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3차 종자산업 육성 종합계획 추진
글로벌 시장 겨냥한 10대 종자 개발
정부-원천기술·민간-품종개발 이원화
2025년 관련산업 혁신 클러스터 조성
전북 김제 한 민간육종연구단지 온실에서 농민들이 난과 식물을 관리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
‘농업’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서 저항이 가장 거셌던 산업이다. 관세나 무역 장벽이 모두 철폐되는 FTA 네트워크 내에서 노동집약적이면서도 부가가치가 크지 않은 전통적인 우리 농업은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우리 농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농업분야의 반도체’라고 불리는 종자산업이다.
종자 산업은 웰빙·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와 농업 부문의 경쟁력 향상 및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해 기능성 증진, 맞춤형 기능 식품 등 대체 식품용 신품종 개발과 고부가가치화 등 농산물 부가가치 향상과 직결돼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국내 종자 시장 규모를 2027년까지 1조2000억원 규모로 키우고, 종자 수출액도 1억2000만달러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21일 농림축산식품부의 종자업 실태 조사 결과(2021년)에 따르면 세계 종자시장 규모는 2020년 기준 449억달러 수준에 달한다. 최근 바이오 기술 등이 접목되면서 종자 시장 규모는 천문학적으로 커지고 있다. 2027년까지 종자시장은 547억달러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글로벌 종자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국내 종자 시장 규모는 6억2000만달러 수준으로 세계 종자 시장의 1.4%에 그친다. 최근 스마트팜 보급으로 육묘산업 규모가 소폭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전체 시장 내 비중으로 치면 미미한 수준이다.
▶금보다 비싼 종자, 한국 농업의 새 먹거리=정부는 올해 초 ‘제3차(2023∼2027년) 종자산업 육성 종합계획’을 통해 종자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키우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새로운 우량종자 개발 및 전문 인력 양성 등을 위해 5년간 총 2조원가량을 투입한다는 전략이다.
정부가 신수종사업으로 종자 산업을 택한 것은 농업에서 종자만큼 ‘고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는 산업이 드물기 때문이다. 일례로 우리가 흔히 먹는 파프리카 종자 1g은 약 12만원에 달한다. 금 한 돈(3.75g)이 16만8000원 가량임을 감안하면, 파프리카 종자는 금보다 약 2배 가량 비싸다. ‘로열티’ 때문이다. 우리 국민이 즐겨 먹는 청양고추를 재배하려면 해당 종자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독일 기업에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양파, 양배추 종자는 70%이상 일본 기업에 소유권이 있다. 하나의 종자를 키워 농산물로 시장 가치를 얻게 되면 수백, 수천배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셈이다.
현재 세계 종자 시장은 바이엘, 코르테바 등 일부 다국적 기업이 생명공학(BT),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 새로운 품종을 개발해 공급하는 등 독과점 구조를 굳히고 있다. 국내 시장은 판매액 5억원 미만의 소규모 업체가 90%에 이를 정도로 종자산업 구조가 영세하고, 국가 연구개발(R&D)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정부는 우선 세계적으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육종 추세에 맞춰 신육종 기술을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세계시장을 겨냥한 10대 종자를 개발해 고부가 수출산업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이 개발 계획에는 오는 2034년까지 7000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지난 2012년부터 2021년까지 진행한 ‘골든 시드 프로젝트’ 후속으로 디지털 육종 상용화를 위한 종자산업 혁신 기술 연구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2025년 종자산업 혁신클러스터 조성= 정부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쟁력 있는 핵심종자 개발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세계 종자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옥수수, 콩을 포함한 밀, 감자, 벼 등 식량작물과 향후 높은 시장 성장이 예상되는 스마트팜, 수직농장 등에 특화된 상추 등 엽채류와 딸기, 토마토, 파프리카 등 과채류 등 종자 개발을 강화할 계획이다. 종자산업 육성을 위핸 3대 핵심 인프라 구축에도 총력을 기울인다. 디지털 육종 기술 상용화를 위한 데이터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정부가 보유한 유전체 정보 등 공공 데이터를 민간에 개방한다. 데이터 플랫폼을 종자산업진흥센터(2024년)에 구축해 민관 협력도 강화한다.
또, 네덜란드 종자 단지(시드 밸리)와 같은 종자산업 혁신클러스터 조성(2025년)에도 착수하기로 했다. 네덜란드는 지난 2008년 370㏊ 규모의 종자단지를 설립했다. 현재 40개 회원사가 입주해 있는데, 채소와 화훼 종자로 2021년에만 1조95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아울러 정부 주도 종자 R&D를 기업 주도로 전환한다. 정부가 원천 기술을 개발해 민간에 전수하면 기업은 이를 활용한 종자 품종 개발에 집중하도록 역할을 분담한다. 이를 위해 기업이 활용 가능한 전북 김제에 2026년까지 종자기공센터를 구축한다. 종자로 인해 농가와 업체 간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해결하는 전담팀도 신설한다. 이와 함께 국립종자원이 보유한 순수한 종자를 걸러내는 ‘정선시설’을 민간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 기업이 관련 시설 확보를 위해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는 부담도 덜어주겠다는 계획이다.
김용훈 기자
[제작지원: 2023년 FTA이행지원 교육홍보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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