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7% 득표율로 5선…84세까지 집권 가능해
“전사들에게 감사…러 의지 외부서 억제 못해”
점령지서 90% 내외 득표율…‘친 푸틴’ 정서 확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모스크바 고스티니 드보르의 선거운동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 승리 연설을 하고 있다. [AFP] |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0%에 육박하는 사상 최고 지지율로 5선을 확정 지은 뒤 “더 강한 러시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파리 올림픽 기간 휴전 가능성에 대해서도 처음 언급했다.
푸틴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모스크바 고스티니 드보르에 마련된 선거운동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투표에 참여한 러시아 국민을 향해 “우리는 모두 하나의 팀”이라며 “러시아 권력의 원천은 러시아 국민이며 러시아의 의지를 외부에서 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15~17일 진행된 대선에서 압도적인 표로 5선을 확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80% 개표가 진행된 결과 현재 87%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하고 있다.
러시아 국영 뉴스채널 로시야24는 “국가가 무력 충돌 상태에 있고 전례 없는 국제적 압력을 받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국민들은 푸틴에 대한 지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번 선거 승리로 푸틴 대통령은 사실상 종신 집권의 길을 열었다. 2000·2004·2012·2018년에 대선 승리에 이어 2030년까지 임기(6년)를 이어가면서 이오시프 스탈린 옛 소련 공산당 서기의 29년 집권 기간을 넘어 30년간 러시아를 통치하게 된다.
2020년 개헌으로 2030년에 열리는 대선까지 출마할 수 있는 만큼 이론상 84세가 되는 2036년까지 정권을 연장할 수 있다. 이 경우 푸틴 대통령은 18세기 예카테리나 2세의 재위기간(34년)도 넘어선다. 러시아제국 초대 차르(황제) 표트르 대제(43년 재위)만이 푸틴보다 오래 러시아를 통치한 인물로 남게 된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오늘 특히 우리 전사들에게 감사하다”며 우크라이나 전장에 투입된 군인들을 특별히 언급했다. 올해 파리 올림픽 기간에 휴전을 하자는 프랑스의 제안에 대해서는 “대화에 나설 준비가 돼 있지만 전선에서 러시아의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며 여유로운 태도를 보였다.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러시아 군이 우세를 잡은 상황에서 대선에서 확인된 지지율을 바탕으로 전황을 의도대로 이끌어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셈이다.
특히 이번 선거를 통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친 러시아 정서’를 확인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러시아 선관위는 ▷도네츠크 95.23% ▷루한스크 94.12% ▷자포리자 92.83% ▷헤르손 88.12% 등 점령지에서 푸틴 대통령이 90% 안팎의 높은 지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점령한 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과 2014년 강제 병합한 크림 반도 지역에서 선거를 강행했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이 국제법 위반을 이유로 이들 지역에서 치러진 선거가 불법이라고 규탄했다.
푸틴 대통령은 시베리아 교도소에서 복역 중 대선 직전에 갑작스럽게 숨진 정적(政敵) 알렉세이 나발니에 대해서는 “그는 세상을 떠났고 이것은 항상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나발니의 사망에 대해 입장을 밝힌 것은 한달 만에 처음이다.
그는 “나발니가 세상을 떠나기 며칠 전 그를 서방 국가 감옥에 있는 사람들과 교환하려는 아이디어가 제시됐고 나는 동의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나발니 측근 마리아 페브치흐는 나발니와 미국 국적자 2명을 러시아 정보 요원 출신 바딤 크라시코프와 교환하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한 이번 대선에서 나발니 지지자들이 ‘반 푸틴’ 의사를 표시하기 위해 대선 마지막 날 정오 투표소에 나와 시위를 벌일 것을 촉구한 것에 대해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면서도 “투표를 촉구한 것은 칭찬할 만 하다”며 비꼬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모스크바 고스티니 드보르의 선거운동본부에서 선거 승리 연설을 하고 있다. [타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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