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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록, 다양한 캐릭터를 개성있게 그려내는 노하우는 뭘까?
엔터테인먼트| 2023-11-27 00:05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배우 김신록이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작품마다 다양한 개성의 캐릭터를 맡아 자신의 존재감을 녹여낸다.

최근 종영한 ENA 코믹 버디 스릴러인 ‘유괴의 날’에서는 김명준(윤계상)의 전처 서혜은을 연기했다. 서혜은은 김명준에게 11살 소녀 최로희(유나)의 유괴를 제안한다. 작품내내 윤계상-유나가 함께 다니기 때문에 김신록은 분량이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8부부터 급반전의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김신록의 역할이 매우 커졌다.

“‘유괴의 날’을 선택한 이유는 스토리 자체가 참신하고, 전개가 빠르고, 캐릭터가 다채로웠다는 점 때문이다. 명준과 로희의 공조라는 케미가 신선했다. 초반에 저는 덜 드러나지만, 종반에 휘몰아치며 급반전되는 이야기가 매력적이었다. 연극이라면 대본을 받으면 전체 분석이 가능하지만, 드라마는 4회분 정도의 대본을 받고 시작하기 때문에, 꼼꼼하게 설계를 하기 어렵다. 매순간 확장해나갈 수 밖에 없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해야 한다.”

김신록은 “서혜은은 여러 악행을 저지르는데, 이해할 수는 있지만 동의할 수는 없는 인물이다. 이런 인물의 연기는 처음이다”면서 “인물 악행의 근거는 환경에서 나왔다. 하지만 연민이 일어날 수 있는 충동이 들 때도 동의해주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김신록은 “서혜은이 자기애가 강한 새로운 인물이라 기존 방식과는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연기해보고 싶었다. 새로운 방식은 어설프고 덜 안정적일 수도 있음에도 새로운 시도가 필요했다”면서 “진실과 거짓의 구분이 잘 안되는, 경계에 걸쳐있는 인물로서의 서혜은을 표현하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매력적이었다. 새로운 길을 더듬거리면서 찾아가는 느낌이었다”고 설명했다.

김신록은 “이번에 만난 윤계상 선배는 채워나가는 부분에서 적극적으로 헌신해준 분이다. 나는 롤모델이 없는데 윤계상 선배를 보면서 멋있는 어른이어서, 본 받고 싶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전했다.

김신록은 2004년부터 연극과 드라마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연기 경력을 다져왔다. 발성이 좋고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연기가 오래 기억에 남게 했다. 단순히 발성만 좋은 게 아니라 인물들의 톤에서 김신록의 발성이 들어가면 차별적으로 느껴지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2020년 이후에는 ‘방법’ ‘괴물’ ‘술꾼도시여자들’ ‘지옥’ ‘모범가족’ ‘재벌집 막내아들’ ‘무빙’ ‘스위트홈2’과 ‘형사록 2’ 등 쉼없이 많은 작품에 출연했다.

‘재벌집 막내아들’에서는 진양철의 고명딸이자 순양백화점 대표인 진화영을 인상깊게 연기했고, ‘무빙’에서는 안기부 간부 문성근의 수행비서인 여운규 역으로 강력한 인상을 주었다. ‘지옥 2’에서는 ‘지옥’의 마지막편에서 꿈틀거리는 상황을 이어받아, 지옥에서 환생해 온 박정자 역으로 출연한다.

이렇게 다양한 캐릭터를 개성있게 그려내는 노하우는 무엇일까?

“캐릭터 보다는 전체 구조를 많이 본다 . 이 과정에서 액티브와 포즈티브라는 두 단어를 생각한다. 열린 마음으로 확장해나갈지를 궁리하는 것이다. 인물은 관계속에서 구축되는데, 관계를 다채롭게 쌓아가는 게 중요하다. 인물이 해내는 몫, 음성, 비주얼에서도 어떤 기능을 수행할지 연구한다. 가령, 남자들만 있을 때 내가 약간 하이 톤만 잡아도, 분위기가 많이 달라지는 식이다.”

김신록은 “연기는 매번 답이 달라진다. 하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에게 생명이 깨어나게 하는 일이다. 셩명력의 확장이 일어난다”면서 “현장과 공간에서 생기가 살아나는 순간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때 내가 가치 있는 일을 하는 듯하다. 이 맛에 연기한다. 이게 잘 안될 때, 안풀릴 때는 계속 고민하는 수밖에 없다. 잘 모르는 부분을 연습을 통해 알아가는 맛이 있다”고 연기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이어 “앞으로 일상적이고 통속적인 작품도 해보고 싶다. 멜로, 로코 등 다양한 작품에 도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신록은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지리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대 대학원 연극영화학으로 석사를 받았다. 또,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를 졸업했다.

“일반대에서 다양한 교양수업을 듣고, 동아리 활동을 한 게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의 폭을 넓혀주었다. 지리학과를 나왔지만 길치, 방향치이기는 하지만 인문사회적인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어릴 때 아버지가 배우로 활동하셨는데, 연기 공부를 하라고 하지 않고, 인생을 배워라고 하셨다.”

김신록은 내년이 데뷔 20주년이지만,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했다. 계속 새로운 얼굴을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매번 다른 장르에서 새로운 캐릭터를 선보이는 김신록의 다음 연기도 기대가 된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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