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불경기에 내 집 마련은 사치”…유럽 집값 10년 만에 하락
뉴스종합| 2024-04-05 10:42

독일 북부 슈트랄준트의 주택가.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유럽의 집값이 10년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동유럽과 남유럽의 일부 국가들은 선방했지만 북유럽 국가들의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영향이다.

유럽연합(EU) 통계청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2023년 주거용 부동산 가격은 2022년 대비 EU에서 0.3%, 유로존에서 1.1% 하락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4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한 것이다.

유럽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의 주택 가격은 지난해 8.4% 하락해 9.1% 떨어진 룩셈부르크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낙폭을 기록했다. 핀란드는 5.6%, 스웨덴은 5.3% 하락률로 뒤를 이었다.

반면 크로아티아, 불가리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포르투갈 등은 집값이 연간 8~12%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남유럽과 동유럽 국가들의 경우 최근 몇 년간 강한 경제 성장세가 주택 시장이 계속 상승하도록 도운 반면, 독일과 프랑스 같은 경제 대국들은 성장이 둔화해 주택 시장도 어려움을 겪었다고 진단했다.

리카르도 아마로 옥스퍼드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독일 경제의 저조한 성장률이 실제 및 잠재 구매자들의 경계심을 높이고 있으며 팬데믹 기간 동안 주택 가격이 급등한 것도 독일 부동산 시장을 조정에 취약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공급 역학”이 일부 국가의 주택 시장, 특히 신규 건설이 부족한 남유럽의 가격 상승을 설명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앤드류 케닝햄 캐피털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독일 등 북유럽 국가에서 이전까지 급등한 주택 가격이 임대료나 가계 소득에 비해 고평가 상태라고 인식되면서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반면 스페인 같은 일부 남유럽 국가에서는 주택 가격이 여전히 매우 낮게 보였고,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로존 경제위기 당시 큰 폭의 주택 시장 조정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핀란드 등은 집값이 10년 전과 비슷한 수준인 반면, 폴란드, 포르투갈, 리투아니아 등은 같은 기간 두 배 이상 뛰었다.

일부 강한 주택 시장에는 국가별 요인도 존재한다. 크로아티아는 지난해 1월 유로화 가입 이후 투자가 유입되고 있다. 포르투갈의 주택 시장은 두 번째 주택 구매자에 대한 세제 혜택과 부동산을 구입하는 부유한 외국인에 대한 ‘황금 비자’ 제공으로 활성화됐는데, 지금은 정부가 두 혜택 모두 없애고 있다.

카르스텐 브르제스키 ING 글로벌 거시경제 부문장은 폴란드의 주택 시장은 강한 경제 성장과 지난해 두 차례의 추가 금리 인하로 이익을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로스타트의 자료에는 그리스가 포함되지 않았다. 그리스은행 자료에 따르면 그리스의 주택 시장은 매우 강한 시장 중 하나로, 지난해 주택 가격이 13.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유럽의 주택 시장 조정은 당초 우려보다는 심각하지 않다는 평가다.

지난해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인상해 사상 최고치인 4%에 도달한 이후 유로존 집값은 2.9% 하락하는 데 그쳤다.

브르제스키 부문장은 “ECB는 금리 인상을 통해 부동산 거품을 터뜨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이는 많은 국가에서 신규 주택 공급이 극도로 제한돼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 금융기관들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하한 후 이미 올해 초 독일에서 주택 가격이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가 나타났다”고 부연했다.

독일 주택담보대출 중개업체 인터하이프도 올해 1월이 고객 문의가 가장 많은 달이었다고 전했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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