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94세 할머니가 건넨 봉투엔…“부모 없이 큰 아이들에게 써주세요”
뉴스종합| 2023-12-07 14:06
94세 할머니가 익명으로 건넨 봉투엔 부모 없이 자란 아이들에게 써달라는 당부가 적혀있다. [대한적십자사 서울지사 제공]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94세의 노인이 자신의 손자 손녀도 어릴 적 도움을 받았다며 대한적십자사에 100만원을 기부해 귀감이 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서울특별시지사(회장 권영규)는 7일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성장하는 아이들을 위해 사용해달라며 100만 원을 기탁한 얼굴 없는 기부 천사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적십자사 서울지사에 따르면 지난 10월 중순, 한 어르신이 관악구에 있는 적십자사 남부봉사관 사무실에 찾아봐 봉사관 책임자를 찾더니 현금 100만원이 든 편지 봉투를 봉사관장에게 건넸다.

할머니는 서툰 한글로 "부모님 없이 큰 아이들에게 써주세요. 그러면 감사하겠습니다. 우리 손자손녀 4남매, 중고 때 도움을 받았습니다."라고 적은 봉투를 전달하고는, 신원을 밝히지 않고 홀연히 떠났다고 한다. 기부금이 "약소"하다면서, 자신에 대해선 "94세"라고만 알렸다.

남부봉사관 관계자는 "할머니께서 갑작스레 사무실을 찾아오셔서 처음에는 적십자의 도움이 필요하시거나 저희가 해결해드려야 할 민원이 있는 줄 알았다"며 "소중한 기부금이 잘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임자인 봉사관장을 찾아 직접 전달하신 것 같다. 온정을 전해주신 기부자님께 감사드리며, 꼭 필요한 곳에 올곧게 지원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전했다.

적십자사 서울지사는 94세 익명 기부자의 뜻을 살려 아동복지시설 퇴소 후 자립을 준비하는 청년과 위기가정 아동·청소년에 생계·주거비를 전달하는 사업에 기부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better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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