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4일 교사 집단행동 움직임
연가, 병가 사용에 일부 학교 재량휴업
교사 8만명 참여 의사 밝혀
교육부 “사실상 파업, 교육청 감사도 가능”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전국교사일동이 연 '국회 입법 촉구 추모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들은 지난 7월 22일부터 매 주말 공교육 정상화와 지난달 사망한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한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9월 4일 공교육 정상화의 날을 일주일 앞두고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이 힘 겨루기에 들어갔다. 교사들이 집단 행동 움직임을 보이자 교육부가 ‘엄중 조치’ 방침을 내세웠음에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교사들을 끝까지 보호하겠다”며 지지를 표했다.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은 앞서 학생인권조례 개정 범위를 두고도 충돌했다. 교육부가 교권 회복을 위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서울시교육청과 대치 상태가 길어지는 모습이다.
▶교육부 “사실상 파업…교원 파면·해임 가능”=28일 온라인 사이트 ‘9·4 공교육 정상화의 날’에 따르면 집단 행동 참여 의사를 밝힌 교사는 이날 오전 9시 기준 전국 1만 787개교, 8만 2299명이다. 재량 휴업 지정 학교 또한 472개 학교에 달한다. 교사들은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49재인 9월 4일을 ‘9.4. 공교육 정상화의 날’로 정하고 집단 연가·병가 사용을 예고했다. 일부 학교는 학교장이 학사 일정을 조정해 ‘재량휴업’을 결정했다.
교육부는 지난 27일 각 시도교육청에 집단행동 관련 질의응답 자료를 배포했다. 교육부는 “9월 4일 집단행동은 법령을 위반하고 학생 학습권을 침해하는 불법 행위”라며 “집회에 참석하지 않아도 연가, 병가 등을 사용하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사실상 파업”이라고 했다. 집회 참석, 연가·병가 사용 및 승인, 학교 임시 휴업 등 행위를 한 경우 학교장과 교사 모두 국가공무원법 등에 따른 최대 파면·해임 징계와 직권남용 형사 고발이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교육부는 9월 4일 교사·학교 집단 행동을 묵인하는 시도교육청에 대한 경고 메시지도 냈다. 각 시도교육청이 교육부의 징계 요구에 불응할 경우 교육청에 대한 ‘감사’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교원 징계는 국가위임사무로 교육부가 직무이행 명령을 내릴 수 있다”며 “불응한 교육청에 대한 감사, 징계 요구를 거부한 교육감을 직무유기죄로 고발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조희연 교육감 “끝까지 보호”=반면 일부 시도교육감은 ‘지지’ 의사를 표명한 상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24일 교육청 홈페이지에 게시된 서한문을 통해 “선생님의 49재일을 추모와 함께 공교육을 다시 세우는 날로 정하고자 한다. 다양한 논의 가운데 재량 휴업을 결정한 학교도 있다”며 “모인 선생님들을 끝까지 보호하고 함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상 집단행동을 승인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셈이다. 서울시교육청은 현재도 서한문 게시 당시와 입장이 변함이 없다.
서거석 전북도교육감은 입장문을 통해 “각 학교는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재량휴업일을 9월 4일로 변경할 것을 검토해달라”고 제안했고, 최교진 세종시 교육감 또한 개인 SNS를 통해 “전국 여러 학교가 재량휴업 실시를 결정했고 학부모가 지지를 나타냈다는 설문조사에서 사회적 공감대를 확인할 수 있다. 교육감으로서 교사 보호에 주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다만 세종시교육청은 최 교육감 개인의 견해로 교육청 차원에서 교사 연가·병가 사용, 학교장 재량휴업 결정에 대한 공식 입장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반면 보수 성향의 교육감들은 집단행동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임태희 경기도 교육감은 서한문을 통해 “교사들이 교권을 위해 수업을 멈추는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고 공교육을 중단시키면서까지 집회를 통해서 대응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자제를 요구했다. 신경호 강원도교육감은 “공교육 책무를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대전시교육청은 (집단 연가·병가 사용은) 관련 규정에 어긋난다고 입장을 밝혔다.
교육계 관계자는 “9월 4일로 예정된 집회가 취소되는 등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아직 교원 징계를 논의할 시점은 아니다”며 “엄중 방침을 고수하기보다 각 학교와 교사의 다양한 추모방안을 열어두고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park.jiye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