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간호사는 무슨 죄” 의사 일도 다 하라더니…수술까지 한다고?
뉴스종합| 2024-02-21 18:51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하루 만에 갑자기 의사가 된 심정.”

집단사직서를 제출하면서 대형병원의 전공의가 대거 병원을 이탈하자 이젠 간호사도 그 피해를 입고 있다. 의사가 해야 할 의료행위까지 공공연하게 간호사로 떠맡기는 형국이다. 간호사도 업무과중에 시달리지만, 환자 역시 불안감 속에 진료를 봐야 한다.

20일 익명 커뮤니티엔 서울 한 대형병원에서 올린 공지 글이 게재됐다. 내용은 ‘케모포트’ 지원간호사를 운영한다는 공지로 간호사 1명이 암 환자의 케모포트에 바늘을 꽂는 업무를 수행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케모포트는 피부 아래, 주로 가슴이나 팔 위쪽에 이식되는 소형 의료 장치다. 이는 심장 근처 정맥에 삽입되는 카테터에 연결된다. 국소마취를 하고 피부를 절개해야 하는 의료행위인 만큼 주로 외과의나 중재방사선 전문의가 수행한다.

하지만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을 하면서 바늘을 꽂는 행위를 할 전공의가 부족하자 간호사에게 이 업무를 대신 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연합]

이처럼 전공의들의 부재로 간호사가 전공의 업무를 대신해야 할 일이 늘고 있다. 하지만 의료법상 간호사는 의사의 의료행위를 보조하는 역할만 해야할 뿐 전공의들이 하는 의료행위를 하는 것은 불법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을 하고 병원을 이탈하면서 지난 2020년 파업 때처럼 간호사들의 업무가 가중되고 있다”며 “문제는 의료법상 간호사들이 할 수 없는 의료행위까지 간호사들이 하게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한간호협회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따른 간호사의 피해 방지 대책을 위해 지난 18일 ‘의료 공백 위기 대응 간호사 TF’를 가동 중이다. 그리고 20일부터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부당한 의료 행위 지시에 대한 신고를 접수하기 시작했다.

협회에 따르면 접수를 한지 하루 만에 약 100여건의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신고 접수된 내용을 보면 동의서 작성, 카테터 제거, 수술부위 드레싱 등 원래는 의사들이 해야 하는 일들을 간호사에게 떠맡기고 있다”며 “하루 만에 벌써 100건이 접수됐는데 사태가 장기화되면 더 많은 업무가 간호사들에게 몰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형병원에서 의사들이 걸어가고 있다[손인규 기자]

이처럼 의사 파업으로 의료 공백 사태가 발생하면서 의사의 진료를 보조하는 간호사, 일명 PA(Physician Assistant)간호사 논란도 재점화되고 있다. PA간호사는 의료법상 존재하지 않는 인력이다. 당연히 이들이 하는 행위는 모두 불법이다.

하지만 국내 병원에서는 PA간호사가 없으면 안 될 정도로 이들의 수는 적지 않고 중요한 업무를 수행 중이다. 입법조사처가 발간한 ‘2023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10개 국립대병원에 1000명이 넘는 PA간호사들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에만 100명이 넘는 PA간호사가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복지부도 의사 파업이 장기화되면 PA간호사 등 외부 인력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탁영란 대한간호협회 회장은 “정부는 의료 공백 위기 상황에서 환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먼저 간호사 업무 범위를 명확화하는 동시에 법적 보장과 안전망 구축을 약속해달라”며 “반드시 법 보호체계 하에서 간호사들이 환자 안전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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