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K-배터리, 中 LFP 전기차 성적 ‘촉각’
뉴스종합| 2023-09-22 11:36
기아 ‘레이 EV’(왼쪽), KG 모빌리티 ‘토레스 EVX’

최근 테슬라발 전기차 가격 낮추기 경쟁 이후 국내 시장에서도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장착한 신차가 잇달아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정부가 한시적으로 보조금 액수를 늘리는 ‘전기차 보조금 확대 방안’을 다음주 발표하는 가운데 보급형 모델을 중심으로 LFP 배터리 수요가 늘면서 니켈·코발트·망간(NCM) 삼원계 배터리를 주력으로 하는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22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경차 ‘레이’의 전기차 모델 ‘레이 EV’를 21일 정식 출시,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했다. 이번 신형 레이 EV에는 중국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CATL이 생산한 35.2㎾h 용량의 LFP 배터리가 탑재됐다.

기아가 이번 신차의 특장점으로 꼽은 요인은 ‘가격 경쟁력’이다. 레이 EV의 트림별 가격은 2735만~2955만원이다. 서울 기준으로 국고 보조금 512만원과 지자체 보조금 135만원 등 총 647만원의 구매 보조금을 적용 시 2000만원대 초반이면 차량을 구매할 수 있다.

KG 모빌리티는 중국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BYD가 생산한 73.4㎾h 용량의 LFP 블레이드형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토레스 EVX’를 국내 시장에 내놨다.

KG 모빌리티는 토레스 EVX의 가격을 사전계약 당시 4850만~5200만원보다 최대 200만원가량 낮추는 파격 시도에 나섰다. 환경부 보조금과 지자체별 보조금을 받으면 실제 구입 가격은 3000만원대까지 낮아진다.

전기차의 원가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30~40%에 달한다. LFP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낮아 NCM 배터리와 비교해 전기차 주행거리가 짧다는 단점이 있지만, 제조원가가 30%가량 싸고 외부충격이나 화재 등 위험요인에 노출 시 안정성이 더 높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테슬라는 LFP 배터리를 탑재한 5000만원대 ‘모델 Y’를 출시했고, 기아도 중국에서 LFP 배터리를 탑재한 현지 전략형 전기 SUV ‘EV5’를 내놨다. 포드와 스텔란티스, 메르세데스-벤츠 등 다수 글로벌 완성차 업체도 출시를 앞둔 신차에 LFP 배터리 탑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LFP 배터리 점유율은 2020년 11%에서 지난해 31%로 급증했다. 오는 2030년에는 40%를 차지할 것으로 점쳐진다.

LFP 배터리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업계의 셈법도 복잡해지는 모양새다. LFP 분야로 포트폴리오를 넓히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정확한 양산 시기는 아직 미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난징 공장의 에너지저장장치(ESS) 라인 일부를 LFP로 전환하고, 2025년부터 전기차용 LFP 배터리를 양산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난 3월 국내 업계 최초로 LFP 배터리 시제품을 공개한 SK온에 이어 삼성SDI도 울산에 LFP 배터리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 선점을 목표에 둔 업체 간 가격 경쟁력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데다 중국 메인 제조사들의 기술력도 점차 높아지고 있어 LFP 배터리 점유율이 지속해서 상승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서재근 기자

likehyo8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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