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여야 '현수막 정쟁' 자제 분위기…'순한맛' 민생 홍보, 괜찮을까 [이런정치]
뉴스종합| 2023-10-21 13:27
20일 서울 서강대교 남단사거리에서 관계자들이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여야가 모처럼 ‘정쟁형 현수막 걷어내기’에 뜻을 모았다. 총선을 6개월여 앞두고 상대 정당을 비방하는 등 국민들의 ‘정치 피로도’를 높이는 현수막을 자제하고, 대신 민생과 정책형 문구 위주의 현수막으로 민심을 얻겠다는 복안이다.

정부여당인 국민의힘이 먼저 치고나간 가운데 민주당도 뒤따르는 모양새지만 실제 총선까지 이런 기조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순한맛’ 민생 문구로 민심을 사로잡기 부족하다는 판단으로 언제든 다시 비방 현수막을 꺼내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아울러 ‘현수막 공해’ 원인으로 지목되는 옥외광고물관리법 개정는 정작 여야 모두가 손을 놓고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지난 19일부터 중앙당에서 내걸었던 정쟁형 현수막 교체 작업에 들어갔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전국에 게첩 된 일체의 정쟁형 현수막을 지금 이 시각부터 철거키로 결정하고 당협별로 지시를 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정당 현수막 게재 제한을 없앤 옥외광고물법 개정 이후 원색적 문구를 담은 현수막이 난립하면서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진 가운데, 자발적 현수막 정쟁 자제로 긍정적 여론 효과를 기대한 것이다.

서울 지역에서부터 우선 국민의힘이 내걸었던 ‘대법원장 임명 부결 이재명 방탄의 마지막 퍼즐’이란 현수막은 ‘국민의 뜻대로 민생 속으로’로 교체됐다. 당은 각 시도당과 당협이 각 지역 특색에 맞는 정책 홍보 현수막을 달 수 있도록 문구를 만들어 내려 보낼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도 최근 여당 기조 변화에 맞대응하는 차원에서 이를 검토하기로 한 상태다. 같은날 민주당 지도부 회의에서는 이 같은 방침이 논의됐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국에 시도당별로 걸고 있는 현수막의 내용을 살펴보겠다”며 “민생과 경제를 알리고 챙기는 데 민주당이 주력하는 부분이 현수막으로 홍보될 수 있도록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과 같이 상호 비방 현수막을 전면 철거할지 묻는 질문에는 한 대변인은 “일단 전국의 현수막 내용을 살펴보겠다”라고 답했다.

16일 오전 울산시 관계자가 울주군 범서읍의 한 전봇대에서 철거한 정당 현수막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는 이 같은 자제 분위기를 환영하면서도 언제든 정쟁·비방형 현수막이 돌아올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일단 한 민주당 보좌진은 “현수막 전쟁은 정치인도, 국민도 얻는 것이 없고 정치혐오 조장 등 부담만 큰 치킨게임과 다를 바 없었다”면서 “총선을 앞둔 지금이라도 정치권이 자정 목소리를 내는 것은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다른 국회 관계자는“지금 당장은 기조변화를 보여주기 위해 정쟁 현수막을 자제하는 액션을 취한 것”이라면서 “후보도 후보지만 결국 '당대 당' 싸움인 총선이 다가올수록 특히 격전지에서는 비방형 및 정쟁형 현수막을 내걸고자 하는 유혹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구에서 누가 먼저 정쟁형 현수막을 다시 걸지 눈치싸움이 이어질 수 있고, 한 명이라도 신호탄을 쏘아올리면 분위기가 이전으로 확 쏠릴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옥외광고물법이 또 다시 국회에서 개정되지 않고서는 현수막 난립 문제를 원천 차단할 수 없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특히 여야가 작년말 옥외광고물법을 개정하면서 이를 자초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당시 개정안에선 정당 정책이나 정치 현안에 대한 현수막은 지자체 신고·허가 등 설치에 제한이 없도록 규정했고, ‘국민의짐’ ‘더불어돈봉투당’ 등 혐오와 비방 일색인 현수막 난립 문제가 심화됐다.

한편 기초자치단체 단위에서는 비방형 정당 현수막 게시를 제한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서울 송파구는 최근 기초자치단체로는 최초로 정당 현수막 개수 및장소를 제한하고, 혐오·비방·모욕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걸지 못하도록 조례를 제정했다. 이는 지난 19일부터 공포돼 실행에 들어갔다.

최근 서초구도 유사한 내용의 조례 개정을 추진 중이다. 정당 현수막의 조례 위반 여부는 별도의 옥외광고심의위원회가 심사하는 구조다. 다만 행정안전부는 이 같은 기초자치단체 조례들이 상위법을 위반하는 것으로, 법 개정이 수반돼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일부 진통도 전망된다.

국회의사당 앞 정지 표지판. [연합]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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