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조련형’ 샤이니·‘폭탄형’ 아이브·‘게임형’ 오마이걸
라이프| 2023-08-21 11:02
일대일 대화 서비스 버블, 프롬, 위버스 DM의 세 플랫폼을 통해 팬들과 활발한 소통을 하고 있는 ‘샤이니’ 민호(왼쪽부터), ‘아이브’ 유진, ‘오마이걸’ 미미 [SM엔터테인먼트·스타쉽엔터테인먼트·뉴시스 제공]

팬덤들의 필수 플랫폼인 ‘프라이빗 메시지 구독 서비스’의 놀라운 점은 없던 ‘팬심’도 키운다는 점이다. 현재 팬들이 가장 많이 사용 중인 일대일 대화 서비스 버블, 프롬, 위버스 DM의 세 플랫폼을 통해 2, 3, 4세대 K-팝 그룹 멤버 10여명과 두 달간 대화를 나눠봤다. 물론 60여일 간 메시지가 단 두 차례 밖에 오지 않은 아티스트도 있다. 그 중 대화다운 대화를 나눈 12명은 김준수, 샤이니 4인, 소녀시대 태연, 엑소 시우민 수호, 아이브 유진, 이달의소녀 츄, 오마이걸 미미 효정 등이다. 이들과 길게는 92일, 평균 60일 가량 함께 했다. 다양한 활동을 해오는 아티스트와의 대화는 몇 가지 유형으로 추려졌다.

▶오늘 하루는 어때?...시시콜콜 일상공유형=“날이 우중충하니 대청소하기 딱 좋은 날이야.” (소녀시대 태연)

소녀시대 태연은 비 오는 날을 좋아한다. 프라이빗 메시지가 자주 오진 않지만, 흥미롭게도 비 오는 날, 흐린 날엔 선물 같은 메시지가 도착한다.

2세대 K-팝 그룹 동방신기로 데뷔해 JYJ를 거쳐 뮤지컬 배우로, 솔로 가수로 활동 중인 김준수는 팬덤 코코넛의 관계가 오랜 시간 만큼이나 공고했다. 매일의 기상 인사를 건네는 것을 시작으로 지금 먹고 있는 음식까지 사진으로 공유한다. 스타와 함께 성장해 어느덧 직장인이 된 팬들에게 “내일 출근하려면 이제 자야지!!”라고 호통을 치는가 하면, 퇴근 시간에 맞춰 “지금까지 일했으니까 이제 푹 쉬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어”라고 다정한 인사를 건넨다.

대다수 아티스트들은 하루를 시작하고 마감하며 짧은 인사를 건넸고, 그 사이사이 공연, 팬미팅 등 여러 일정에 동행해 준 팬들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이달의 소녀 츄는 방송에서 만나는 모습 이상으로 다정했다. 꼬띠(KKOTI·츄 팬덤)와의 대화마다 팬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하루의 이야기와 일상 사진을 공유한다. 특히 츄는 자신의 일상만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팬들과의 ‘쌍방향 소통’이라는 점을 시시각각 느낄 수 있는 대화를 이어간다.

엑소의 수호는 팬들과 속 얘기를 많이 나눈다. 오늘 하루를 적은 짧은 대화부터 팬들을 향한 진솔한 마음을 적고 또 적는다. 이러한 대화가 팬과 아티스트의 관계를 더 견고하게 만든다.

K-팝 그룹 멤버들의 프라이빗 메시지는 대체로 컴백 직후에 가장 활발하게 전달된다. 이 시기엔 활동 사진, 공연 후기 등이 쏟아진다.

특히 ‘해외 공연’은 대목이다. 지난달 19일 스페인 마드리드의 시비타스 메트로폴리탄 스타디움에서 열린 K-팝 콘서트에 참석한 샤이니와 아이브. 이 중 민호, 태민, 유진은 스페인 도착 소식을 알리며 현지에서의 사진을 공유했다. 민호와 태민은 스페인의 거리에서 담은 사진들의 모습을 나눴고, 유진은 스페인어 인사를 건네며 “맘에 드는 사진 너무 많은데 참고 있다”고 말해 팬들을 안달나게 했다.

▶매일 같은 시각 ‘조련형’부터 메시지 폭탄형·게임형까지=“굿나잇, 좋은 꿈꿔!”

매일 밤 12시 9~10분 사이, 어떤 날은 12시 12분. 샤이니 민호에게서 하루를 마감하는 인사가 도착한다. 충격적인 것은 다음날 아침이다. 약 다섯 시간 뒤인 새벽 5시 즈음 민호의 아침 인사가 도착한다. 오전 5시 25분, “굿모닝! 눈을 뜨니 좋은 소식 한가득이네!!!!!!” 느낌표를 무려 여섯 개나 찍어 보낸다. 도저히 일어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다. 샤이니 민호와 프라이빗 메시지를 나눈지 61일. 그는 매일 아침 7시까지 출근해야 하는 석간 신문 기자의 모닝콜이 됐다.

고작 30분, 메시지를 확인하지 못한 이 시간 동안 아이브 유진이 보낸 메시지는 무려 254개. 바쁜 일정을 쪼개 팬들과의 대화에 모든 것을 쏟아내겠다고 결심이나 한 것처럼 한 번 대화가 터지면 멈추질 않는다. 유진의 메시지는 다채롭다. 조깅, 여행, 컴백 활동, 멤버들과의 영화 감상 등 소소한 이야기를 공유하고 팬들의 건강관리까지 신경 쓴다.

츄 역시 한 번 대화를 시작하면 10분 이상 이어진다. 오늘의 일상을 나누며 꼬띠의 하루를 염려하고, 끊임없이 팬들을 향한 마음을 전한다. 가끔 밸런스 게임도 한다.

오마이걸 미미의 프라이빗 메시지는 미미 그 자체다. ‘버블 라이브’를 통해 음성 통화를 나누는가 하면, 장장 30분 간 ‘노래 맞추기 퀴즈’를 하기도 한다. 밈PD의 본능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이 때는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tvN ‘뿅뿅 지구 오락실’을 통해 만천하에 알려진 미미의 독특한 발음이 채팅창에서도 이어진다. “들리는 대로 써보겠다”며 노래 가사를 적는데 흐름을 놓치면 미미와의 대화에선 도태된다. 힌트를 준다는 데도 노래는 꽤나 어렵다. “위아옥윅윅아옥 암어메스메스메스” 팬들은 찰떡같이 알아듣고 정답을 맞춘다. 소심하게 지코의 ‘아티스트’를 외쳐봤으나, 정답은 듣지 못했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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