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플레이션 부활 우려...금리 인하 경계론
CPI 반등에 美 6월 금리인하 가능성 낮아져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로이터] |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부활을 우려하며 각국 중앙은행에게 기준 금리 조기 인하의 유혹에 빠져선 안된다고 경고했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이날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대서양위원회 연설에서 지난 1년간 중앙은행들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진전을 보였다면서도 너무 이른 정책 완화에 대해서는 경계했다.
그는 “필요한 경우 정책입안자들은 너무 이른 금리 인하 요구에 저항해야 한다”며 “이는 추가적인 긴축 통화정책이 필요할 수도 있는 깜짝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날 발표된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대비 3.5% 오르며 전망치(3.4%)를 상회했다. 이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조기 금리인하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증시가 급락했다.
좀처럼 잡히지 않는 인플레이션 때문에 미국의 6월 금리 인하 기대는 크게 위축된 상태다. 첫 금리 인하는 빨라야 9월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연준 고위관계자들도 금리인하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연이어 피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은행 총재는 11일 “통화정책은 현재 좋은 입지에 있으며 단기적으로는 통화정책을 조정할 뚜렷한 필요성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경제가 예상대로 진행된다면 올해부터 금리를 점진적으로 인하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수잔 콜린스 보스턴 연준 총재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뉴욕 행사장에서 콜린스 총재는 “최근 경제지표들은 통화정책 완화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노동 시장의 강세도 금리 인하를 당장 해야 할 필요성을 줄인다”고 말했다.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는 워싱턴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최신 인플레 지표는 “아직 우리가 원하는 위치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미국 등 경제 대국 중앙은행들에 인내심을 발휘해줄 것을 촉구하면서도 하반기에는 인플레이션이 완화되면서 금리인하를 시작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이날 미 CNBC방송에서 연준이 올해 말까지 금리인하를 시작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우리는 연준이 연말까지 금리를 인하하는 방향으로 어떤 조처를 할 수 있는 입장에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다시 말하지만 지표들이 할 수 있다고 말할 때까지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이날 기준금리를 동결했으나 6월 금리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다음 주 세계 경제 전망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미국 경제의 지속적인 강세로 이전 예측보다 개선된 전망치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IMF는 지난 1월 세계 경제가 올해 3.1%, 내년에는 3.2%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이는 지난해 예상했던 성장률에서 거의 변화가 없는 것이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글로벌 경기침체와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을 피했다”고 평가했으나 세계 경제 성장률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전의 평균인 3.8%에 비해서는 “매우 낮은 것이어서 진로 수정이 없으면 향후 10년이 부진하고 실망스러운 시기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글로벌 교역이 지정학적 동맹국 중심으로 분절화될 경우 세계 경제 성장이 제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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