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미국 반도체업체인 브로드컴과 클라우딩 컴퓨팅업체 브이엠웨어(VMware)의 합병거래를 조건부 승인했다. 다만 10년간 타사 제품의 호환성을 낮추는 것을 금지하고, 드라이버 소스 코드를 제공 등 협조 의무를 부과했다.
공정위는 브로드컴과 브이엠웨어의 기업결합 신고 건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결정하면서 이 같은 시정조치를 부과했다며 23일 이같이 밝혔다. 브로드컴은 지난해 5월 브이엠웨어의 주식 전부를 약 610억달러(약 82조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각국 경쟁 당국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미국과 영국을 포함한 대부분 나라의 경쟁 당국은 두 회사의 기업 결합을 조건 없이 승인했다. 유럽연합은 지난 7월 호환성 보장을 위한 협력 조건부로 승인 결정을 내렸다. 중국에서는 아직 심사 절차가 진행 중이다.
브로드컴은 미국에 본사를 둔 통신용 반도체 중심의 하드웨어 업체로, 전 세계 '파이버채널(FC) HBA(Host Bus Adapter)' 1위 사업자다. FC HBA는 서버와 스토리지 네트워크(SAN) 간의 연결을 지원하는 어댑터로서 서버의 한 부품으로 사용된다.
브이엠웨어는 '서버 가상화 소프트웨어'의 1위 사업자다. 서버 가상화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의 집합체인 서버상에 다수의 서버를 모방한 가상머신을 생성, 서버를 논리적으로 분리해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서버 가상화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이와 호환되는 FC HBA를 서버 하드웨어에 장착해야 한다. 가상화 소프트웨어라는 네트워크에 접속하기 위해 꼭 필요한 부품이 FC HBA인 셈이다.
공정위는 브로드컴과 브이엠웨어의 기업 결합이 이뤄지면 브로드컴의 경쟁자가 시장에서 배제될 우려가 있다고 봤다.
가상화 서버 소프트웨어 생태계에서 사실상 표준의 입지를 가진 브이엠웨어가 브로드컴 경쟁사의 FC HBA 호환성 인증을 거절하는 경우, 소비자들이 대거 브로드컴의 FC HBA로 부품을 교체하면서 경쟁 제품이 시장에서 퇴출당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에 공정위는 두 회사의 기업 결합을 승인하면서 의결일로부터 10년간 브로드컴을 제외한 제삼자의 FC HBA와 브이엠웨어 서버 가상화 소프트웨어와의 호환성 수준을 현재 수준보다 낮추지 말라는 조건을 달았다.
제삼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 30일 이내에 브로드컴의 FC HBA 드라이버 소스 코드와 라이센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협조 의무도 조건에 포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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