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개천용’ 사라진 SKY 의대
뉴스종합| 2023-10-06 11:27

‘의대 광풍’이 갈수록 거센 가운데 이른바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의대에서 국가장학금을 신청한 학생 중 소득 9·10 구간의 학생 비율이 6년 사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1학기 국가장학금을 신청한 서울대 의대생 중 소득 9·10 구간에 속하는 학생 비율은 80%를 넘어섰다.

전체 재학생의 절반 가까이가 국가장학금을 신청하고 미신청 학생의 대부분이 자신이 고소득층임을 인지해 신청 자체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SKY 의대 내 고소득층 학생이 6년 새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6일 국회 교육위원회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받은 ‘국가장학금 신청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학기 서울대·고려대·연세대 의과대학에서 국가장학금을 신청한 학생 1050명 중 소득 9·10 구간에 있는 학생 비율은 74.38%(78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1학기 국가장학금 신청자 781명 중 소득 9·10 구간에 속한 학생 비율이 59.54%(496명)였던 것에 비해 그 비중이 크게 늘었다.

한국장학재단은 중위소득(전체 가구를 소득 순으로 나열했을 때 한가운데를 차지한 가구의 소득) 대비 200% 초과~300% 이하를 9구간, 300% 초과를 10구간으로 분류한다. 2023년 기준 중위소득은 540만964원으로 9구간의 경우 가구 월 소득인정액은 1080만원 이상, 10구간의 경우 1600만원이 넘는다. SKY 의대 재학생 중 국가장학금을 신청한 10구간 학생의 비중은 2018년 1학기 44.2%에서 2023년 1학기 61.71%로 늘어났다.

국가장학금은 가구 소득 수준에 따라 정부가 장학금을 차등적으로 지원하는 장학 사업이다. 장학금은 가구 소득 8구간 이하만 지급된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은 연간 700만원(둘째 자녀 전액 지원), 1~3구간은 520만원, 4~6구간은 490만원, 7~8구간은 350만원이 지급된다.

서울대 의대 국가장학금 신청자 중 고소득층 자녀 증가 추세가 두드러진다. 올해 1학기 서울대 의대에서 국가장학금을 신청한 학생 471명 중 80.04%가 소득 9·10 구간에 속했다. 이는 2018년 1학기 51.67%보다 28.48%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국가장학금 신청자는 재학생 중 절반에 가까운 학생들이 신청하고 있어 신뢰성 높은 표본이 된다. 장학금 신청자들의 가구 소득 수준 통계를 곧 특정 대학의 재학생 부모 소득 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의대 내 장학금 신청자들의 소득 구간으로 의대에 재학 중인 고소득층 자녀 비율을 유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신청을 하지 않는 학생의 상당수는 자신이 9·10구간에 해당하는 고소득층임을 인지할 학생일 가능성이 높다. 신청조차 하지 않은 학생을 포함하면 고소득층 비중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이를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보고, 의대 등 주요 대학이 지역 균형 선발 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서울의 주요 대학이나 각 의과 대학은 지역의 인재들이 많이 유입될 수 있도록 지역 인재 전형의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안효정·정목희 기자

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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