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학년도 218명 신입생 선발
5개 전공과목 자유롭게 넘나들어
방학중엔 산업계 기술 경험 인턴십
인문·자연계 다른 학부와도 교류
송준호 서울대 첨단융합학부 설립단장 겸 교수가 15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인문관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1학년 모든 신입생을 제가 개인적으로 만날 생각입니다. 첨단융합학부의 교수들이 학생들의 미래, 진로를 위해 있다는 점을 직접 보여줄 겁니다.”
송준호 서울대 첨단융합학부 설립준비단장(건설환경공학부 교수)은 최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송 교수는 첨단융합학부는 취업을 위한 학부도, 순수 학문만을 위한 학부도 아닌 학생의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학부라는 점을 강조했다.
서울대 첨단융합학부는 2024학년도부터 218명의 신입생을 받는다. 자연과학대학(254명), 인문대(278명)에 버금가는 대형 학부의 탄생이다. 서울대가 정원을 증원한 것은 약 30년 만이다. 교육부가 첨단분야에 한해 수도권 지역 학부과정의 학생 정원 규제를 대대적으로 완화한 결과다. 첨단융합학부 학생들은 1학년 1학기부터 2학년 1학기까지 교양과 전공 탐색 수업을 들은 뒤 2학년 2학기부터 ▷디지털헬스케어 ▷융합데이터과학 ▷지속가능기술 ▷차세대지능형반도체 ▷혁신신약 중 1개를 전공으로 선택한다.
전공 선택권 확대...학생-교수가 같이 준비
그렇다면 기존 공대와 어떤 점이 다를까. 송 교수는 ‘전공 선택권’을 꼽았다. 그는 “고등학교 때의 제한된 정보와 입시 위주 교육에서 막연하게 다뤄지던 전공에 대한 개념을 잊고, 5개 전공에 대한 과목을 자유롭게 들으면서 자신이 원하는 전공을 스스로 찾을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송 교수는 전공 선택과 관련해 학교 전체가 학생들을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율, 자유라는 가치를 중요시한다고 해서 3학기 동안 교수들이 책임을 놓겠다는 게 아니다. 학생들이 좋은 선택지를 두고 준비된 결정을 할 수 있게 돕는 것에 방점을 뒀다”며 “교수-학생의 직접 소통, 세밀한 교과목 설계와 상담을 통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1년 동안 모든 학생을 직접 만나겠다는 송 교수의 결심이 ‘공수표’가 아닌 이유다.
송 교수는 대학원 시절 마주한 융합의 경험을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싶어 한다. 송 교수의 첫 논문이 건설환경공학에 수학과에서 배운 개념을 적용한 ‘융합 논문’이기 때문. 그는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할 때 2개의 부전공(각 3개 과목) 이수가 필수였다. 선형계획법 수업에 영감을 받아 전공 분야인 시스템신뢰성 해석(System Reliability)에 이를 적용한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했다”며 “혁신과 첨단은 자신과 다른 전공, 사람을 만나 융합하는 과정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공 교수와 별도로 전공상담교원도 준비했다. 송 교수는 “학내 전공설계센터에 첨단융합학부 학생 상담을 전담하는 전문위원 4명을 영입하기로 했다. 1명의 학생을 한 학기 최소 1회 이상 의무적으로 만나야 하고 추가로 요청한다면 전공 주임 교수, 저까지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했다. 첨단융합학부 공간 설계에도 의지가 반영됐다. 현재 서울대는 자연과학대 건물(18동) 일부를 리모델링 중이다. 송 교수는 건물 지상 1층, 가장 접근성이 좋은 곳에 상담실을 마련할 예정이다. 송 교수는 “상담 이력, 수강 이력을 데이터베이스화 해서 전공상담교원이 자리에서 곧바로 검색한 뒤 구체적으로 상담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도 개발 중”이라고 덧붙였다.
