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평화의 나라였던 에콰도르, 어쩌다 ‘무법천지’ 됐나 [세모금]
뉴스종합| 2024-01-11 14:41
10일(현지시간) 에콰도르 과야킬에 경찰관들이 에콰도르 국영 TC TV 채널 건물 밖에서 경비를 서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남미에서 비교적 안전한 나라로 꼽혔던 에콰도르가 무법천지로 변했다. 대법원장 집 앞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한 데 이어, 무장 괴한들이 방송국 난입에 난입해 직원들을 위협하는 장면이 생중계되는가 하면, 하루에 감옥 여섯 곳에서 폭동이 일어나 교도관과 경찰이 납치됐다. 불과 며칠 사이에 발생한 사건들이다. 에콰도르는 어쩌다 범죄영화가 현실에서 펼쳐지는 나라가 됐을까.

10일 영국 BBC 방송과 미국 CNN 방송 등은 에콰도르에서 대형 범죄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는 배경을 주요 뉴스로 다뤘다. BBC는 “에콰도르에서 사상 초유의 폭력 사태로 비상사태가 선포되며 거리가 군인들로 가득찼다”면서 “악몽 속 도시 같았다”고 전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도 현재 에콰도르의 상황에 대해 “이전과 전혀 다른 일상이 펼쳐지고 있다”며 “수도 키토에선 군인들이 대통령궁 근처를 순찰하고 있고, 통근자들로 붐벼야할 지하철역 대부분은 텅 비었다”고 표현했다.

지난 9일(현지시간) 에콰도르 군대가 에콰도르 키토에서 순찰하고 있다. [신화]

▶‘마약 실크로드’ 에콰도르=마약 최대 생산지인 콜롬비아와 페루 사이에 위치한 에콰도르는 남미에서 생산되는 코카인을 유럽과 미국으로 수출하는 주요 유통 경로로 사용되고 있다. 에콰도르 범죄조직과 멕시코 카르텔, 브라질 범죄조직, 심지어 알바니아 마피아 조직 등이 연계하며 에콰도르는 갱단 분쟁의 한복판에 놓여있게 됐다.

특히 콜롬비아의 마약 통제가 강화되고, 마약 밀입국을 통제하던 반군 조직 파르크가 지난 2016년 체결된 평화협정으로 해산하면서 범죄단체들이 에콰도르를 마약 수송 거점으로 삼고 있다. 에콰도르는 달러화를 도입하고 있어 밀매업자들이 돈세탁을 하기에도 제격이다.

에콰도르 과야킬 지역 8개 교도소 수감자들이 작성한 범죄조직 아돌포 '피토' 마시아스 관련 메시지. [AFP]

▶마약 조직 두목의 탈옥이 대혼란 신호탄=이런 가운데 지 7일 범죄단체 ‘로스 초네로스’의 두목 아돌포 마시아스(일명 ‘피토’)가 탈옥한 사건이 최근 대혼란의 신호탄으로 작용했다. BBC에 따르면 현지 교정당국은 이날 밀수품 압수를 위한 수감자 수색 과정에서 뒤늦게 그의 탈옥을 파악했다.

피토가 이끄는 로스 초네로스는 1만2000명의 조직원을 보유한 초대한 갱단으로, 펜타닐 유통으로 악명 높은 멕시코 시나로아 카르텔과 연계해 마약 사업을 하고 있다.

에콰도르 교정청(SNAI)에 따르면 피토의 탈옥 이후 최소 6개 주 교도소에서 크고 작은 폭동이 일어났으며, 일부 교도소에선 수감자들이 교도관들을 인질로 붙잡고 있다.

도심에서도 연쇄적인 폭력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에콰도르 최대 도시이자 가장 위험한 도시로 꼽히는 과야킬에서도 최소 8명이 숨지고 경찰관 7명이 납치됐다. 지난 9일에는 총을 든 무장괴한 10명이 생방송 중인 방송국 스튜디오에 침입해 직원들에게 총을 겨누는 장면이 고스란히 TV를 통해 생중계됐다.

9일(현지시간) 에콰도르 TC텔레비시온 방송국에 총을 든 무장괴한이 침입해 진행자를 비롯한 직원들을 위협하고 있다. [TC텔레비시온 생중계 갈무리]

BBC는 에콰도르에서 교도소는 정부의 통제가 불가능하며 이미 범죄보직의 손아귀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교도소가 오히려 범죄조직의 활동무대가 되고 있고, 이 안에서 조직간 알력 다툼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 에콰도르 과야킬에 있는 리토랄 지역 교도소에서 에콰도르 군의 수감자들을 제압한 모습. [EPA]

다니엘 노보아 에콰도르 대통령. [로이터]

▶에콰도르 대통령, 비상령 선포…범죄와의 전쟁 나선다= 노보아 대통령은 ‘로스 초네로스’ 갱단 수괴인 아돌포 마시아스 탈옥을 계기로 지난 8일 60일간의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경에 강력한 치안 유지를 지시했다. 주민들에게는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통행금지도 명령했다.

에스테반 토레스 코보 에콰도르 차관은 갱단과의 전쟁으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BBC와 인터뷰에서 “범죄와의 전쟁으로 피비린내 나겠지만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필요한 변화”라며 “우리는 수년간 이 결정을 연기할 수 없으며 지금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범죄조직의 두목들의 중재 요청에도 “(정부는) 아무도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헤럴드경제DB]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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