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이스피싱 조직원과 특별한 동맹
  티키타카 웃음·액션…통쾌한 추적극

[쇼박스 제공]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이 개XX 어떻게 잡아요?”

화재로 집과 전재산을 날리고 두 아이와 함께 길거리에 나앉게 된 덕희(라미란 분)는 어느 날 보이스피싱을 당한다. 급전이 필요하던 찰나 거래은행의 손 대리(공명 분)가 대출을 해주고 신용 등급을 올려주겠다고 한 것. 그 명목으로 손 대리는 8차례에 걸쳐 총 3200만원을 가로챘다. 나중에서야 보이스피싱임을 알게 된 덕희는 경찰에 신고하지만 수사 당국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얼마 뒤 다시 연락 온 손 대리. 쌍욕을 퍼붓는 덕희에게 손 대리는 오히려 사기 범죄의 모든 걸 털어놓겠다며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간청한다. 알고 보니 그 역시 일자리를 구하다 중국의 보이스피싱 조직단에 의해 감금된 채 ‘강제 노역’을 하고 있었던 것. 이에 덕희는 보이스피싱 총책을 잡으러 용감하게 친구들과 함께 중국 칭다오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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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민덕희’는 보이스피싱을 당한 평범한 시민에게 사기 친 조직원이 구조 요청을 하면서 벌어지는 통쾌한 추적극을 그린다.

영화는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지난 2016년 경기도 화성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던 김성자 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얻은 정보를 경찰에 제공해 총책을 잡는데 기여했다. 김 씨는 당시 검거된 총책에게 합의금을 제안받기도 했지만 이를 단칼에 거절했다. 다만 영화에서 덕희가 직접 중국으로 넘어가 벌어지는 일은 영화적 재미를 위한 허구 장치다.

영화는 보이스피싱 피해자와 조직원이 특별한 동맹을 맺는다는 독특한 설정에서 시작해 힘 없고 평범한 소시민이 거대한 범죄 조직에 맞서 히어로가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치밀하고 조직화된 범죄의 현장과 소시민의 눈물을 현실감 있게 그린다. 라미란의 현실 연기 덕분에 관객들의 감정이입은 어렵지 않다. 범죄 조직과 벌이는 통쾌한 액션도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박영주 감독은 “보이스피싱 피해자들과 경찰들을 인터뷰하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부분이 피해자가 잘못한 것이 없음에도 자신이 어리석어서 그랬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것”이라며 “피해자가 자존감을 회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잘 그려보고 싶었다”며 연출의도를 설명했다.

실제로 영화 후반부 덕희가 총책(이무생 분)과 대면하는 장면에서 감독의 연출 의도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 장면에서 덕희는 외친다. “사기 당한 게 내 탓이야? 내가 등신이냐고. 남의 눈에 눈물나게 하면 네 눈에선 피눈물 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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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사기를 당한 소시민의 고충을 현실감 있게 그리면서도 영화 곳곳에 봉림(염혜란 분), 숙자(장윤주 분), 애림(안은진 분) 등 덕희의 주변 인물들의 코믹한 티키타카를 배치해 웃음 또한 준다. 특히 염혜란은 리얼한 조선족 말투를 재현해 눈에 띈다. 반면 배우 이무생은 전작의 젠틀하고 순애보 이미지를 벗고, 악랄한 총책으로 대변신해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다.

영화는 한국과 중국을 배경으로 하지만 칭다오의 장면은 모두 현지가 아닌 국내 세트장에서 촬영됐다. 그러나 현장답사와 취재를 통해 실제 칭다오의 거리와 흡사하게 재현됐다.

이번 영화는 박 감독의 첫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앞서 박 감독은 ‘선희와 슬기’(2019) 등 중·단편을 연출한 바 있다.

24일 개봉. 113분. 15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