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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볼 즐겨먹더니” 발가락이 미칠듯 욱신욱신…김 대리 통풍 걸렸대
뉴스종합| 2024-01-25 19:41
하이볼 [독자 제공]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 이제 막 사회 생활을 시작한 회사원 A(29) 씨는 최근 통풍 판정을 받았다. 갑자기 걷기 힘들 만큼 발가락이 아팠던 것. A씨는 “이제 막 취직한 상황에서 통풍이 걸렸다니 너무 괴롭다”며 “회사에 얘기했더니 ‘20대가 무슨 통풍이냐’며 믿지 않는 분위기”라고 토로했다.

하이볼, 치맥 등 먹방 유튜브 방송을 하는 유튜버 B(31) 씨도 A씨와 마찬가지. 최근 갑자기 발가락 통증이 극심해 병원을 찾아갔다. 진단 결과는 다름 아닌 ‘통풍’이었다.

요즘 20~30대 사이에서 통풍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통풍은 팔다리 관절에 요산이 쌓여 심한 염증을 일으키는 질병이다. 통상 발가락 통증 등을 야기한다. 과거엔 음주가 잦은 40~50대에서 주로 발생하는 질병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2030세대 환자가 가장 많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김 부장’이 겪던 질병이라면, 이젠 ‘김 대리’도 겪는 질병이 된 셈이다.

하이볼 [독자 제공]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통풍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8년 43만953명에서 2022년 50만9천699명으로 약 18.3% 증가했다.

주목할 건 환자들의 연령대다. 5년 사이에 50대 이상은 소폭 증가한 수준이었다. 50대는 6.9%, 60대 17.1%, 70대는 3.8% 증가했다.

가장 많이 환자가 증가한 연령대는 다름 아닌 20대. 무려 48.5%나 급증했다. 30대(26.7%), 40대 (22.6%)를 크게 앞지른 증가 폭이다. 전체적인 환자 증가세를 20대가 견인한 셈이다.

통풍은 혈액 내에 요산이 몸속에 과다하게 쌓이면서 요산염이 관절 및 주위 연부조직에 침착되는 질병을 뜻한다. 요산은 소변으로 배출되는 산성 물질로, 고기나 생선 등에 많은 퓨린이란 아미노산이 에너지로 쓰인 후 소변을 통해 찌꺼기 형태로 배출된다.

송정수 중앙대학교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중앙대병원 제공]

요산을 잘 배출하지 못하면 남은 요산이 몸속에 쌓이고, 결국 통풍이 된다. 송정수 중앙대학교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몸속에 쌓인 요산이 요산 결정을 만들어서 피를 타고 돌아다니다가 관절이나 신장, 혈관 등에 쌓이게 되면 우리 몸의 면역계, 특히 백혈구가 이 요산을 세균이나 바이러스로 착각하게 돼 공격한다”며 “이에 따라 몸에 염증반응이 일어나 통풍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통풍의 원인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통풍은 지방질이나 단백질이 많이 함유된 음식을 많이 먹거나, 술을 많이 마시거나, 비만인 이들에게 주로 발생한다. 40~50대가 주된 환자 연령층이었던 이유다.

최근 들어 2030세대 환자가 급증한 이유는 뭘까? 송 교수는 변화된 식습관이나 음주 문화를 이유로 꼽았다. 특히, 치킨 등 배달음식을 많이 먹는 것과 하이볼이나 맥사(맥주+사이다) 등 혼합 술이 유행하는 데에 주목했다.

하이볼 [독자 제공]

그는 “치킨, 고기류 등의 배달음식과 집에서 소맥, 치맥, 하이볼, 혼술 등을 즐기면서 신체 활동은 줄고 고지방, 고단백 위주의 음식 섭취는 늘어 비만이 증가하는 게 원인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치킨이나 고기류 등은 퓨린이 많이 들어 있다. 맥주를 비롯한 술도 퓨린이 많이 함유돼 있다.

또 과당이 높은 음료도 통풍 발작의 원인이 되는데, 최근 2030세대 중심으로 유행하는 하이볼, 소맥, 맥사, 막맥(막걸리+맥주) 등 혼합 술이 통풍 유발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게 송 교수의 설명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는 “하이볼, 맥사, 막맥, 소맥, 칵테일과 같은 혼합 술은 이미 알코올로 몸을 산성으로 만들어 요산 배출을 방해하는 것 뿐 아니라, 탄산과 과당까지 함유돼 혈중 요산 농도를 과다하게 높여 통풍 발작 위험을 더욱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비만이 통풍을 유발하는 원인 중 하나이지만, 급격한 다이어트도 통풍 발작을 가져올 수 있다. 갑자기 굶는 단식을 하면 요산이 관절에 붙어 관절통이 심해지거나 혈중 요산 농도가 급격하게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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