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산은 부산 이전’ 키 쥔 민주당, 내부 이해관계로 티격태격 [이런정치]
뉴스종합| 2023-09-05 18:10
KDB 산업은행(자료사진). [헤럴드 DB]

[헤럴드경제=이세진·양근혁 기자] 정부가 KDB산업은행 본점의 부산 이전을 올해 안에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산은법 개정 등 법제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내에서도 지역 의원들 간 온도차가 크다. 부산 지역 의원들은 당의 가치관 노선인 ‘국가균형발전’을 앞세워 민주당이 산은 이전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수도권 의원들의 반발로 당 차원의 입장을 세우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5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산은 이전 법제화를 두고 민주당 내 의원들의 지역구 이해관계에 따른 입장 차이가 뚜렷하다. 민주당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 의원 12명은 이날 ‘한국산업은행법(산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지만 당내에서 찬성표를 끌어모아야 하는 상황이다.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 소속 의원들을 설득하지 못하면 법안의 통과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날 발의 된 개정안은 현행 법안 4조의 ‘서울’로 명시된 본점 소재지를 ‘부산의 금융중심지’로 수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민주당 내 수도권 지역구 일부 의원들은 그간 산은 이전에 반대 의사를 표명해왔다. 특히 현재 산은 본점이 자리하고 있는 서울 영등포를 지역구로 하는 김민석 정책위의장이 공개적으로 강한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는 점에서 지도부 차원의 법안 추진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부산 지역 의원실 관계자는 “김 정책위의장의 의견은 당의 의견이 아니다. 산은이 있는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반대한 것”이라며 “균형발전을 위한 당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박재호 의원은 발의 전 박광온 원내대표를 만나 산은 이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지도부에서 힘을 실어 달라는 부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원내대표께는 충분히 말씀을 드렸다”며 “법안을 냈으니 지도부 설득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박 의원은 당내 수도권 의원들의 산은 이전 반대에 대해 “수도권 중심적인 사고”라며 “윤석열 정권이 공공기관을 마음대로 옮기겠다고 하면 야당인 우리는 실질적으로 막을 방안이 없다. 분란을 일으키는 것보다는 산은이라도 부산으로 이전해 국가균형발전에 기여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산은 이전에 대한 당내 이견을 조정해 교통정리에 나서야 할 민주당 지도부는 고심에 빠진 상태다.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민주당은 산은 이전에 반대하는 게 아니고, 옮길 거면 (다른 공공기관도) 같이 이전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부산 의원들은 산은이라도 먼저 가야한다는 입장이라서 이견이 있다”고 했다. 이어 “공공기관이 빠져나가는 지역구 의원 입장에서 이전에 찬성하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원내지도부는 다가올 총선을 의식해 당내 이견을 부각하지 않기 위해 노력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부산 의원들이 선거 때문에 그러실 수 있다고 이해하기 때문에, 당내에서 이견을 보이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상임위에서 논의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했다.

민주당 부산 의원들은 올해 안에 산은 이전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전재수 의원(부산 북구강서구갑)은 본지 통화에서 “연내 법안을 처리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공공기관 지방이전, 국가균형발전은 민주당의 가치관 노선이기 때문에 토론하면 충분히 설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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