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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철이라 말도 못 하고”… 경찰 초과수당 부족 ‘부글’
뉴스종합| 2023-12-07 09:46
자료 사진 [연합]

[헤럴드경제=사건팀] “가뜩이나 연말인데 치안 공백 생길까 걱정이죠. 경찰들도 인사철이니 더 세게 뭐라고는 못 하지만 불만이 많아요.” (서울소재 경찰서 A경장)

“초과수당을 받는 대신 연가저축계좌에 연가를 쌓아서 10년 안에 쓰면 된다고 하는데, 일이 바쁜데 어떻게 쉴 수 있을까요. 너무 적은 수당도 현실화돼야 합니다.” (서울소재 경찰서 B경정)

7일 경찰 등에 따르면 연말 예산 부족을 이유로 실시한 경찰의 ‘초과근무 자제령’을 놓고 일선 경찰들의 불만이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경찰은 사태 확산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진화와 해명에 나섰지만 이미 쌓인 불신이 커 역부족인 모습도 노출되고 있다. 초과수당 지급 여부 등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소문까지 횡행하면서 경찰청은 사실 확인·정정에 진땀을 빼고 있다.

지난달 초 경찰청은 연말까지 초과근무 신청과 자원근무를 제한하라는 내용의 ‘경찰청 근무혁신 강화 계획’을 전국 시도경찰청과 부속기관에 하달했다. 올해 기승을 부린 묻지마 범죄 관련 치안 수요가 급증했고, 홍수 등 자연재해와 ‘잼버리 사태’로 경력 동원 사례도 많아지면서 초과근무수당 지급 예산이 조기 소진됐다는 이유에서였다.

일선 경찰관들의 불만이 터져나오자 경찰은 11월 중 초과근무 일부 제한을 통해 12월 중에는 다소간 상한 제한을 완화하기로 하는 등 방침을 밝힌 상태다. 특히 전체 경찰의 65~70% 내외 비중을 차지하는 현업 인력(지구대·파출소 등 교대근무자와 일부 형사·수사·경비·상황실 등 소속)에 대해서는 업무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기존만큼의 초과근무와 수당을 최대한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찬가지로 30% 안팎을 차지하는 내근직 등 일반 부서 직원들도 불필요한 초과근무를 소폭 줄이는 한편, 초과근무시 연가 보상을 활성화하는 취지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같은 해명에도 일선 경찰관들의 불만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서울경찰청 한 기동대 소속 순경은 “추운 날씨에 칼바람 맞으며 하루종일 서 있었는데 돈은 못 받고 휴가로만 가라는 게 말이 되는가”라며 “무슨 대기업 하청 이야기도 아니고 억울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영등포구 소재 한 지구대 팀장은 “초과수당 배정 시간이 30시간 정도로 너무 적다. 4교대로 근무하는데 주간은 그렇다 쳐도 야간 인력부족이 심하다”면서 “여의도나 영등포구 일대에 술집이 많아 치안공백이 생길 수 있어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갑자기 예산이 다 떨어져 간다고 요즘은 교육도 가지 말라는 분위기다. 교육을 갔다오면 주는 수당이 있는데 요즘은 딱 거기에서 절반만 준다”고도 말했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과 오해도 쌓이고 있다. 전날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초과수당 정말 안 주는 것인가”라며 불만을 토로하는 글이 올라오자 “12월은 안 준다” “검토만 하고 준다는 공지는 없지 않느냐” “11월 초과수당은 반발이 있으니까 준다는 거고, 12월은 못 받을 것 같다”는 등의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경찰청 관계자는 관련 의혹 제기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11월에 예비분을 아껴놓고 초과근무수당을 자체절감한 측면이 있어서 12월에는 초과근무수당 지급 상한이 오히려 더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심지어 수당 지급 예산을 연내 소진해야 하기 때문에 12월은 수당이 선지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일선서 내부에서도 초과근무 효율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소재 경찰서에 근무하는 한 경정은 “내근하는 경찰 중에 솔직히 거짓으로 초과근무 찍고, 영상을 보거나 헬스장을 갔다가 늦게 퇴근하는 사람들도 많다”면서 “이런 예산 낭비부터 진짜 단속해야 진짜 초과근무자를 챙겨줄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도 “수당 수급만을 위한 과도한 초과근무를 줄이고 연가를 많이 사용해서 ‘일과 가정 양립’을 도모하자는 것은 최근뿐만이 아닌 10여년 전부터의 흐름”이라고 말했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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