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반도체 불황? 없어서 못 팔 정도” 삼성 vs. SK 누가 더 앞설까 [비즈360]
뉴스종합| 2023-09-30 07:51
[그래픽=김지헌 기자]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대한 업계 관심이 갈수록 불타오르는 모습이다. 내년 2배 가량 시장이 확대되면서 국내 메모리 기업의 수익성 회복을 돕고 주요 기업들의 반도체 선도 입지를 한층 부각시킬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에 삼성과 SK의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 HBM 시장은 올해보다 2배 가량 성장할 전망이다. 5년간 연평균 80%를 웃도는 고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업계에서 제기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이같은 시장 흐름을 반영해 메모리 칩 시장 선점을 위한 노력을 지속 중이다. 50%수준의 시장 주도권을 두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경영진 사이에 조용하지만 치열한 신경전도 지속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HBM이란 D램 칩을 고층 빌딩처럼 수직으로 쌓아 실리콘관통전극(TSV)을 통해 비메모리 칩과 데이터를 주고받는 메모리 반도체다.

HBM이 다양한 D램 종류 중 가장 주목받는 이유는 AI 칩에 필요한 주요 성능을 시중에 나온 어떤 D램 칩보다 균형감 있게 갖췄기 때문이다. HBM은 기존의 ‘저전력 더블데이터레이트’(LPDDR)나 그래픽(G)-DDR보다 대역폭이 훨씬 넓어 전송 속도를 크게 높이기 용이하고, 저장 용량 역시 기존 D램보다 우수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상민 퓨리오사 하드웨어 프로덕트 엔지니어링 상무는 과거 한 세미나에서 “챗GPT 시대의 여러 D램 중 HBM이 대역폭과 용량 측면의 균형 면에서 다른 D램 제품에 비해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분석한 바 있다.

HBM 시장의 큰 손인 엔비디아, AMD 등 대형 팹리스(반도체설계) 기업들이 HBM 주문을 늘리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 상용화로 고성능 서버에 가장 광범위하게 쓰이는 엔비디아의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H100에 탑재되는 HBM 4세대 제품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모자란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엔비디아와 AMD는 지속적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공급량을 늘려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고난도 기술인 실리콘관통전극(TSV) 공정을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HBM 생산 프로세스의 특성상 단기간에 공급량을 늘리기가 어려워 추가적인 투자가 필수적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SK하이닉스의 HBM 개발 변천 [SK하이닉스 제공]

현재 HBM 시장에서 가장 핫한 제품은 HBM3이다.2021년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4세대 HBM3를 개발한 뒤 지난해 6월부터 양산을 시작했다. 최근 AI 열풍으로 엔비디아 AI 서버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요가 폭발하자 엔비디아에 HBM3를 독점 공급하는 SK하이닉스의 매출이 크게 늘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8월에 5세대 HBM3E 개발을 완료했으며 성능 검증을 위해 엔비디아에 샘플을 공급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오는 10월 HBM3 양산에 이어 5세대 HBM인 HBM3P도 출시하겠다는 목표다.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와 차별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HBM 설계·생산부터 2.5D 첨단 패키징까지 턴키(일괄 생산) 생산체제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2024년부터 HBM 전 공정의 턴키 공급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런 특징이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에게 어떻게 소구될지도 시장이 주목하고 있는 부분이다.

미국과 중국 역시 해당 시장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미국의 메모리 기업인 마이크론이 HBM 제품을 양산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최근 중국 역시 미국 제재 속에서 반도체 자립을 추진하며 AI에 특화된 차세대 메모리칩인 HBM을 자체 생산할 것이라고 전했다. 창신메모리(CXMT)가 HBM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HBM 개발을 주도하는 중국 CXMT의 경우 이미 17~19㎚(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수준의 D램을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한 상태다. 한국 업체들이 이미 12~13나노 D램을 양산 중인 것을 감안하면 아직 중국과 5년 이상 기술 격차가 나고, 중국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은 1% 미만으로 미미한 상황이다. HBM은 현재 중국에 반입되지 못하는 EUV(극자외선) 노광장비가 필요 없다는 점에서 중국 입장에선 반도체 자립을 위한 출구 전략이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HBM이 올해 침체기를 맞은 국내 반도체 기업들과 이들의 기술력을 전세계에 다시 부각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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