의대 교수도 소속 바꾼다...4년간 43명 확보
서울대 교수들도 첨단융합학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오는 3월부터 송 교수를 포함해 이찬 산업인력개발학과 교수, 최승홍 의학과 교수가 정든 학부를 떠나 첨단융합학부로 소속을 바꾼다. 본부 직속 특별채용 인사위원회를 구성해 신규 교원 5명도 뽑고 있다. 이들은 각 전공의 기둥이 될 전공 교과목 개발을 진행하게 된다. 2024년 1학기부터 기존 학부에 소속을 두되 첨단융합학부를 동시에 가르칠 겸무 협약 교수도 5명 구했다.
송 교수는 “교원은 소속 변경, 겸무 협약, 신규 채용 총 3가지 방법을 통해 4년 동안 43명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내년부터는 최승홍 의학과 교수(디지털헬스케어전공), 장원철 통계학과 교수(융합데이터과학), 이원보 화학생물공학부 교수(지속가능기술), 신형철 전기·정보공학부(차세대지능형반도체), 정연석 제약학과(혁신신약) 교수가 전공주임교수로 활약할 계획이다.
‘첨단 융합’이 구호로만 그치지 않을 수 있도록 대학원 연계 방안도 마련했다. 송 교수는 “교수들 또한 첨단 연구를 해야 교육에 반영할 수 있다. 첨단융합학부는 대학원이 없기 때문에 대학원 연구는 (교수가) 기존 학과와 겸무 협약을 맺고 진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공과대, 의과대, 약학대는 물론 인문계열 대학원과도 겸무를 하게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설 학부의 교과 과정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하지만 송 교수는 전공주임교수 5명을 중심으로 ‘내실화’에 총력을 다 하고 있다고 답했다. 송 교수는 “융합데이터 실습 개론 수업에서 야구 구단과 협약을 맺어 실제 야구 데이터를 다뤄볼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 교과 과정에 본인이 배우게 될 학문이 산업계, 문화계, 예술계에서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체험할 수 있도록 녹여내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수 입장에서는 학생들의 ‘선택’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고민이 깊다”고 귀띔했다. 학생들이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을 만한 교과목을 설계하기 위해 교수 개인의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는 의미다.
서울대는 첨단융합학부 산업계, 서울대 다른 학부와의 융합도 꾀하고 있다. ‘모두를 위한 첨단융합학부’가 되는 것이 목표다. 인턴십 교과목 개발을 위해 국내는 물론 해외 유수 기업과도 논의를 진행 중이다. 송 교수는 “기업 현장, 연구소 등에서 학생들이 배운 지식을 적용하고 산업계의 기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방학 중에 인턴십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교과인증과정도 강조했다. 전공을 선택한 뒤 기술창업, 창의연구, 정책리더십 등 3개 트랙 중 1개를 선택해 12학점을 이수하는 과정이다. 다른 단과대학 소속 학생도 트랙을 밟아 인증을 딸 수 있다. 송 교수는 “다른 학부생들에게도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 첨단융합학부생들도 인문계, 자연계 학생들과의 교류를 통해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첨단융합학부가 새로운 교육의 플랫폼으로서 서울대 전체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크로스리스팅도 활성화한다. 여러 학과에 개설된 유사 과목을 통합해 하나의 수업으로 진행하는 서울대의 제도다. 다른 학과 학생들과 함께 수강하고 모두가 전공을 인정받는다. 선형대수학, 아날로그전자회로, 생리학 등 28개 과목이 크로스리스팅 될 예정이며 지속 확대할 방침이다.
송 교수는 “4차 산업혁명,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기후위기, 인구절벽 등 국내외 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융합소양과 소통·협업 능력을 바탕으로 공동체의 난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대체불가’의 인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서울대 첨단융합학부는 끊임없이 배우는 능력을 갖추고자 하는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여러분의 꿈을 응원하는 첨단융합학부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지영·박혜원 기자
park.jiye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