 원전 정책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RE100 등 환경 이야기를 들고 나와 법안을 논의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광물 수입은 아무래도 현안과 거리가 있기 때문에 9월 정기국회에서도 논의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내다봤다. 신현주 기자

newk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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