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알힐랄에 입단한 브라질 출신 축구스타 네이마르. 연봉이 2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AP] |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의 축구장 잔디에서 세계적인 슈퍼스타들이 경기를 펼치는 시대가 왔다. 축구 선수로서 받을 수 있는 최고로 명예로운 상인 발롱도르를 5회 수상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 이어 브라질 축구 스타 네이마르가 최근 합류했다. 축구에 이어 테니스도 사우디의 영향력 아래에 놓일지 주목되고 있다.
최근 파하드 나제르 주미 사우디 대사관 대변인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네이마르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선수 중 하나”라며 “우리는 사우디 리그에 이 선수들을 데려옴으로써 플레이 수준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파리 생제르맹에서 사우디 알 힐랄로 이적한 네이마르의 연봉은 무려 1억2920만파운드(한화 221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알 힐랄은 네이마르에게 개인 소셜미디어(팔로워 2억1200만명 이상)에 사우디아라비아 관련 글을 올려달라고 부탁했다. 게시물 1개당 보수는 7억원으로 책정했다.
천문학적인 연봉은 사우디의 국부펀드인 공공투자기금(PIF)가 떠받친다. 사우디의 사실상의 지도자인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가 PIF 이사회 의장이다.
스테판 지만스키 미시간대 스포츠경영학 교수는 “사우디 프로 리그(SPL)는 사우디에서 최고의 인기를 얻는 국내 리그다. 다만 사우디 정부가 직접 클럽에 돈을 쏟아 부어 선수를 영입하고 있다는 점이 특이한 것”이라고 말했다.
PIF는 국내리그에만 국한하지 않고 축구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 2021년에는 영국 축구 클럽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대주주가 됐다.
하지만 비평가들은 사우디가 자국 내 인권 침해로부터 주의를 돌리기 위해 스포츠를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를 ‘스포츠워싱’이라고 이름 붙였다. 사우디 정부는 반대 의견에 대한 탄압과 사형을 내리는 것으로 악명 높다.
사이먼 채드윅 스케마경영대 스포츠 및 지정학경제 교수는 “스포츠 워싱은 곧 이미지·평판 정화와 동의어”라며 “사우디는 분명히 최근 이것을 해왔다”고 말했다.
스포츠워싱이든 아니든 점점 더 많은 스포츠가 PIF의 지원을 원하고 있다. 축구에 이어 골프와 종합격투기도 PIF의 등에 올라탔다.
런던 서부에서 열린 신치 챔피언십에 참가한 이탈리아의 로렌조 무세티 선수[AFP] |
뉴욕타임스(NYT)는 테니스가 수년 동안 어려움을 겪어 왔으며 역시 지속 가능한 모델을 찾아야 한다는 압력에 직면한 상태에서 PIF와 손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지난 6월 남자 테니스 투어(ATP)가 PIF와 공동 투자를 논의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로 기대감은 한층 더 고조된 상태다.
테니스는 인기에 비해 수익을 거의 내지 못하는 스포츠다. 테니스가 전 세계 미디어 스포츠 권리에서 창출하는 수익은 1.3%에 불과하다다. 그 이유 중 하나는 테니스가 여자테니스협회(WTA), 미국테니스협회(USTA) 등 수많은 단체로 쪼개져 있기 때문이다. 각각 운영되는 조직은 토너먼트 일정을 어렵게 만들고 후원 및 중개방송 거래에 대한 협상력을 약화시킨다.
결국 초라한 매출은 선수들의 급여에 반영돼, 코치 비용, 훈련 세션 및 게임 플레이를 위한 여행 비용을 지불하고 나면 남는 수입이 거의 없는 정도에 이른다고 한다.
선수들은 변화를 원한다. 은퇴한 테니스 스타 마리아 샤라포바는 NYT 산하 딜북(DealBook)과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의 모든 중요한 스포츠 중에서 테니스는 분명히 재정적 성장을 위한 가장 큰 기회와 가장 실현되지 않은 가치를 지닌 스포츠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스포츠 워싱은 테니스에서도 논란거리이긴 하다. 테니스가 사우디의 평판을 재구성하는데 재료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주장과 수익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대치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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