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토 사무총장, 5년간 1000억달러 지원 패키지 제안
트럼프 재선에 대비…외교장관회의서 논의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의 국기들.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우크라이나에 약 135조원을 지원하는 ‘트럼프 프루프(Trump-proof·트럼프 방어)’ 기금을 논의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후 우크라이나 지원을 아예 중단할 것에 대비한 조치다.
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이 제안한 ‘우크라이나를 위한 임무’ 계획이 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나토 외교장관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이 계획은 나토의 32개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에 5년간 최대 1000억달러(약 135조원)의 군사 원조를 하는 패키지라고 회원국 외교관들은 전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정치적 변화 바람으로부터 메커니즘(구조)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이 패키지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방안이 승인되면 나토는 미국이 이끌어 온 우크라이나 방위연락그룹(UDCG)의 주도권을 갖게 되고, 2022년 러시아의 침공 이후 처음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 무기 공급을 관리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우크라이나에 지원되는 서방 무기의 상당 부분은 UDCG가 관리하고 있다.
오는 9월 말 임기를 마치는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7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 이전에 합의를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 외교관은 “이것은 루비콘 강을 건너는 것이다. 나토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 무기 지원을 조정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합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우리가 워싱턴으로 가는 비행기를 탈 때 쯤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방안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추진한 600억달러(약 81조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패키지가 의회에서 표류하는 가운데 나왔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패키지에 공개적으로 반대해 왔다.
나토 회원국들은 이러한 교착 상태를 미국의 우크라이나 정책이 트럼프 체제에서 변화할 것이라는 전조로 보고 있다.
나토의 패키지 1000억달러 중 미국의 몫은 자국에서 보류 중인 지원안보다 훨씬 적을 것이라고 외교관들은 전했다. 기금 마련 구조를 두고 일각에서는 나토 공동 예산에 대한 분담 비율을 적용할 것을 주장하고 있으며 이 경우 미국의 지원금은 160억달러(약 22조원)를 약간 넘는 수준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이번 제안은 32개 회원국 모두의 동의를 얻어야 할 것이며 합의에 수 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의 제안이 “상당히 초기 단계”라며 회원국들이 더 많은 정보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특히 헝가리처럼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는 것을 반대하는 회원국과 전쟁 관련 나토에 직접적인 역할을 부여하는 조치를 경계하는 회원국으로부터 약간의 저항이 예상된다고 FT는 전했다.
이와 관련 줄리앤 스미스 나토 주재 미국 대사는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계속 이뤄질 수 있도록 유럽 동맹국, 캐나다와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 그것이 나토 본부 내부의 초점이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는 국가는 보이지 않는다”면서 “회원국들이 매주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있다. 그것이 내일부터 시작되는 장관회의의 초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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