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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바뀌고 실적 생긴 휴면법인, 부동산 중과세 기준은?…법원 “‘최초’ 인수 이후 5년”
뉴스종합| 2024-03-11 07:01
서울행정법원[헤럴드DB]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우리나라 지방세법은 사업 실적이 없는 휴면법인을 인수해 대도시 부동산을 사들인 경우 새로운 법인을 세워 매입한 경우와 동일하게 5년 동안 중과세한다. 탈세를 목적으로 휴면법인을 인수해 논란이 생긴 사례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휴면법인의 주인이 여러번 바뀌고 이 과정에서 사업 실적이 생겼다면 중과세 부과 기준이 되는 시점은 언제일까? 법원은 처음 주인이 바뀐 때부터 5년까지는 중과세를 적용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5부는 지난해 11월 부동산 신탁주식회사 A사가 서울 영등포구청을 상대로 제기한 7억원대 취득세등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지방세법은 대도시에서 법인을 설립하거나 휴면법인을 인수한 뒤 5년 이내에 부동산을 취득한 경우 3배 중과세율을 적용한다. 휴면법인은 법인 인수일 이전 2년 이상 사업 실적이 없고, 인수일 전후 1년 이내에 인수법인 임원 절반 이상을 교체한 법인을 말한다.

사건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6년 11월 컴퓨터 시스템 개발 및 판매사인 B사는 C사에 인수된 뒤 부동산 개발업으로 업종을 변경했다(1차 인수). 이후 2017년 7월 B사의 주인은 C사에서 다시 D사로 바뀌었다(2차 인수). 2019년 2월 B사는 서울 영등포구에 49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취득했다. 부동산신탁회사 A사는 2020년 B사와 신탁계약을 맺고 해당 부동산에 건물을 세운 뒤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다.

영등포구청은 수탁자가 취득한 신탁재산에 대해서도 중과세율을 적용한다고 규정한다는 지방세법을 근거로 2021년 6월 A사에 취득세와 지방교육세 등 총 7억9000여만원을 부과했다. A사는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이어 2차 인수 시점인 2017년 7월 기준 B사는 이미 부동산 사업을 하고 있어 휴면법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2020년 신축 건물에 중과세를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또 1차 인수를 기점으로 해도 당시 B사가 사업 실적을 가지고 있어 휴면법인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도 주장했다.

법원은 영등포구청의 손을 들어줬다. 쟁점은 2가지다. 먼저 1차 인수 시점과 2차 인수 시점 중 언제를 기준으로 휴면법인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지다. 법원은 1차 인수 시점인 2016년을 기준으로 B사의 사업 내용을 살펴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지방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휴면법인 인수 시점은 새로운 법인이 ‘최초’로 인수 대상 법인의 과점 주주가 된 때를 말하기 때문이다. 과점주주란 주주 또는 그와 특수관계인의 소유주식 합계가 발행 주식 총수의 50%를 초과하고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주주를 뜻한다. 해당 사건에서는 C사가 최초 과점주주, D사가 두번째 과점주주다.

재판부는 “최초 인수 시점이란 1명의 과점주주를 기준으로 최초로 과점주주가 된 때를 의미한다”며 “변경 후 과점주주(D사)가 법인을 인수할 때는 휴면법인이 아닌 경우여도 변경 전 과점주주(C사) 법인 인수 시 휴면법인이었다면 변경 전 과점주주의 법인 인수 시점을 기준으로 (5년 내) 부동산 취득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B사가 C사에 인수된 뒤 5년 안에 부동산 취득이 발생했기 때문에 A사에 대한 중과세는 적법하다고 본 것이다.

두번째 쟁점은 1차 인수 당시 B사가 휴면법인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A사는 B사가 2016년 사건 부동산 소유자들과 매매협상을 진행하고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등 사업을 벌이고 있어 휴면법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B사는 2014년 1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임직원 급여를 지출한 사실이 전혀 없고 2014년 1월부터 2015년 12월까지는 사업장 임대료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상적으로 사업 활동을 영위하지 않았다”며 휴면법인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C사는 1차 인수 이전에 B사 명의만 빌려 관련 부동산 개발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사업실적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C사는 인수 이전 관련 부동산 매입·개발 의사가 있었는데도 (인수) 전·후로 B사가 사업 활동을 영위한 것처럼 외관을 형성해 대도시 내 부동산 취득에 따른 중과세 규제를 회피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판결은 양측이 항소하지 않아 지난해 12월말 확정됐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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