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항 전에는 연료·보급품 받는듯…작은 선박과 접촉 정황도
우크라戰에 쓸 북한제 포탄·단거리 탄도 미사일 등 가능성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로이터]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 현장으로 지목된 북한 나진항에서의 해상 운송이 한 달여 만에 재개된 것으로 보인다.
11일(현지시간)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NK뉴스에 따르면 전날 북러 교역 거점인 북한 나선경제무역지대(나선경제특구)에 위치한 나진항 제1 부두에 러시아 화물선이 정박한 모습이 포착됐다.
상업위성서비스 플래닛랩스가 촬영한 위성 이미지를 분석한 결과 러시아에서 실어 온 컨테이너로 보이는 푸른색 물체가 실린 화물선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 화물선은 외견상 지난해 8월부터 나진항과 러시아 극동 보스토치니항 등을 오가며 북한제 무기를 러시아로 실어 나른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 화물선 4척 중 하나인 '레이디R'로 추정된다고 NK뉴스는 전했다. 레이디R은 지난달 8일 보스토치니항에서 대량의 컨테이너를 실은 뒤 같은 달 10일부터 블라디보스토크항에 머무르다가 이달 7∼9일 사이 모습을 감췄던 것으로 알려졌다.
레이디R은 출항하기 직전에는 연료 혹은 보급품을 전달받는 듯 AIS(선박자동식별장치)가 꺼진 작은 선박과 접촉한 정황도 파악됐다. 그러고 며칠 지나지 않아 나진항에 동일한 형태의 선박이 들어섰다는 점에 비춰볼 때 해당 화물선은 레이디R일 가능성이 크다고 NK뉴스는 분석했다.
문제의 선박은 제1 부두에 화물을 하역한 뒤 나진항 제2부두로 이동, 북한 측 화물을 싣고 이번 주중 보스토치니항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고 NK뉴스가 보도했다.
선박에 실린 북한측 화물의 정체는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없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 쓰일 북한제 포탄과 단거리 탄도 미사일 등 무기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NK뉴스는 이달 8일부터 나진항 제2부두에 수출용 컨테이너로 보이는 물체들이 대량으로 쌓이기 시작했다면서 열차를 이용해 북한 내륙에서 운송된 화물일 것으로 추정했다.
러시아는 작년 8월 나진-두나이 항로 등을 통해 북한 화물 운송을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최소 33차례에 걸쳐 나진항에 자국 화물선을 보내 물자를 실어 나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동원된 선박은 레이디R과 앙가라, 마이아1, 마리아 등 네 척으로 모두 미국의 제재를 받는 배들이다.
이중 레이디R과 외견이 유사한 앙가라는 지난달 초부터 중국 저장성의 조선소에 머물고 있으며, 마이아1과 마리아는 이달 10일 기준으로 블라디보스토크항에 정박한 모습이 확인됐다.
앞서 NK뉴스는 작년 12월 20일을 전후해 러시아 화물선의 북한 방문이 뜸해졌고, 지난달 5일 레이디R이 나진항에서 컨테이너를 싣고 돌아간 것을 마지막으로 북한에서 러시아로 화물이 운송되는 모습이 포착되지 않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이에 일각에선 북한 내 생산 지연이나 수송 관련 문제가 발생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한달여만인 이달 10일 러시아 화물선이 다시 나진항에 들린 사실이 확인된 것은 그간 멈칫했던 북러간 해상운송이 재개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NK뉴스는 진단했다.
mokiy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