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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플랫폼까지 구글 유튜브에 내줘야 할 판”
뉴스종합| 2023-08-14 11:21

이대로 가다간 국내 플랫폼까지 미국에 넘겨줘야 할 판이다.

구글 유튜브를 비롯한 미국 빅테크의 국내 정보기술(IT) 플랫폼 시장 잠식이 가속화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아성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구글의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가 국내 1위인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유튜브가 카카오톡을 추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4일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카카오톡의 월간 실사용자 수(MAU)는 4155만8838명으로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2위인 유튜브(4115만7718명)와의 격차가 40만1120명으로 좁혀졌다. MAU는 한 달에 최소 한 번이라도 서비스를 사용한 이용자 수를 의미한다.

카카오톡과 유튜브의 MAU 차이는 계속 좁혀지는 모양새다. 지난 3월 처음으로 100만명 선이 무너지더니 지난 5월에는 50만명대까지 줄어들었고, 지난달엔 40만명대까지 좁혀졌다. 2020년 5월 스마트폰 양대 운영 체제인 안드로이드(구글)와 iOS(애플)를 통합한 모바일인덱스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이래 역대 월간 최소 격차다.

▶카카오, 1위 수성 빨간불...30대 이탈 가속화= 카카오톡이 가까스로 1위를 지켰지만 머지않아 완전히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용자들이 플랫폼 안에 머무르는 시간은 이미 유튜브가 카카오톡을 크게 앞서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유튜브 월간 총 사용시간은 15억2919만시간으로 같은 기간 카카오톡(5억1875만시간)의 3배에 이른다.

이 같은 변화의 흐름을 주도한 것은 30대 사용자인 것으로 풀이된다. MAU를 연령대 별로 나눠보면 10대 이하와 20대에서는 줄곧 유튜브가 1위를 차지했다. 30대 이상에선 카카오톡이 1위였으나, 지난 5월부터 유튜브가 1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연령대에서 유튜브 선호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카카오톡은 이용자 이탈을 막기 위해 서비스 전면 개편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올해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카카오톡을 개인 간 소통과 커뮤니티, 비즈니스 기능을 한곳에 모은 ‘슈퍼앱’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카카오톡 하단 메뉴에 있는 다섯 개 탭 모두에서 하루 활성 이용자 수(DAU) 1000만명 이상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친구탭, 오픈채팅탭, 쇼핑탭 등 3개 탭을 대대적으로 개편한다. 올 3분기 친구탭의 프로필 기능에 게재 후 24시간이 지나면 콘텐츠가 사라지는 서비스인 ‘펑’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콘텐츠가 자동 삭제되는 인스타그램의 ‘스토리’ 기능과 유사하다. 비슷한 서비스를 도입해 카카오톡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능을 키우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유튜브, 음악 시장까지 장악...멜론 위협=유튜브는 국내 음악 앱 시장까지 잠식하고 있다. 지난달 국내 모바일 음원시장 MAU는 1위 멜론(665만1897명)과 2위 유튜브뮤직(580만7421명) 차이가 84만4476명에 불과했다. 월간 기준 두 플랫폼의 MAU 차이가 100만명 아래로 좁혀진 것은 지난달이 처음이다. 유튜브뮤직의 사용자 수 점유율(25.3%)도 25%를 처음 돌파했다.

유튜브뮤직의 매서운 공세에 음악 앱 시장까지 빼앗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음악 앱 시장은 이용자가 한 번 서비스를 구독하면 자동으로 정기 구독하며 업체를 바꾸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영상 플랫폼인 유튜브가 유료 이용자에게 유튜브뮤직 서비스까지 ‘끼워팔기’를 하면서 멜론이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튜브는 활성 기기 대수 순위에서는 오래 전부터 국내 기업을 앞질렀다. 유튜브가 4195만1522대로 1위를 기록했고 지메일이 4193만3632대, 구글이 4178만2931대, 크롬 4177만8247대, 구글맵 4158만5710대로 뒤를 이었다. 카카오톡이 4041만5882대, 네이버 3959만3651대에 머무르며 빅테크에 크게 밀린 것으로 나타났다.

▶검색 절대강자 네이버 아성도 흔들...구글과 격차 20%로 좁혀져= 검색엔진 시장에서도 터줏대감 네이버의 자리가 흔들리고 있다. 웹 누리집 데이터 플랫폼 ‘인터넷트렌드’ 집계에 따르면 국내 월간 활성 이용자 수 1위 네이버의 점유율은 올해 1월 64.5%에서 2월 59.6%, 4월 55.9%, 5월 55.7%로 4개월 연속 하락했다. 반면 2위 구글의 점유율은 지난 2월 30%를 돌파한 데 이어 3월 32.3%, 4월 34%, 5월 34.8%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빅테크 기업들의 위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시장은 넷플릭스,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시장은 인스타그램(메타), 클라우드 시장은 아마존웹서비스(AWS)에 1위를 내줬다.

특히 국내 OTT 시장에서 넷플릭스의 점유율은 절반이 넘는다. 반면 국내 OTT업체들은 고사위기로 몰리고 있다.

국내 IT 시장이 글로벌 빅테크에 종속되면 결국 ‘디지털 주권’을 잃게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전세계 빅테크 기업들간의 패권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와 국회가 카카오·네이버에 대한 규제에만 지나치게 몰입돼 있다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미국은 구글 등 자국의 빅테크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관련 규제안을 폐기하고, 중국 기업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발의한 플랫폼 처벌 법안도 모두 폐기됐다.

박로명 기자

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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