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화력발전소가 건설 중인 강원 삼척시 삼척블루파워 공사 현장에서 130여명의 시민이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청소년 및 어린이 70여명도 시위에 참여했다. [청소년기후행동 제공] |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어릴 때부터 대학 가면 해결되니 행동은 자제하라고 했어요. 졸업을 2년 앞둔 지금으로선 더는 그 말을 신뢰할 수 없어 오늘은 학교에 가지 않고 삼척으로 왔습니다”
15일 강원 삼척시에 위치한 화력발전소 삼척블루파워 건설 현장. 공사가 막바지에 접어든 이곳에서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마이크를 들었다.
경기 하남시에서 온 박채윤 씨는 “화력발전소는 기후위기를 악화하는 중요한 원인이라는 걸 알면서도 기업과 정부는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정책만 시행하고 있다”며 “폭염과 태풍, 한파 같이 기후위기가 초래할 재난에서 살아가게 될까 두렵다”고 말했다.
신규 화력발전소가 건설 중인 강원 삼척시 삼척블루파워 공사 현장에서 130여명의 시민이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청소년 및 어린이 70여명도 시위에 참여했다. [청소년기후행동 제공] |
이곳 삼척블루파워는 내년 완공을 앞둔 신규 석탄발전소다. 2.1GW(기가와트) 규모로 단일 호기 중 국내에서 가장 크다. 가동이 시작되면 연간 온실가스가 1300만t 배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국내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의 2%에 달하는 양이다.
석탄발전소 가동을 저지하기 위해 이날 전국 각지에서 모인 130여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이중 70여 명은 2000~2017년에 태어났다. 재난처럼 다가오는 기후변화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는 없어 학교 밖으로 나온 청소년과 어린이들이다.
이들은 2018년 스웨덴에서 처음으로 기후위기를 이유로 학교에 가지 않은 그레타 툰베리의 연장 선에 있다. 전세계 청소년 기후운동 연대체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에서 진행하는 글로벌 ‘결석 시위’의 일환으로, 이번 주 전세계 곳곳에서 비슷한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이날 광주광역시에서 삼척으로 온 김민결 씨는 “시위에 나온다고 해서 변화가 즉각 보이지 않겠지만 여론이나 흐름을 바꿔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지난해 9월 기후파업 시위에 이어 두 번째로 참여했다”며 “지역에서도 함께 연대한다는 마음으로 왔다”고 했다.
신규 화력발전소가 건설 중인 강원 삼척시 삼척블루파워 공사 현장에서 130여명의 시민이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청소년 및 어린이 70여명도 시위에 참여했다. [청소년기후행동 제공] |
어린이와 청소년뿐 아니라 해외 케이팝 팬들도 삼척의 신규 화력발전소 가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화력발전소에서 쓸 석탄을 운반하기 위해 항만을 짓고 있는 맹방해변이 바로 방탄소년단(BTS)의 앨범 ‘버터’의 표지 촬영지이기 때문이다. 맹방해변은 항만 공사로 침식이 발생, 모래 절벽이 만들어지는 등 해변의 형태가 달라졌다.
케이팝포플래닛 박진희 활동가는 “기후위기가 국경을 뛰어넘는 문제인 만큼 글로벌 미래세대의 이목을 끌 수 밖에 없다”며 “우리 청년들은 이미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기후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경험하고 있다. 정부가 약속한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서라도 석탄발전소는 퇴출돼야 한다”고 했다.
이번 시위를 주도한 청소년기후행동의 윤현정 활동가는 “삼척 석탄발전소가 완공되고 가동을 시작한다면 한국의 기후 대응은 요원한 일이 된다”며 “기후위기 시대 석탄발전소는 가장 우선적으로 퇴출돼야 하는데 새로운 발전소가 지어진다는 게 말이 안된다. 삼척은 화석연료 퇴출을 위해 지켜야 할 ‘마지막 보루’”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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