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韓 찾은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현악 사중주 “아리랑 연주, 사명감 갖고 있어”
라이프| 2023-10-13 08:42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현악4중주단 볼프람 브람들,리판 주,유스트 카이저,클라우디우스 포프 [이건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아리랑이 한국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 민요 중 하나라는 것을 알고 있어요. 이 곡을 연주한다는 것에 큰 책임감을 느낍니다.”

한민족의 정신과 심상을 담아낸 ‘아리랑’이 현존 최고의 악단 중 하나인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의 현악 단원들의 연주로 생생히 살아났다. 처절한 소단과 슬픔이 산뜻한 MZ 감성을 이으면서도, 클라이맥스로 향할수록 여린 애환을 묻힌다.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현악 4중주단의 첼리스트 클라우디우스 포프는 “‘아리랑’이 가진 문화적 중요성과 전통을 고려했을 때 훌륭하게 연주해야겠다는 사명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베를린슈타츠카펠레 현악 4중주단은 올해로 34회를 맞은 이건음악회의 일환으로 초청, 한국을 찾았다. 종합 건축자재 전문기업 이건이 1990년부터 이어오고 있는 무료 클래식 공연이다. 현악 4중주단이 연주할 ‘아리랑’은 전도유망한 한국 음악가 발굴을 위해 공모한 ‘이건음악회 아리랑 편곡 공모전’에서 최우수 작품으로 선정된 김다연(동아대, 23)의 ‘윤정옥 아리랑’이다. 밀양 아리랑의 주인공인 아랑 윤정옥의 삶을 녹였다.

제2바이올린을 맡고 있는 리판 주는 “중국인이라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고, 아리랑 멜로디도 익숙하다”며 “흥미롭게 편곡이 돼 많은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이건음악회는 국내 최장수 음악 메세나 행사다. 인천 이건간업 공장에서 프라하 아카데미아 목관 5중주단을 시작으로 한 해도 빠짐없이 ‘무료’로 수준 높은 클래식 연주회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 3월 작고한 창업주 故 박영주 회장은 지난 30여년간 직접 연주자를 섭외하며 음악회를 키웠다. 이미 작고 전 5년치 음악회 계획을 짜두고, 자신이 부재해도 음악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했다. 이건음악회에서 공모를 통해 편곡한 ‘아리랑’을 연주하는 것도 오랜 전통이다.

리더인 볼프람 브란들(제1바이올린)은 “3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음악을 통한 나눔을 실천해 온 이건음악회의 진정성에 뜻을 함께하고자 초청에 적극적으로 응하게 됐다”며 “의미 있는 공연에 참여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협연자 박노을,베를린 슈타츠카펠레 현악4중주단 볼프람 브람들,리판 주,유스트 카이저,클라우디우스 포프,협연자 강민지 [이건 제공]

450년 전통의 독일 명문악단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오케스트라의 현악기 파트의 수석 연주자들이 뭉친 현악 4중주단은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다니엘 보렌보임의 지도로 10년 전 첫 공연을 열었다. 2016년부터 슈타츠카펠레 수석 악장인 볼프람 브란들(독일)과 제2 바이올린 수석인 리판 주(중국), 비올라 주자 유스트 카이저(네덜란드), 첼로 수석 클라우디우스 포프(독일)가 호흡을 맞추고 있다. 특히 리판 주는 2012년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 출전, 5위에 오른 연주자다.

유스트 카이저는 “슈타츠카펠레는 발레, 오페라, 심포니 등을 연주하기에 다른 독일의 오케스트라보다 업무가 많지만, 현악 4중주단은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애정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멤버들 모두 앙상블의 중요성을 알고 있어 바쁜 업무에도 개인적으로 시간을 내 연습하며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현악 4중주단은 한국 관객과의 만남에서 드뷔시의 현악4중주 G단조 Op.10, 하이든의 현악4중주 F단조 Op.20 No.5, 슈베르트의 현악5중주 C장조 D596을 연주한다. 이번 내한공연에선 첼리스트 강민지, 박노을이 협연자로 함께 한다.

브란들은 “드뷔시 곡은 걸작으로 불리는 아름답고 유려한 작품으로, 그는 이 곡에 프랑스 색을 입히려고 했지만, 당시 바그너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어서 그 음색에 익숙해져있다는 특색이 담겼다”고 소개했다. 하이든은 ‘현악 4중주’의 모든 것을 담아낸 작곡가다. 그는 “하이든은 현악 4중주의 할아버지 같은 작곡가다. 이번에 연주하는 하이든의 곡은 진중하고 어두운 색채가 있다”고 했다.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현악사중주단의 공연은 13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을 시작으로, 15일 서울 예술의전당, 17일 광주 예술의전당, 19일 대구 콘서트하우스, 21일 부산 금정문화회관, 22일 인천 아트센터인천에서 열린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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