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뺨맞고, 성기 걷어차이고…학폭 소송 1년, 결말은 “소송비용 내놔”
뉴스종합| 2023-09-21 11:13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초등학교 5학년생인 아들에게 학교 폭력(학폭)을 가한 가해 학생의 부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엄마가 1년 만에 승소하고도 소송비용을 물게 돼 억울함을 호소하고 나섰다.

2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5학년인 A씨의 아들은 2019년 초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같은 반 학생으로부터 장난이라는 이유로 뺨을 맞거나 허벅지를 맞는 등 학폭 피해를 겪었다.

A씨는 학교 측에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를 열어달라고 했으나 '아이들 나이가 낮은 점을 고려해달라'는 학교 측 요청에 학폭위 개최 요청을 포기하고 다른 지역으로 전학을 갔다.

하지만 집안 사정 탓에 2년 만에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게 됐고, A씨의 아들은 또다시 가해자의 희생양이 됐다. 성기 부위를 여러 차례 걷어차여 비뇨기과에서 치료받아야 했고, 정신적인 충격으로 심리치료까지 받았다.

A씨 측은 '피해자에게 서면으로 사과하고, 치료비를 지원해주라'는 학폭위 결과가 나왔음에도 가해자 부모가 이를 이행하지 않자 결국 대한법률구조공단을 통해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약 1년에 걸친 재판 끝에 A씨는 지난 6월 '일부 승소'했다. 춘천지법 원주지원은 A씨가 청구한 손해배상액 2600여만원 중 550여만원만 인정했고, 양측 모두 항소하지 않으면서 1심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하지만 A씨는 판결이 확정된 뒤 안도할 겨를도 없이 상대방 측으로부터 청구서 한 통을 받았다. 바로 '소송비용액계산서'였다.

A씨가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이겼으나 법원이 '소송비용 전체 중 70%는 원고(피해자 A씨 측)가 부담하고, 30%는 피고(가해자 측)가 부담하라'고 명령했기 때문이다.

민사소송법은 '소송비용은 패소한 당사자가 부담한다'고 규정하지만, 변호사의 보수와 소송비용에 관해서는 대법원규칙이 정하는 금액의 범위 안에서 인정한다. 예외적으로 승소한 당사자에게도 소송비용 일부를 부담하게 할 수 있다.

결국 예외 규정에 걸린 A씨는 상대방 측 소송비용의 일부인 160여만원을 물어줘야 하는 처지가 됐다.

A씨는 "길고 긴 싸움이 드디어 끝났다고 생각해 마음 놓고 항소도 포기했는데, 되레 상대 가해자 부모의 변호사비를 물어주게 된 너무나 억울한 상황을 맞았다"고 연합뉴스에 밝혔다.

A씨처럼 사회·경제적 약자가 제기하는 공익소송 등에서 소송비용까지 부담하게 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국회에도 비슷한 취지를 담은 민사소송법 일부개정안들이 발의됐으나 계류 중이다.

better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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