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모평 끝난 후 경향 분석
문학 어려워지고 EBS 연계 늘어
“준킬러 강화 모의고사 출시”
신유형 대비 사교육 찾는 수험생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가 실시된 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효원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시험지에 이름을 적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이른바 킬러문항 사태 이후 처음으로 치러진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9월 모의평가를 두고 사교육 업체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국어 영역 문학 파트 난도 상승’, ‘EBS 체감 연계율 상승’ 등 새로운 경향을 강조하며 수능 막바지 홍보에 들어갔다. 사교육비 감소를 위해 선택한 난이도 조절 방법이 오히려 사교육 업체의 마케팅 포인트가 되는 모양새다.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갑작스러운 출제 경향 변화로 사교육에 의존해야 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11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대형 입시업체들은 9월 모의평가 이후 문학 특화 최종 모의고사 및 강의, EBS 교재 연계 강의 등 홍보에 나섰다. 대형 입시업체 소속 국어 1타 강사 A씨는 지난 9일 진행한 온라인 출제 경향 분석을 통해 “6월 모의평가와 9월 모의평가에 새로운 표준이 보인다. (고난도 문제에서) 문학과 비문학의 밸런스 시대가 왔다. EBS는 거의 똑같이 집어넣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강사 B씨 또한 “EBS의 실질적인 반영 비율이 높다. 독서 3지문이 연계됐고 EBS에 나온 현대 소설이 (9월 모의고사에) 나왔다. 최근 몇 년간 EBS 현대소설은 반영된 적 없었다”고 말했다. 이투스에듀의 출판 브랜드 이투스북은 ‘준킬러’ 문항 대비 모의고사 시리즈를 출시하며 “최신 모의평가 출제 경향을 반영해 준킬러 난이도의 문항을 대폭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초고난도 킬러 문항 대신 중상난이도 문항이 증가하며 전반적인 난도가 올라갈 것이라는 예상을 문제집에 적용했다.
입시 업계가 주목하는 키워드는 2가지다. 국어 영역 문학 파트 변별력 강화, EBS 연계 강화다. 최근 몇년간 이어지던 비문학 킬러 문제를 문학 고난도 문제가 대체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EBS가 발표한 지난 9월 모의평가 국어 영역(선택과목 언어와매체) 오답률 상위 15개 문항 중 6개가 문학 지문 문항이었다. 오답률 15위였던 문학 문항의 오답률이 45.1%일 정도로 전반적인 문항의 오답률도 높았다. 지난해 치러진 2023학년도 수능에서는 오답률 상위 15개 문항 중 2개만이 문학이었다.
EBS 연계 또한 강화됐다. 연계율은 50%대로 비슷하지만, 수험생들은 기존에 비해 직접 연계하는 경향이 늘어났다고 체감 중이다. 평가원은 2022학년도 수능부터 EBS 연계율은 기존 70%에서 50%로 줄이고 연계 방식 또한 직접 연계에서 간접 연계로 바꿨다. 대학에 진학한 상태로 수능을 준비 중인 손모(20)군은 “간접 연계라면 EBS에서 다룬 소재지만 지문 자체는 다르고, EBS 교재에 고전 시가의 A파트가 나왔다면 시험에는 B파트가 나오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EBS에 나온 부분이 그대로 나와 사실상 직접 연계였다”고 말했다.
이처럼 출제 경향이 급변하다 보니 불안한 수험생들은 사교육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수험생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문학이 어려운 문제집, EBS가 잘 반영된 강의가 무엇인지 묻는 수험생들이 많다.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혼자서 수능을 준비 중인 박모(19)군은 “문학에 이렇게 변별력이 집중된 적이 없어서 다들 당황하고 있다. 친구들은 문학 관련 강의를 찾는 중이고 유명한 강사들은 모두 문학에 맞춘 모의고사를 만들겠다는 이야기를 공통적으로 하고 있다”며 “문학은 옛날 수능에서 어렵게 나왔는데 2010년대 초중반 기출문제까지 봐야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9월 모의평가 한 번으로는 학생들의 문제 풀이에 대한 욕구가 해소가 안된다. 결국 수능에 대비하기 위해 사설 모의고사를 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park.jiye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