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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아시아나 화물사업 인수' 미적지근한 이유는 [투자360]
뉴스종합| 2024-02-27 08:58

[헤럴드경제=노아름 기자] 저비용항공사(LCC)의 입찰 참여 검토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인수전 분위기가 무르익는 가운데 제주항공이 상대적으로 신중한 행보를 보이는 배경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다.

27일 인수·합병(M&A)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이 인수자로 결정될 경우 LCC 중 유일하게 향후 공정거래 당국의 기업결합심사 허들을 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제주항공 ‘나홀로’ HHI 기준 미충족=인수자가 ▷사업부문 물적분할 후 법인 인수 방식 ▷자산양수도 등 어떠한 거래형태를 택하더라도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 신고대상이다. 때문에 공정거래 당국의 기업결합심사가 필수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결합심사 시 경쟁제한성을 정량·정성평가로 따지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경쟁제한성과 집중도를 알아볼 수 있는 HHI(허핀달-허쉬만 지수)가 참고지표로 사용된다. HHI는 확정된 시장 참여자 점유율을 구한 뒤 각각의 점유율을 제곱한 수의 총합으로, 수치상 안전지대에서 벗어나면 조건부 기업결합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2022년 지표를 토대로 HHI를 산출한 국내 화물시장은 ‘다소 집중된 시장’에 해당된다.

해당 시장에서 제주항공은 현재 아시아나 화물사업 인수전 원매자로 거론되는 LCC 중 유일하게 정량평가 ‘안전지대’를 이탈하는 후보로 파악됐다. 안전지대를 벗어날 경우 추가로 노선·슬롯(Slot) 등 감축 요구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 인수 주체로서는 실익이 크지 않다.

이스타항공, 에어프레미아, 에어인천, 에어로케이 등 인수후보는 국내선 항공화물 운송실적 감안 시 HHI 지수상 인수에 무리가 없다. 다만 제주항공은 이미 국내선 화물 점유율(11.6%)이 상당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를 시도할 경우 HHI 증분 기준을 넘어선다. 증분은 기업결합 전후 상황에서 산출된 HHI의 차로 구한다.

시장점유율 외 자산·매출 규모 등도 기업결합심사 과정에서 고려된다. 업계에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의 자산 등 구체적 정보를 파악하려는 노력도 이같은 이유다. 공정위 관계자는 “자산이나 매출이 일정 규모 이상인 기업 간 결합의 경우 신고를 받아 심사한다”며 “기업결합 대상자 양측이 각각 3000억원 이상의 자산규모를 가지거나 300억원 이상 매출을 낼 경우가 요건이 된다”고 말했다.

▶재무구조 흔들 계열사 살리기가 우선=이외에 애경그룹이 처한 재무적 상황도 제주항공이 M&A 시장에서 정중동 행보를 보이는 이유로 꼽힌다. 제주항공이 애경그룹의 ‘구원투수’ 역할을 하고 있어 외부로 시선을 돌릴 여유가 없다는 게 골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AK홀딩스는 최근 제주항공 지분 9.67%(779만8961주)를 담보로 KB증권으로부터 500억원을 빌렸다. AK홀딩스와 AK플라자는 제주항공 지분 45.22%(3646만9609주)를 은행 및 증권사 등에 담보로 맡겼다. AK홀딩스가 조달한 자금은 백화점 운영법인 AK플라자 등 재무상태가 악화된 계열사 지원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등 재무적투자자(FI)의 자금지원 없이 제주항공이 홀로 입찰에 나설 경우 AK홀딩스의 지원이 필요한데 그룹사 전반적으로 현금 곳간이 넉넉지는 않다. 지난해 3분기말 별도기준 제주항공이 보유한 현금자산은 3456억원, AK홀딩스는 841억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 추정하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금액을 감안하면 FI와 컨소시엄을 꾸리지 않고 독자적으로 응찰할 수 있는 전략적투자자(SI)는 드물다”며 “특히 그룹사 차원에서는 우선순위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데 제주항공은 인수전 초기 단계에 참여하더라도 거래 완주할지 여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aret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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