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정문을 찾은 한 시민이 학교에서 숨진 교사를 추모하며 조화를 내려놓고 있다.[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지난 7월 서울 서이초에서 사망한 교사 A씨의 유가족측이 A씨의 죽음이 교사로서의 공무를 수행하다 벌어진 일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순직’을 인정해줄 것을 요구했다. 2년차 초임 교사에게 과중했던 학내 업무와 학생 지도, 계속되는 민원으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주장이다.
31일 서이초 유가족 대리인을 맡고 있는 문유진 변호사(법무법인 판심)는 순직 유족 급여 청구를 접수한다고 밝혔다. 순직 유족 급여는 공무원이 공무상 부상 또는 질병으로 인하여 재직중에 사망하거나 퇴직 후 그 질병 또는 부상으로 사망했을 때 지급하는 급여다.
문 변호사는 “순직 인정 절차는 업무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가 정상적 인식 능력을 현저히 떨어뜨려 자해 행위에 이르게 됐을 때 인정 받을 수 있는 행정적 절차”라며 “경찰의 수사는 형사적 절차로 학부모에 대한 범죄 혐의 인정과 필연적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A씨의 죽음이 교사로서 업무를 수행하던 중 발생한 일인만큼, 범죄 혐의 입증의 어려움과 별개로 순직으로 인정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경찰은 현재까지 수사 결과를 설명하며 2차례 “학부모들에 대한 범죄 정황은 발견된 것이 없다”고 발표한 바 있다.
문 변호사와 유가족은 “문제 학생 지도와 나이스(NEIS) 업무로 고인이 맡은 업무는 일반 교사가 홀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나 있었다”며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극한에 이른 순간 ‘연필 사건’이 발생했고 그 과정에서 학부모의 민원, 개인 핸드폰으로의 항의가 지속되자 24살의 사회 2년차인 고인은 감당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연필 사건은 지난달 12일 A씨가 올해 담임을 맡은 학급에서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의 이마를 연필로 그은 사건이다.
이어 “고인이 연필 사건으로 느낀 두려움은 개인 휴대전화로 오는 학부모의 민원에 ‘소름 끼친다‘는 반응을 보이며 안절부절 못하는 행동에도 여실히 드러난다”며 “그 결과 고인은 연필 사건 발생으로부터 불과 5일이 지난 7월 17일 오후 8시경 퇴근도 하지 못한 채 자신이 학생들을 가르치던 교실에서 사망하기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학기 초부터 가중된 과도한 업무, 연필 사건이 일어진 뒤 벌어진 학부모의 지속적인 민원 등 교사로서 업무 수행 과정이 고인의 죽음에 영향을 끼쳤다는 뜻이다.
한편,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의 합동조사 결과에 따르면 A씨는 지난 3월 개학 이후 사망 전까지 약 4개월 동안 총 10번 관리자 면담을 요청했다. 연필 사건의 가해 학생, 피해학생과 관련해서는 2차례 이보다 앞서 문제 행동을 일으킨 2명 학생에 대해서는 6차례 걸쳐 관리자와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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